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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에 맞선다던 이오플로우, 1년만에 존폐기로 인슐렛에 영업기밀 침해 피소, 한국 제외 영업정지…내년 초 본안소송 분수령

최은진 기자공개 2023-11-06 13:14:12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3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뇨 웨어러블 전문 기업인 이오플로우. 작년 말까지만 해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 기업 인슐렛(INSULET)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패기를 보였지만 지금은 주식거래 정지, 인수합병(M&A) 무산 가능성 등이 제기되며 존폐 위기를 맞았다.

인슐렛으로부터 기술 침해 소송으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사업 리스크에 휩싸인 이유가 크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M&A를 어떡해서든 성사시켜야 하지만 잇슐렛과의 소송이 발목을 잡는다.

◇메드트로닉과의 딜 내년 1월 초로 연기, 미국 진출 불투명

이오플로우는 현재 주식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10일 한국거래소는 이오플로우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다. 주된 영업이 정지된 사유가 발생한 데 따라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지를 심사하기 위해서였다.

인슐렛이 미국에서 8월 특허권 침해와 부정경쟁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게 화근이었다. 매사추세츠 지방 법원은 지난달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인슐렛의 손을 들어줬다. 이오플로우가 인슐렛의 영업비밀(Trade Secrets)을 사용하거나 의존해 개발생산된 모든 제품에 대해 생산 및 마케팅 그리고 판매 등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현재 이오플로우의 제품을 쓰고 있는 한국 및 EU 환자들을 고려해 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제한적 판매를 허락했다. 신규 영업은 모두 불가다. 사실상 한국과 EU 기존 사용자를 제외하고는 영업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오플로우가 만든 인슐린 펌프 기기 가운데 '기어' 부분이 문제가 됐다. 해당 부품은 특허가 걸려 있지는 않지만 인슐렛의 제품과 완전히 똑같은 복제품이기 때문에 영업기밀을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웨어러블 기기의 핵심인 펌프의 경우엔 이오플로우가 특허를 갖고 있는 만큼 기어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오플로우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에 신청한 해당 기기의 판매허가 등도 모두 연기됐다.

영업도 영업이지만 당장 큰 문제는 매각 딜이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5월 미국 대형 헬스케어 기업 메드트로닉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대금 7억3800만달러, 우리돈으로 971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메드트로닉은 주당 3만원에 모든 주식을 인수해 지분 100%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메드트로닉은 인슐린 펌프로만 조단위 매출을 내는 인슐렛에 맞설 무기로 이오플로우를 보고 인수 결단을 내렸다. 인슐렛이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시장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싸움은 불가피 했던 셈이다.

메드트로닉 입장에선 미국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오플로우를 굳이 인수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당초 10월 중 마무리 지으려고 했던 딜이 내년 1월 초로 연기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국의 합병거래 승인도 마무리 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메드트로닉으로의 인수가 불확실성에 빠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거래소도 거래정지를 쉽게 풀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질심사 대상여부 결정을 위한 조사기간을 11월 22일까지로 15일 더 연장키로 했다.

◇CFO 영입하며 딜 논의, 김재진 대표 수차례 입장 번복…차선책 검토도

이오플로우의 창업주이자 수장인 김재진 대표를 더벨이 만난 건 작년 11월, 같은 해 5월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신설하고 영입된 안현덕 전무가 주선한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김 대표는 당시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심정이라며 기술로 중무장 하고 미국에서 인슐렛과 본격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췄다. ADR(미국주식예탁증서)을 통한 나스닥 이중상장(Dual Listing)을 고려하는 등 미국 진출을 위한 자금조달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하지만 이오플로우는 당시에도 메드트로닉과의 M&A 협상을 진행하던 과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 거래 논의는 작년 5월께 안 전무가 영입될 당시부터 이뤄졌다는 게 내부 관계자 전언이다.

관련 설(設)이 파다했던 올해 2월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더벨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분 스왑 정도는 고려하지만 완전한 매각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석달 뒤 통매각을 발표했다. 김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몇차례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 속에서 김 대표를 포함한 이오플로우 임원들은 주가가 오르는 틈을 타 지분을 매수하는 등 이상 행보를 보였다.

골리앗 인슐렛에 맞서겠다는 자신감이 넘치던 이오플로우는 불과 1년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각종 의혹 및 의구심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국 시장만으로는 실적을 올리는 데 제한이 따르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지도 관심사다. 이오플로우는 원가절감을 위해 곤지암 공장 등 자체설비를 갖췄지만 대형시장을 뚫지않는 한 연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감내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식 거래정지로 자금조달도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당장은 매각 아니면 숨통을 틀 수 없다.

공은 인슐렛과 이오플로우의 본안 소송으로 넘어갔다. 내년 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드트로닉 역시 해당 판결을 주시하며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인슐렛의 최송 승리로 끝이난다면 메드트로닉 입장에선 인수를 무산시킬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내부적으로도 이 같은 상황을 감지하고 차선책 찾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FO가 최근 중국을 오갔다는 정황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오플로우 관계자는 "인슐렛의 가처분 신청으로 한국을 제외하고는 판매가 금지된 상황이고 그 이외에 대해선 본안소송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CFO가 중국에 다녀온 건 빅딜이 안될 시 만일에 대비해 대안을 마련키 위해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더벨은 김 대표와 안 전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결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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