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글로벌서비스 IPO]오일뱅크 실패 '타산지석'...HD현대그룹 '속도전'연내 예비심사 청구 계획…'속도전'으로 자본시장 접근, 정공법 학습
양정우 기자공개 2023-11-09 07:48:21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상장 예비심사 청구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공개(IPO)를 향한 현대HD그룹의 스탠스가 달라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무엇보다 HD현대오일뱅크가 잇딴 자진 철회 결정으로 아직 비상장사에 머물면서 뼈아픈 학습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상장 주관사단 역시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속도전을 정공법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급 쇼크가 급작스레 불거지지 않은 한 청구 시기를 조정해 최적의 IPO 타이밍을 찾는 게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 주관사단, IPO 스케줄 '고삐'…자체 펀더멘털, 증시 불황 정면돌파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해 안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KB증권, UBS, JP모간(각각 대표),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각각 공동) 등 국내외 증권사가 상장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IPO 시황에서 속도전에 나서는 건 상장예비기업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유통시장과 발행시장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고금리 장기화 추세에 국내외 증시가 크게 주저앉은 터라 공모주 투자 역시 위축돼있다. 여기에 수급 자체가 뒷받침되지 않는 시기엔 HD현대글로벌서비스와 같은 대형주가 더 불리하다.
그럼에도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상장 주관사단을 선정한 후 상장 스케줄을 소화하는 데 고삐를 죄고 있다. 조 단위 몸값으로 IPO를 추진한 서울보증보험이 수요예측에서 참패를 기록했으나 후퇴가 아닌 전진을 선택한 것이다. 상장 예비심사에서 돌발 변수가 나오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IB업계에서는 HD현대그룹의 기획, 전략 파트에서 IPO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본래 계열사 IPO의 적기를 가장 신중하게 선택하는 그룹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HD현대글로벌서비스 딜에서는 거시 경제와 국내 시황을 예단해 타이밍을 재기보다 자체 펀더멘털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오일뱅크 패착, 최대 밸류 타이밍 재기…정공법 카드, 증시 입성 순항 초점
무엇보다 과거 HD현대오일뱅크 IPO에서 시련을 겪으면서 자본시장에 접근하는 정공법을 학습했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이 정유사는 한때 기업가치로 10조원 이상이 거론되면서 상장이 가시화될 때마다 그 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딜로 부상해왔다.
하지만 IPO 도전기는 흑역사에 가깝다. 2012년 첫 도전에 이어 2019년과 2021년까지 무려 세 차례나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돈의 시간가치(time value of money)를 감안하면 조 단위에 이르렀을 공모 자금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적, 인적 비용을 허공에 날린 건 상장 파트너인 주관사단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과 2019년엔 기업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을 찾고자 IPO 공모를 앞둔 단계에서 철회를 결정했다. 그 뒤 다시 적기를 노려 2021년 세 번째 도전에 나섰으나 끝내 흥행 불발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결과적으로 1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를 동안 상장을 고심해왔으나 아직까지도 증시에 입성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몸값을 최대한 높여 상장하려던 시도가 실패로 이어진 대표 사례로 꼽힌다.
HD현대그룹 입장에서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까지 좌고우면에 빠져 실기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밖에 없다. 우선 선박 부품 공급, 선박 친환경 개조 등 핵심 비즈니스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
여기에 그룹은 계열사의 IPO를 엇비슷한 시기에 시도하지 않는다. 공모주 투자 수요가 구조적으로 분산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마저 청구 타이밍을 재거나 철회를 반복할 경우 HD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계열의 IPO 시기도 재검토해야 하는 복잡한 셈법이 필요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와 상장 주관사단은 당초 계획한 IPO 속도전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국내외 시장 상황을 내다보면서 타이밍을 고르는 게 IPO 성공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조선업이 선방을 거두고 있는 것도 이런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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