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기업구조조정 점검]'정상화' 이룬 금호타이어 딜의 교훈은③꺼리던 제3자 매각 결론…경영정상화 가속 전화위복
이재용 기자공개 2023-11-09 07:37:36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수년간 끌어온 굵직한 빅딜들이 실익 없이 공전하고 있다. 원매자와의 눈높이 차이, 시장의 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원인으로 언급된다. 근본적으론 산업의 구조조정 방식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벨은 산은이 발간한 '기업구조조정 백서'를 토대로 난맥에 빠진 산은 구조조정의 원인을 점검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그룹 구조조정은 지난 십수년간 KDB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 최대 이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의 시발점도 10여 년 전 시작된 금호그룹 구조조정에 있다.산은이 주도한 금호그룹 관련 구조조정 가운데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히는 딜은 금호타이어 매각이다. 산은의 애초 의도와는 다르게 외국자본에 매각됐지만 결과적으로 이후 빠르게 경영정상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경영정상화에 따른 과실을 누릴 권리도 확보할 수 있었다. 제3자 매각을 시작으로 경영정상화 궤도에 안착한 금호타이어 사례는 현재 산은이 추진 중인 아시아나·HMM 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채권단, 부실 턴 금호타이어에 지원 계속
산은 등 채권단은 최근 금호타이어에 대한 기존 대출채권을 2027년 7월 말까지 4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금리는 대출 실행 시점에 최고 금리가 7%를 넘기지 않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는 기존 차입금에 대해 최대 7.01%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었다. 경영정상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자 비용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대출 연장을 계기로 대주주 더블스타와 지분 매각 등에 대한 협의도 했다. 채권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2025년까지 2년간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이 제한된다. 2년 이후라도 4년 내 지분을 매각하려면 채권단과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도 내걸었다. 다만 채권단과 합의 시 2년 내라도 동반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가 지속돼 잔여 지분을 제값에 매각하거나 현 대주주와 함께 제3자 매각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타이어 지분을 보유한 채권단으로서는 더블스타가 단독으로 지분을 매각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은 7.78%, 산은은 7.4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산은 등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지분 취득가는 1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종가 4395원 기준 두 배 이상 올라야 원금 회수가 가능해진다.
채권단의 이 같은 조처는 최근 금호타이어의 경영 상황이 크게 개선됐기에 가능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그간의 순손실을 만회하면서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333억4500만원, 매출액은 9775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46% 개선된 961억6900만원을 달성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인 4조27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최근 금호타이어의 호실적 달성은 산은의 구조조정 정책 측면에서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특히 금호타이어가 부실을 털어내고 경영정상화에 이르는 과정은 주목할 만하다.
◇경영정상화 가속한 제3자 매각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0년 1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국내 1위 타이어 회사였던 금호타이어에는 부실기업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무리해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것이 화근이었다.
산은은 감자와 증자, 출자전환 등을 하며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은 원활하지 못했다. 금호그룹과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끊어내지 못한 영향이 컸다.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주도한 산은은 지배권과 경영권을 기존 대주주인 박삼구 전 회장 일가 그대로 맡겼다. 금호타이어가 도산 직전에 몰릴 때까지 M&A를 미뤘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국내 대기업들도 많았지만 박 전 회장 일가의 우선매수권을 우선하면서 M&A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매각 적기를 놓친 금호타이어는 결국 2018년 4월 중국 더블스타에 팔렸다.
산은은 당시 원매자였던 국내 대기업을 모두 놓치고 급하게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때 잡힌 거래 상대방이 글로벌 시장에서 금호타이어보다 이름값이 한참 떨어지는 더블스타였다.
지지부진했던 산은의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 대한 비판도 있다. 다만 이후 빠르게 경영정상화를 이룬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산은이 주도한 금호그룹 구조조정 중 가장 성공한 모델로 여겨진다.
시장의 우려와는 다르게 더블스타는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의 실사를 통해 도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착실히 이행했다. 중국 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원자재 구매 경로 등을 전면 개선했다. 그 결과 금호타이어의 원가율은 하락하고 수익성이 개선됐다.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에 매각된 이듬해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과 채권단에서 금호타이어 제3자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그동안 금호타이어의 가치는 계속 하락했다"며 "서둘러 원매자를 찾아 최대 주주와 경영진을 교체했다면 더 이른 시점에 부실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 및 신인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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