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점검]유일한 흑자 경영 '젠테', 부티크 직소싱 전략 '주효'①영업익·순익 플러스 시현…올해 매출 최대 600억, 영업이익률 4~5% 목표
양용비 기자공개 2023-11-08 08:03:56
[편집자주]
팬데믹 시절 눈에 띄게 성장한 플랫폼 산업 중 하나가 '명품 이커머스’다. 면세 산업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 규모를 급격하게 키웠다. 명품 이커머스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고금리 기조 속에 모험자본이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요구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펀딩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출혈 경쟁이 발목을 잡았다. 더벨은 시장 핵심 플레이어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탄생한 젠테는 명품 커머스 플랫폼 업계에선 후발주자로 꼽힌다. 소위 명품 커머스 플랫폼 ‘빅3’라 불리는 발란과 트렌비, 머스트잇 등 2011년~2015년에 설립된 기업과 비교하면 젠테는 아직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젠테는 비교적 늦은 설립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설립 3년차인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빅3 업체들이 설립 5~10년에 걸쳐 달성한 실적이었다. 최근에는 반기 흑자도 전환하면서 내실 성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부티크서 100% 조달, 상품 신뢰도 확보
젠테는 미국과 중국, 이탈리아에서 약 10년간 패션 산업을 경험한 정승탄 대표가 2020년 설립했다. 정 대표는 미국 뉴욕과 중국 칭다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패션 PD, 소싱 디렉터로 활약해 왔다.
군 복무 이후 입사한 JS코퍼레이션에선 유럽의 원단과 지퍼, 단추 등 소재 소싱과 함께 상품 개발을 담당했다. 당시 소재 소싱을 위해 수도 없이 찾았던 곳이 바로 패션의 본고장 이탈리아였다. 이후 이탈리아 가죽 기업 ‘피스톨레시(Pistolesi)'에서 근무하면서 부티크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배웠다.
피스톨레시에서 소재 영업을 하면서 유명 명품 브랜드와 만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다. 10년 넘게 국내외를 넘나들며 명품의 생산 과정을 경험한 그는 2020년 젠테를 설립했다. 폭넓은 부티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명품 본질에 충실한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정 대표는 젠테 설립 당시부터 ‘철저한 부티크 소싱’과 ‘얼리어답터 공략’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유통 과정에서 중간 에이전트를 거치지 않고 부티크에서 제품을 직접 소싱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부티크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자체 ERP 시스템 ‘젠테 포레’도 개발했다. 부티크의 재고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구조를 구축했다. 실시간 소통 툴도 제공해 부티크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젠테가 모든 유통 과정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다.
얼리어답터 상품을 공략한 것도 부티크와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얼리어답터 상품은 스테디셀러 상품과는 다르게 판매 흥행이 입증되지 않은 것들이다. 판매가 부진할 경우 부티크에겐 재고 부담이 될 수 있다.
젠테는 이같은 부티크의 고민에서 착안해 얼리어답터 상품을 대거 소싱하는 전략을 취했다. 얼리어답터 상품의 판매 테스트베드 역할을 담당하면서 부티크의 재고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부티크 입장에서도 젠테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100% 부티크 소싱으로 인해 젠테는 가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명품 상품 소싱 과정에서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부티크에서 직접 조달해 가품이 나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통 단계가 줄어든 만큼 가격도 낮출 수 있었다.
젠테와 협력하는 유럽 부티크 네트워크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1년 50여개였던 부티크 파트너는 2023년 100개 이상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부티크로부터 제공받는 상품 데이터 수도 60만개에서 120만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광고선전비 최소화, '빅3'와 차별성
젠테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다. 설립 원년 18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132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엔 다시 3배 수준인 309억원까지 증가했다. 경쟁사 3곳이 설립 5년~10년 시점에 123억~234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빠른 성과다.
2022년 시리즈A 자금 유치 전까지 별도의 투자 유치나 마케팅 활동 없이 달성한 매출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마케팅 활동에 열을 올렸던 빅3와는 달리 광고선전을 최소화한 덕분에 내실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매출이 309억원이었던 지난해 젠테는 광고선전비로 23억원을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광고선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4%에 해당한다. 전년 1.5%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액 대비 광고선전비 비중이 증가하긴 했지만 ‘빅3’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적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발란의 경우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385억원을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43.2%다. 머스트잇은 매출 330억원 가운데 157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썼다. 매출액의 47.5%다. 트렌비의 경우 연결기준 매출이 882억원, 광고선전비가 122억원으로 13.8%다. 다만 별도 기준으로 따지면 매출액 대비 광고선전비 비중이 54%까지 불어난다.
비용 절감 구조를 구축한 젠테는 올해 상반기 흑자 경영에도 성공했다. 매출액 약 250억원, 영업이익 약 13억원, 순이익 약 7억2000만원을 달성했다. 2020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순이익까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적자경영 중인 빅3와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부티크 네트워크에서 기인한 소싱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100% 부티크 소싱으로 가품 논란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빅3가 가품 유통 논쟁에 휘말리는 사이 가품 제로를 실현한 젠테가 고객 신뢰도를 쌓은 것으로 풀이된다.
얼리어답터 상품을 소싱해 경쟁 플랫폼에서 조달하지 못하는 상품을 확보한 것도 별도의 광고없이 고객을 유입한 배경으로 꼽힌다. 젠테 관계자는 “올해 500억~6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며 “영업이익률은 4~5%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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