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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로드 투 사우디]'중동 신화' 재현 나선다...새 성장동력 찾는 정기선 사장①스스로 TF 지휘하며 협력관계 물꼬 터… 국가-기업 체질 전환 파트너로

강용규 기자공개 2023-11-13 07:21:55

[편집자주]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내 기업들의 사업기회가 넓어지는 가운데 HD현대는 기업집단의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사우디아리비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관계가 유독 끈끈한 모습이다. 사우디는 범현대 기업들에게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이 '기적'을 남긴 특별한 땅이다. HD현대는 이 땅에서 다시 한 번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사우디와 관련한 HD현대 사업들의 전망과 과제를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칼리드 알 팔리 CEO가 울산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을 방문했다. 당시 현대중공업 기획실의 정기선 총괄부문장 상무가 알 팔리 CEO를 직접 영접했다.

이 만남 직후 현대중공업은 아람코와 사업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정기선 상무는 TF를 지휘하는 한편 실무협상을 위해 사우디를 수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결국 그 해 11월 현대중공업과 아람코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MOU를 체결했다. 이제는 HD현대그룹의 공고한 파트너로 자리잡은 사우디와의 관계가 여기서 시작됐다.

◇사우디 제조업 육성 비전, HD현대에게는 신사업 기회

HD현대그룹은 조선-에너지-건설기계의 3대 사업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이 3대 사업부문은 모두 사우디, 혹은 아람코와 현지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이거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합치고 있다.

조선부문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이 아람코 및 사우디 국영선사 바흐리와 함께 현지 합작조선소 'IMI'를 2017년부터 준비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HD한국조선해양과 아람코, 사우디 투자공사 두수르가 합작한 엔진법인 '마킨(MAKEEN)'이 현지 선박엔진공장 건설에 착공했다.

에너지부문은 대표회사 HD현대오일뱅크가 아람코를 주요 원유 수입처로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암모니아와 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와 관련한 양사 협업관계가 구축돼 있다. 건설기계와 전력기계부문은 최근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본격 개시로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중장비를, HD현대일렉트릭이 변압기를 각각 수주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제조업 육성과 탈석유를 통해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사우디 비전 2030'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사우디 국가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HD현대그룹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통해 중공업의 새로운 사업방식을 검증하려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예를 들어 IMI 조선소와 마킨의 엔진공장을 통해 HD한국조선해양은 그동안 진행해 온 선박 수출사업을 넘어 선박 설계와 엔진 라이선스 등 기술을 수출하는 사업의 상업성을 타진할 수 있다.

HD현대그룹은 지난해 기업집단명을 옛 ‘현대중공업’에서 지금의 HD현대로 변경하면서 "단순히 중공업의 노동 집약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산업의 패러다임이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와의 협력 관계는 중공업 기업집단 HD현대그룹의 체질 전환 교두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정주영 신화' 밑거름으로 키워 온 협력관계

HD현대그룹의 오너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에게 사우디아라비아는 의미가 큰 땅이다. 애초 2015년 체결된 현대중공업과 아람코의 전략적 협력 MOU는 정 사장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추진한 첫 국제사업이다. 그가 같은 해 11월 임원인사를 통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주요 명분이기도 했다.

이후 정 사장은 사우디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2019년에는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독대했다.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앞서서는 2015년 현대중공업을 찾아 정 사장에게 안내를 받았던 칼리드 알 팔리 전 아람코 CEO가 사우디 투자부 장관으로서 한국을 다시 방문해 정 사장을 재차 만났다.

이번 대한민국 경제사절단의 사우디 방문을 앞둔 9월 야시르 오스만 알 루마이얀 아람코 회장 겸 사우디 국부펀드 총재가 방한했을 때도 정 사장을 찾았다. 네옴시티를 계기로 사우디와 한국 기업의 경제적 접점이 갈수록 넓어지는 현 시점에서 정 사장은 재계의 주요 인사들 중 제일 가는 '사우디 통'으로 꼽힌다.

2019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의 방한 당시 정기선 HD현대 사장(당시 부사장)이 단독으로 만나 대화하는 모습. (사진=사우디아라비아 프레스 에이전시)

이처럼 정 사장이 사우디 최고위층과의 관계를 다지는 사이 HD현대그룹과 사우디의 협력은 최초 합작조선소에서 합작 엔진공장, 아람코의 HD현대오일뱅크 지분 17% 인수(1조3749억원), 차세대 에너지 사업 발굴, 건설기계 수출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범현대가 경영인들에게 사우디는 기적의 땅이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은 1976년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만 건설을 진행하면서 공기를 지키기 위해 철골 구조물을 한국에서 만든 뒤 배로 사우디까지 실어 나르는 등 위험천만한 과정을 거쳐 사업을 완수했다. 주베일 공사는 20세기 최대 토목 공사로 꼽히는 사업으로, 이를 통해 1970~1980년대 국내 건설사의 중동 붐이 시작됐다.

자연히 정 명예회장의 손자 정 사장의 사우디 관련 행보는 할아버지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정 사장은 오히려 정 명예회장의 신화를 사우디와의 관계 구축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정 사장은 2016년 IMI 조선소가 세워질 사우디 킹살만 지역의 조선산업단지 선포 행사에 참석해 "40년 전 현대그룹이 주베일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그룹 성장은 물론이고 사우디 산업발전에 기여한 것을 본보기로 삼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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