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루닛 IPO 뒷이야기 "회사는 좋고, 대표는 힘들다" '컴업 2023' 개막, 박재욱 대표·백승욱 의장 참석…상장 후일담, 진솔한 조언 '눈길'
이영아 기자공개 2023-11-09 08:49:29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 입장에선 기업공개(IPO)는 좋은 선택지다. 반대급부로 대표는 힘들다.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박재욱 쏘카 대표는 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 2023'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컴업 2023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다. 박 대표는 백승욱 루닛 의장과 함께 퓨처 세션에 참석해 'IPO를 넘어선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주제로 상장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쏘카와 루닛은 지난해 여름 나란히 증시에 입성했다. 두 기업은 지난해 투자 혹한기로 IPO 시장이 얼어붙었음에도 정면돌파를 택해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쏘카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 참패를 맛본 뒤 공모가를 자체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이후 '기대반 우려반' 분위기 속에서 상장을 강행했고, '1호 유니콘 특례상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 대표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시장 환경과 비즈니스모델(BM)을 고려했을 때 IPO를 하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었다"면서 "상장 회사라는 타이틀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쏘카는 차량 운영 이익과 매각 차익이 주된 BM"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좋은 신용등급, 낮은 조달금리로 많은 자본을 유입하기 위해선 IPO가 최선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루닛의 백승욱 의장은 "투자를 줄이면서 생존모드로 갈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정공법을 택할지 고민이 있었다"라며 "여전히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프라이빗 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을 지키며 펀드레이징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면서 "상장하면 선택할 수 있는 자금조달 옵션이 굉장히 다양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밸류를 많이 낮추더라도 IPO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IPO 이후 많은 변화를 체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기업의 본질은 이익을 많이 창출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쏘카가 얼마만큼 순이익을 잘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전략과 미래를 설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플랫폼 이용자를 바탕으로 한 확장성, 다른 서비스 라인업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었다"며 "IPO 당시 이야기했던 전략을 지금도 잘 수행하며 회사를 변화시켜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백 의장은 "펀드레이징 측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며 "최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의 소속감과 자부심이 많이 올라가는 것도 장점"이라며 "또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회사의 지속가능성·안정성을 설득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변화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다. 박 대표는 "3개월마다 공시를 하고, 주주들과 소통하는 등 비상장 기업일 때 겪지 못한 어려움도 있더라"며 "회사는 좋고, 대표는 힘들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3개월마다 성적표를 제출하는 상황에 적응하고, 시장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데 1년이 걸린 것 같다"며 "지금도 주주, 시장과 소통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상장회사는 비상장회사와는 다르게, 우리가 취하는 액션 하나하나들에 대해 시장에서 어떤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라며 "시장에서 미리 판단하기 전에 회사 입장에서 맥락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시장과의 소통을) 좀 더 잘하기 위해서, 관련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증시 입성 과정에서 느꼈던 애로사항도 전했다. 백 의장은 "나스닥 상장도 선택지로 고민하다, 코스닥 상장을 결정했다"면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참여했던 미국 투자사가 IPO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국내 증시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에서 한국만 그렇더라, 제도적으로 아쉬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IPO 입성을 고민하는 후배 창업가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박 대표는 "상장사가 됨으로써 얻게 되는 장점이 비상장사일 때 장점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에 확신이 생겼을 때가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그는 "IPO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최악"이라며 "투자자 엑시트 해줘야지, 창업자 돈 벌어야지 등의 접근 방식은 좋지 않을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백 의장은 "비상장사일 땐 지속가능성에 대해 많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면서 "인수합병(M&A)으로 엑시트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상장사는 지속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주들과 함께 가는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20년, 30년 가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단단한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IPO에 나서는 것은 회사에도 안 좋고, 주주들에게도 못 할 짓"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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