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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차기 리더는]박진회 전 씨티은행장 '구조조정·디지털금융' 결단력 장점점포 3분의 2 없애고 IB·WM·디지털 강화… 금융지주 출신 후보에 비하면 중량감

김영은 기자공개 2023-11-13 08:20:28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0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사진)이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하마평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던 깜짝 후보다. 박 전 행장은 6년간 한국씨티은행장을 역임하며 특유의 결단력으로 난관을 극복해 온 인물이다. 행장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금융계에 몸담으며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최근 대내외 변수로 은행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불안정하다. 이런 가운데 은행연합회장장의 역할론에 힘이 실린다. 단순히 은행권과 당국의 연결고리를 넘어 은행권 전체를 둘러싼 리스크 요인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박 전 행장의 이력이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다는 평가다.

박 전 행장은 과거에도 거물급 인선에 여러 차례 거론됐던 인물이다. 3년 전 14대 은행연합회장 인선 당시에도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었다. 다만 후보군에는 발탁되지 않았다. 2021년 2월에는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군에 올랐고 최종 선정에서 불발됐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간 출신에 금융지주 회장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게 이번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의 특징이다. 의외의 상황 속에서 박 전 행장이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최종 후보군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전 행장은 1957년 전남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시카고대 MBA를 취득했다. 영국 런던 정경대(LSE) 경제학 석사(MSc)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4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하며 금융권에 첫발을 디뎠다.

박 전 행장은 미국 출신의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이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큰 공을 세웠다고 평가받는다. 박 전 행장은 2001년 한미은행 기업금융본부장, 2002년 재무 담당 부행장을 거쳐 2004년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으로 승진했다. 2007년에는 기업금융그룹장으로 발탁돼 7년여간 씨티은행 IB 부문을 이끌었다. 이를 발판으로 2014년 한국씨티은행 은행장으로 취임해 2020년 10월까지 자리를 지켰다.

◇위기 속 결단력 강한 리더십...디지털금융 선구자 역할도

박 전 행장의 대표적인 경영 성과는 2017년 단행한 대규모 지점 통폐합이다. 박 전 행장은 당시 수익성 악화 일로를 걷던 씨티은행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126개 영업점 중 90개를 없애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노동조합이 즉각 반발했으나 결단과 협상의 리더십으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박 전 행장은 사내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영업점 통폐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행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노조 측에 폐쇄 영업점 수를 일부 줄이고 고용 보장과 근무 여건 개선 등의 조건을 제시해 갈등을 극복했다.

박 전 행장은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중심으로 남은 점포들을 자산관리 영업점으로 전환했다. 소비자금융을 축소한 대신 강점이었던 기업금융(IB)도 확대했다. 선진 IB 경험을 바탕으로 굵직한 인수합병(M&A) 딜(Deal) 등을 주선했던 영업력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14년 1121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2942억원으로 불어났다.

박 전 행장은 디지털금융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2016년부터 디지털 역량 확대에 앞장섰다. 은행, 카드로 구분됐던 앱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공인인증서 없는 뱅킹 거래를 제공하는 앱 ‘뉴 씨티 모바일’ 출시하며 큰 이목을 끌었다.

씨티은행은 2021년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하고 현재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소매 금융 철수한 상태다. 이후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기업금융의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다.

박 전 행장은 씨티은행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금융권에서의 활동을 지속해 왔다. 2020년에는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다. 2021년 4월에는 토스뱅크 이사회의 사외이사로 선임되었다.

현재 박 전 회장은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2022년 3월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에 처음 선임돼 이사회 산하 미래전략위원회, 인사평가보상위원회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금융지주 회장 대거 포진에 경쟁력은 '글쎄'

다만 박 전 행장은 금융지주 회장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박 전 행장이 은행연합회장이 주로 뽑아온 관료 출신도 아닐뿐더러 이번 후보군에 금융지주 회장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씨티은행은 몇년 전 국내에서 소매금융 철수를 단행했다.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등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한 은행들이 주요 구성원이다. 소매금융 관련 다양한 현안을 조율하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자리인 은행연합회장에 씨티은행장 출신은 적합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후보군에 민간 출신이 대거 올라온 만큼 민간 쪽에 기회가 있겠지만 외국계 은행보다는 금융지주 출신 쪽에 힘이 실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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