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차기 리더는]다양한 경쟁구도 만들어진 2023년은행 출신 5명, 관료 거친 CEO 1명 등 6명…금융지주 회장 출신 다수 역대급 라인업
고설봉 기자공개 2023-11-13 08:19:28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0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변이 만들어졌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출을 위한 1차 후보군(롱리스트)이 압축된 가운데 관 출신 인사의 영향력이 희미해졌다. 과거부터 은행연합회장 자리는 관 출신 인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10일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롱리스트 6명을 결정했다.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상 가나다순)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윤종규 회장은 롱리스트 발표 이후 회장 후보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6명의 롱리스트 가운데 5명이 은행을 중심으로 경영활동을 펼쳐왔던 현역들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은행과 금융지주사 등에서 CEO 자리까지 오르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온 명장들이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허물어진 ‘관 vs 민간’ 경쟁구도
첫번째 경쟁 구도는 관 출신 인사와 민간 출신 인사간 대결이다. 그동안 은행연합회장은 관 출신 인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통상적으로 은행연합회장은 은행권을 대표해 정부 및 금융 당국과 소통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관료 출신이 적합하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실제 역대 14명의 은행연합회장 중 민간 출신은 4명뿐이었다. 항상 경제관료 중심으로 연합회장이 선출되는 모습이 강했다. 역대 4명뿐인 순수 민간 출신 회장들도 대부분 정치권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합회장 선출 과정에선 과거 관 출신과 민간 출신간 경쟁 구도가 희미해졌다. 6명의 롱리스트 가운데 5명이 순수 은행 출신의 전현직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로 구성됐다. 기획재정부 등을 거쳐 CEO로 금융권에 진입한 이른바 관출신 인사는 1명 뿐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국민은행장을 거쳐 KB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현역 CEO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신한은행장을 거쳐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도 은행원 생활을 거쳐 CEO까지 오른 내부 인사다.
손병환 전 NH금융지주 회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도 모두 은행원 출신으로 CEO에 오른 인물들이다. 다만 정치권과 관계돼 비은행 기관장 등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앞선 3명의 후보들과 결이 다르다. 또 NH금융과 기업은행이 특수목적을 띈 특수은행과 국책은행이란 점에서 시중은행장 출신들과 구분된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관 출신 인사로 구분된다. 그는 2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자금시장과장 등을 거쳐 2007년엔 재정경제부 제2차관을 지냈다. 2010년 8월부터 KB금융지주 사내이사 겸 사장을 지낸 뒤 2013년 7월 KB금융지주 회장에 선출됐다. 2014년 9월까지 약 1년 2개월간 회장직을 수행했다.
◇리딩금융 경쟁 펼친 ‘윤종규 vs 조용병’ 연합회장 놓고 다툰다
관심을 모으는 경쟁 구도는 리딩금융 경쟁을 펼치던 금융권 대표 수장간 경쟁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간 경쟁은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출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있다.
윤 회장과 조 전 회장은 가장 최근까지 리딩금융을 두고 경쟁하던 사이였다.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지주사 수장으로 약 6년여간 경쟁을 펼쳤다. 그 이전 은행장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8년 이상 경쟁 관계에 있었다.
둘 사이 경쟁은 201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KB국민은행장과 KB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했다. 이후 2017년 12월 부터 본격적으로 KB금융지주 회장 역할에 전념했다. 조 전 회장은 2015년 3월 신한은행장에 취임했다. 이후 2017년 3월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2015년 조 전 회장이 이끌던 신한은행은 순이익 규모에서 국민은행을 크게 앞서 나갔다. 그러나 윤 회장이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한 2017년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매년 크게 압도하며 격차를 벌렸다.
2017년 하반기를 지나면서 전장은 지주사로 바뀌었다. 2017년 3월 조 전 회장이 신한지주 회장에 취임하고 그해 12월 윤 회장이 은행장 겸직을 내려놓으면서 KB지주 회장 역할에만 전념했다. 2017년에는 신한지주가 KB지주에 비해 순이익 규모에서 뒤쳐져 있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전세가 역전됐다. 조 전 회장이 경영 효율성과 수익성을 지속 개선하며 KB지주를 앞서 나갔다. 특히 잇따른 비은행 자회사 인수합병(M&A) 및 자산확대의 결과 신한지주의 순이익이 크게 불어났다. 2019년까지 신한지주의 우위가 계속됐다.
윤 회장도 고삐를 죘다. 신한지주에 맞서 비은행 자회사 M&A를 통해 볼륨을 키웠다. 마침내 2020년부터 KB지주가 순이익 측면에서 신한지주를 넘어섰다. KB지주의 우위는 2021년까지 계속됐다.
승부는 지난해 다시 뒤바뀌었다. 조 전 회장이 이끄는 신한지주가 역대 최대 순이익 기록을 갈아치우며 KB지주를 따돌렸다. 신한지주는 4조642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4조4133억원을 기록한 KB지주를 앞섰다. 다만 지난해 말 조 전 회장이 용퇴를 선언하면서 두 CEO간 경쟁은 막을 내렸다.
올해 조 전 회장과 윤 회장간 경쟁은 은행연합회장 선출을 계기로 재점화됐다. 향후 3년간 국내 리딩 금융 자리를 놓고 역량과 경륜, 리더십 등에서 직접 경쟁을 펼쳤던 두 베테랑들이 또 다시 전장에 섰다.
◇KB금융 ‘전임자 vs 후임자’ 경쟁…국민은행 표심은 어디로
또 다른 경쟁구도는 전임자와 후임자간 펼쳐질 대결이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옛 KB사태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임 전 회장은 ‘KB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윤 회장은 KB사태를 수습한 수장으로 기록된다.
2014년 발생한 KB사태는 임 전 회장에겐 불운이었다. 반면 윤 회장에겐 새로운 기회를 연 하나의 계기였다. 임 전 회장은 2014년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과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후 내분으로 비화되면서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모두 금융 당국의 중징계를 받아 물러났다.
사태의 수습을 위해 구원투수로 발탁된 인물이 윤 회장이다. 윤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역할을 겸직하면서 빠르게 조직을 안정화시켰다. 이어 은행업 본원 경쟁력 강화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 등을 통해 KB금융을 1등 금융지주로 재탄생시켰다.
전 현직 KB지주 회장이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출에서 경쟁하게 되면서 국민은행의 표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후보를 선출하는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5대 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11개 회원사 은행장으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표심이 누구를 향할지 관심이 커진다.
◇100% 관출신 없지만…정치권 지지받는 인물은 있다
이번 롱리스트 가운데 관 출신이 적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에 따라 관치논란은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치권과 밀착해 은행 울타리 밖에서 이력을 쌓아온 인물들이 있다. 이른바 신관치 시대 또 다른 차원의 관치가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롱리스트 가운데 관 출신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다. 그는 2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자금시장과장 등을 거쳐 2007년 7월 재정경제부 제2차관을 지냈다. 2010년 8월부터 KB금융지주 사내이사 겸 사장을 지냈다. 2013년 7월 KB금융지주 회장에 선출된 뒤 2014년 9월까지 임기를 수행했다. 현 시점에서 금융위원회 등 당국의 지지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은 은행원의 길을 걷다 다양한 외부 활동으로 영역을 넓힌 인물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기업은행장을 역임한 뒤 정치권으로 투신했다. 2015년 YTN 사장을 거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마케팅부문 비상임특별위원으로 활동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맡았었다. 올해 초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한편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5대 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11개 회원사 은행장으로 구성돼있다. 이사회는 11월 중 차기 회장 후보군을 좁힌 후 최종 후보자를 뽑아 22개 정회원사가 참여하는 회원총회에 올린다. 총회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으면 차기 회장이 확정된다. 은행연합회에 소속돼 있는 금융사는 57개로 정회원사가 23개사, 준회원사는 34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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