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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카카오모빌리티, 생존 위해 미래 '양보'…수수료 '인하'실질 수수료율 종전 5%→3%대로, 업계 의견 전향적 반영…"미래서비스 투자 제약"

이지혜 기자공개 2023-11-15 10:32:29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12: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결국 가맹택시 수수료를 인하하라는 업계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동안 가맹택시 수수료가 글로벌 수준이라며 꿈쩍않던 카카오모빌리티였지만 택시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연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콜 몰아주기’ 의혹 등을 해소하기 위해 배차 시스템을 개편하고 알고리즘도 단순화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로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야 막 수익을 내고 있는 단계인 데다 적잖은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업계 요구를 우선 반영하겠지만 이로 인해 미래투자에 제약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김 창업자는 전일 열린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에게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김 창업자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생존을 위해 미래투자를 양보하기로 결단을 내렸다는 의미다.

◇긴급 간담회 직후 업계의견 전향적 반영, 수수료율 ‘낮춘다’

14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13일 서울 강남구 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관과 경기도 성남시의 한 호텔에서 택시업계와 긴급간담회를 진행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택시업계 4단체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은 물론 가맹택시 업계 대표(한국티블루협의회)를 모두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회의는 장시간 이어졌다. 오후 2시경부터 시작한 회의는 저녁 7시가 넘도록 진행됐다. 그런데도 류 대표가 간담회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는 앞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입장문에 담은 약속이기도 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류 대표가 직접 대화의 자리에 참석해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비록 간담회가 열린 것은 하루였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결단은 빨랐다. 이날 저녁 9시경 보도자료를 내고 택시 가맹서비스를 새로 출시하기로 했다. 신규 택시 가맹서비스는 실질 수수료를 3% 이하로 내리는 게 핵심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을 별도로 맺고 이를 통해 실질 수수료를 4~5%가량 취득하고 있다. 가맹계약에 따라 운수회사가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에 운임의 20% 정도를 수수료로 지불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업무제휴계약에 따라 광고노출, 데이터 제공 등의 대가로 16%가량을 되돌려 주는 식이다.

신규 택시 가맹서비스가 출시되면 택시기사들이 실질적으로 지불하는 택시 가맹수수료가 종전 대비 1~2%p(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지속된 논란으로 택시 가맹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며 “다만 현재 5만명 이상의 기사가 기존 가맹 시스템 체계에 가입돼 있어 이를 일괄 변경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저렴한 수수료’가 적용된 새로운 택시 가맹서비스를 마련하는 게 택시 기사의 부담을 최소화할 가장 빠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실질 수수료가 3%보다 낮게 설정된 새 가맹 서비스 상품을 연말까지 마련하고 기존 택시 사업자도 신규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또 배차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에만 콜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말까지 새로운 택시 매칭 시스템을 구축하고 복잡한 매칭 알고리즘도 단순화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류 대표는 “택시 매칭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개편 작업에는 외부 전문가와 택시업계도 참여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단체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도 참여하는 ‘택시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택시산업발전협의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앞서 밝힌대로 가맹 수수료율 인하와 배차시스템 개선을 비롯해 가맹운영 구조 변경, 근무환경 개선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오픈 플랫폼을 지향키로 한 만큼 관련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최종안이 마련된 건 아닌만큼 카카오모빌리티는 2~3주 뒤에 다시 간담회를 개최해 택시산업발전협의회 구성을 끝내고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생존 위해 미래 양보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생존을 위해 미래를 양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수익성이 좋지 않은 데다 현금곳간은 넉넉지 않고 투자할 곳 많은 카카오모빌리티로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보도자료에서 “이런 조치로 현행 가맹택시에 적용되는 시스템뿐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각종 미래서비스에 대한 투자 제약 등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택시업계의 의견을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흑자를 내기 시작한 건 올해로 3년째다. 창립 이후 2020년까지 줄곧 적자를 내다 2021년 들어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2%대로 높은 편이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17억원이다.

총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많아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지만 향후 투자규모를 고려하면 곳간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순현금은 상반기 말 연결기준으로 3000억원에 못 미친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CAPEX가 100억대였지만 2020년부터 200억원대로, 지난해에는 400억원에 가까운 규모가 됐다.

연구개발에 들이는 비용도 적잖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상반기에만 344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지난해 615억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쓴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구개발비용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런 결단을 내린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 등 정치권은 물론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검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카카오그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일부 수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런 길을 택했다는 의미다.

김 창업자의 결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창업자는 전일 오전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열린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에게 “모든 서비스와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올해 말에는 가시적인 방안 몇 가지를 내고 내년에는 많은 일이 일어나도록 달려볼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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