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고속성장의 명암]'업계 선수'로 뭉친 임직원…의사결정 속도 '초격차'①업계 1위 이익 '최대 원동력'…리스크 관리 자신감에 한계기업 공격적 접근
양정우 기자공개 2023-11-22 13:53:47
[편집자주]
'메리츠'는 금융 혁신의 아이콘이다. 고도의 효율화에 사력을 다한 결과 메리츠증권은 당기순이익 1위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성장엔 생채기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명암을 뚜렷하게 드러낸 게 바로 사모 메자닌 투자 관련 의혹이다. 더벨은 메리츠증권의 메자닌 투자에서 읽을 수 있는 고속 성장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업의 성패를 가르는 건 결국 사람이다. 메리츠증권의 가장 큰 강점은 실무진은 물론 임원진 라인업에 소위 업계의 '선수'가 결집해있다는 점이다.수익 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날고 기는 인력이 모였으니 의사결정은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게 당연하다. 경쟁자가 밀집한 투자 환경에서 속도는 막강한 경쟁력이다. 전문가 집단이기에 때로는 외부에서 파격적이라고 말할 만큼 과감한 리스크테이킹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시장 플레이어가 지나칠 수 있는 투자 기회도 좀처럼 놓치지 않고 있다.
◇메리츠 간판, 한발 빠른 투자 대명사…파격적 보상책, 업계 선수 집결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증권과 화재를 상장폐지하고 지주 아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공시했다. 그룹이 '원 메리츠' 전략을 단행한 지 1년이 가까운 시점에 핵심 성과로 내세우는 게 바로 한층 더 빨라진 의사결정의 속도다. 신속한 판단과 집행은 그간 메리츠 간판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하우스의 색깔이다.
딜에 확신을 가진 실무자 입장에서는 삼중, 사중의 보고 체계와 느긋한 투자심의위원회의 스탠스가 답답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 치열한 자본시장에서는 투자 기회가 늘상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급 시장 플레이어로서는 메리츠증권이 최적의 투자 여건을 보장하는 직장이자 딜을 성사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여겨져왔다.
메리츠증권의 의사결정 속도가 속전속결인 이유는 무엇일까. IB업계에서는 딜을 발굴하는 실무 인력은 물론 결정에 책임을 지는 본부장급 인사까지 모두 업계 선수로 구성돼있는 데 주목한다.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가 주를 이루는 만큼 딜 구조와 상황에 대한 파악이 빠르고 이익과 손실 가능성에 대한 개개인의 확신도 크다.
통상적으로 매주 2회씩 투심위를 개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각 부서가 안건으로 올린 딜을 놓고 투자를 검토하는 자리다. 순차적 보고 체계를 거칠 필요없이 이 자리에서 즉각 의사결정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새 투자 결정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만큼 속도전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그만큼 모두가 원하는 딜을 더 빠르게 낚아챌 수 있다.
선수로 불리는 인사가 너도나도 메리츠증권으로 향한 건 파격적 보상책 덕분이다.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투자와 기업 담보대출, 사모 메자닌 등으로 IB 사업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딜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높게는 사업수익의 5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당근책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하이 리턴'식 성과급 제도를 앞세워 성과를 내면 확실하게 보상해준다는 경영 철학을 업계에 확실하게 인식시켰다.
결과적으로 수익 창출의 베테랑이 몰려온 건 메리츠증권이 고속 성장을 하는 데 최대 원동력이 됐다. 이 증권사는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으로 8280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기존 강자를 모두 제치면서 단숨에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투자 기관 사이 역선택 수두룩…한계기업도 투자 타깃 '수익 올인'
부동산 PF, 기업 담보대출, 사모 메자닌 등 각 영역의 전문가가 모인 만큼 돈을 벌 기회를 발굴하는 능력도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모 메자닌 의혹의 진원지인 이화전기 BW는 메리츠증권이 단행했던 이례적 투자 행보의 한 사례일 뿐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거래정지 전 주식매도 의혹과 몇몇 임원의 개인 일탈을 차치했을 때 다른 경쟁사는 접근하기 어려운 딜을 늘상 구상해왔다.
근래 들어 대표적 사례로는 메리츠증권이 롯데건설에게 제공한 구조화금융이 꼽힌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불거진 위기론에도 누구보다 발 빠르게 1조5000억원 상당의 재원을 마련했다. 롯데건설의 PF 우발부채가 1조원을 상회했으나 그룹 차원의 지원 여력에 후한 점수를 주면서 백기사 역할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20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가 정지됐을 때도 메리츠증권은 역선택에 나섰다. 당시 최규옥 회장은 한국증권금융을 비롯해 13개 기관에 지분 12.92%를 담보로 제공한 후 1100억원을 차입했었다. 그 뒤 거래 정리라는 대형 이벤트가 발생했고 이 주담대를 이어받은 게 메리츠증권이었다.
추가 담보(115만7010주)를 받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재개 가능성에 베팅했다. 메리츠증권과 최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계약 이자율은 6.5%였다. 이전 기관과 체결했던 3% 안팎의 이자율보다 훨씬 높다. 이런 시장 곳곳에 자리잡은 고수익의 기회를 샅샅이 발굴해 나가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당시 오스템임플란트 전환사채(CB)를 쥐고 있던 운용사 중에서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하지 않고 CB 보유를 선택한 곳이 적지 않다"며 "상장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비상장주식으로서 가치가 작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리츠증권이 주담대 기회를 파고들자 역시 선수라는 평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은 사모 메자닌 투자 과정에서 평판에 민감한 타 증권사와 달리 유독 부실기업과 한계기업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왔다. 이런 행보도 투자 전문가 집단으로서 자신감이 피력된 결과로 풀이된다. 딜을 놓고 리스크와 리턴이 아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지양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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