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근 더블유씨피 대표 "2년 내 매출 2배 이상 성장, 설비투자 과실 거둔다" [Pe&People] "전고체 양산 시기상조, 일본 자본도 유용하게 활용해야"
충주(충북)=감병근 기자, 남준우 기자 공개 2023-11-16 08:14:41
[편집자주]
사모펀드 운용사에게 피투자회사의 C레벨은 야전사령관이다. 펀드 운용의 지향점을 공유하고, 투자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동시에 실무에서 밸류업 상승을 이끌어 내야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펀드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더벨은 PE 포트폴리오기업 C레벨이 그리는 밑그림과 전략, 향후 계획을 자세히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더블유씨피(WCP)는 이차전지 4대 소재인 분리막 제조에서 가장 탄탄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높은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분리막 제조시장에서 기술력을 토대로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주요 기업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최원근 WCP 대표이사(사진)는 우여곡절 끝에 WCP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향후에도 WCP의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장기 수주가 확보된 가운데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에서 새 라인이 가동을 시작한다. 헝가리 공장도 2025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분리막 분야의 미래도 밝다고 전망했다. 단기간 내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가능성이 낮은 만큼 분리막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이란 설명이다. 의류소재 등으로 분리막 활용 분야도 다양화할 계획을 세워뒀다. 최근 5년여간 집중적으로 이뤄진 설비투자가 성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현 시점이 WCP 투자 적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 자금으로 국내 대규모 투자, ’극일(克日) 넘어 용일(用日)’의 자세 필요
최 대표가 이차전지 분리막 사업에 발을 들이기로 결심한 건 20여년 전이다. 당시 분리막은 세계적으로 일본의 소수기업만 생산이 가능한 기술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로 여겨졌다.
최 대표는 노력 끝에 세계에서 3번째로 분리막 개발에 성공했고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았다. 하지만 국내 투자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제대로 된 검증 절차도 없이 신생업체가 분리막 생산에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최 대표는 국내 투자금 모집에 실패하면서 분리막을 가장 잘 아는 일본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본 투자사들은 100년 역사를 지닌 배터리 제작업체인 히타치를 통해 기술력을 검증했고 곧 투자를 결정했다.
WCP의 지주사 더블유스코프(W-SCOPE)가 일본 내에서 다양한 형태로 확보한 투자금 규모는 총 40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더블유스코프의 기업공개(IPO) 역시 일본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 자금을 활용해 생산시설을 국내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비용적 측면 등을 내세워 국내 시설투자에 대한 일본 투자자의 동의를 끌어내는데 성공했고 충북 충주가 WCP 공장 입지로 확정됐다. 현재 충주에 위치한 WCP는 1000여명의 인력을 고용 중이며 분리막 공급을 통해 국내 배터리 산업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WCP가 일본 자본을 잘 활용한 국내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 대표는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상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할 당시 아베노믹스 등의 영향으로 금리 부분에서 크게 유리한 면도 있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동등한 입장에서 극일을 넘어 일본을 활용하겠다는 용일의 태도를 지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설로 보장된 실적 성장, 2년 내 매출 2.6배 확대 가능
WCP는 내년에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충주 공장의 7~8라인이 가동을 시작하며 당장 매출이 20%가량 성장할 것이 확실하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WCP는 삼성SDI 등 주요 고객사와 장기 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최근 증설 역시 이를 반영해 이뤄진 것으로 생산역량 확대가 고스란히 실적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최근에는 삼성SDI 외에 다른 대형 배터리 제조업체로부터 대규모 수주 확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025년에는 충주공장 이상의 생산역량을 갖춘 헝가리공장이 가동에 들어간다. 헝가리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생산라인이 현재 6개에서 16개로 확대되며 매출은 현재의 2.6배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공장 건립도 가시화된 상황이다.
최 대표는 WCP가 이러한 증설 과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WCP는 작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574억원, 영업이익 58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2.5% 수준으로 올해도 20%대 영업이익률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WCP가 공급하는 분리막이 타업체 제품 대비 높은 품질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WCP가 분리막을 공급하는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는 벤츠, BMW 등 고급 브랜드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대표는 “고급 차량 시장은 명품 시장과 마찬가지로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고급 차량용 제품을 주춧돌로 삼아 신규 거래선을 확보하며 시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은 기약 못해, WCP 투자 적기 확신
최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가 단기간 내에 양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이뤄진 이차전지다. 발화가능성이 낮고 에너지 밀도는 높아 ‘꿈의 이차전지’로도 불린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인 만큼 분리막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이에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가능성은 분리막 제조업체에게는 장기 악재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러한 우려가 너무 앞서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 대표는 이론적 기술 개발과 양산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50년 전부터 암 정복이 가능하다는 이론이 있었지만 아직도 인류는 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엔지니어 입장에서 볼 때 전고체 배터리 이야기는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2030년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을 4%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에도 여러 형태가 있으며 분리막을 사용하는 종류도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최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용 분리막을 개발하고 있고 추후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어텍스를 대신한 의류소재로 분리막을 활용하는 방안도 한 벤처기업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러한 흐름을 볼 때 지금이 WCP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WCP는 일본 초기 투자에 이어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노앤파트너스 등의 투자를 받아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5년여 동안 집중적 투자 덕에 이제는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시기가 왔고 주가가 아직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이차전지 관련 투자를 긴 호흡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이차전지 설비 투자는 보통 4~5년 뒤에 매출에 본격적으로 기여를 한다”며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처럼 장기투자로 높은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금의 WCP를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는 고사성어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초나라 시절 화씨가 세 왕에 걸쳐 옥을 진상한 끝에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원근 WCP 대표이사 프로필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졸업
△1990.06~1995.02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마케팅
△1995.03~2000.05 삼성전자 AMLCD총괄 상품기획
△2000.05~2005.07 와이드 부사장
△2016.10~2021.02 더블유스코프, 더블유스코프코리아, 더블유씨피 대표이사
△2021.03~ 더블유스코프, 더블유씨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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