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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L/O 물질 돌려받은 보로노이, 주력 자산 '따로 있다' 2년 전 미 바이오텍에 기술수출한 물질 권리 반환…"재무 영향 없다"

차지현 기자공개 2023-11-21 12:47:52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15:5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로노이가 미국 바이오텍에 기술수출했던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이 반환됐다. 2년 전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한 물질이다. 약물의 효능이나 안정성의 문제가 아닌 파트너사의 개발 전략 변화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기술수출 당시 선급금(업프론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당 계약은 이제껏 보로노이가 성사한 기술수출 계약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로써 상장 당시 제시했던 매출 목표치 달성이 더욱 멀어지게 됐다.

다만 보로노이 측은 이번에 돌려받은 물질은 핵심 파이프라인이 아닌 데다 계약금 반환 의무도 없어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관심은 최근 국내 규제당국의 임상 허가를 획득한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에 쏠리는 분위기다.

◇약물 문제 아닌 파트너사 개발 전략 변화 원인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지난달 24일 미국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08'에 대해 기술계약 해지 통보(Termination Letter)를 수령했다.

VRN08은 세포주기(Cell cycle) 조절인자인 MPS1 인산화효소(Kinase)를 억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후보물질이다. 앞서 보로노이는 2021년 11월 피라미드와 VRN08를 전임상 단계에서 최대 1조293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업프론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피라미드는 미국 화이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스위스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에서 면역항암제 '옵디보' 등 개발과 시판허가를 이끈 전문가들이 모여 2015년 보스턴에 세운 업체다. 계약 당시 피라미드는 VRN08을 난치성 유방암 및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이번 계약 해지가 VRN08의 효능이나 안정성의 문제가 아닌 파트너사의 개발 전략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텍 자금 조달 혹한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피라미드가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보로노이로부터 VRN08을 도입할 때만 해도 피라미드는 이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웠다. 보도자료를 통해 "VRN-08는 계열 내 최고(Best in Class)"라며 "조만간 임상에 돌입하길 기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 전과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역량을 모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중국 바이오텍으로부터 TROP2 타깃 ADC 치료제 'PBI-410' 기술을 도입했는데 도입 시점으로부터 일 년 내 임상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VRN08과 같은 전임상 단계 물질이지만 개발 단계에 좀 더 빠른 파이프라인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로노이 측은 "현재까지 연구 및 개발 관련 자료를 검토한 후 추가 개발 혹은 중단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상장 매출 목표치 '126억'과 괴리↑, 다음 후보군 눈길

이번 계약 해지로 보로노이는 설립 후 처음으로 기술수출 물질을 돌려받은 사례를 썼다. 특히 작년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에 보로노이는 VRN08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핵심 파이프라인'이라고 기재했다. 이제껏 보로노이가 성사한 기술수출 계약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기도 하다.

이로써 상장할 때 제시했던 매출 목표치 달성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당시 보로노이가 약속한 올해 매출은 약 126억원. 기존 기술수출 계약에서 18억원, 새롭게 체결하는 계약에서 108억원이 나올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대로 기술수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3분기까지 아직 수익을 인식하지 못했다. 여기에 임상 1상에 진입하면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던 VRN08까지 반환되면서 추정치와 더욱 멀어지게 됐다.

다만 보로노이 측은 "이번 계약 해지에 따른 계약금 반환 의무도 없고 계약상 받을 금액은 다 받았다"면서 "현재 핵심 파이프라인이 아닌 만큼 재무적인 영향을 없다"고 했다. 상장 시점과 비교해 주요 파이프라인의 개발 단계가 진척되면서 핵심으로 내세우는 자산에 변화가 생긴 모습이다.


자연스레 시장의 관심은 주력 파이프라인에 쏠리는 분위기다. 현재 주요 파이프라인으론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07'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11'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10'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회사 내부적으로 가장 기대가 큰 물질은 VRN11로 파악된다.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 등 기존 3세대 폐암 EGFR 표적치료제 내성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인자 'C797S'를 타깃하는 4세대 표피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폐암 치료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를 승인받았다. 뇌전이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폐암 환자군에서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이 높다는 점을 임증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그리소 이후 EGFR 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타그리소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약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VRN11은 전임상에서 경쟁 약물 대비 독성이 적고 약효가 높게 나타나 업계에서도 주목하는 파이프라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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