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은 지금]고부가 신성장 동력 FC-BGA, 중장기 성장 관건①내년부터 신제품 효과 기대, 2030년 1조 매출 전망
김도현 기자공개 2023-11-20 13:09:17
[편집자주]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LG이노텍이 올해 들어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이 흔들린 영향이다. 애플이라는 초대형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우려 요소다. 이같은 상황에서 매출처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돌아올 경제 회복기를 맞이하기 위한 LG이노텍의 현재와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6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이노텍의 신성장동력인 고부가 반도체 기판 사업이 가시화하고 있다.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가 대상이다.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만들어낸 결과물이다.이제 관건은 이미 형성된 공급망에서 얼마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지다. 당장은 전방산업 업황이 좋지 않아 순탄하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후발주자지만 관련 기술력을 갖춘 점, 제품 자체의 잠재력이 큰 점 등은 중장기적으로 LG이노텍의 연착륙을 기대케 하는 요소다.
◇구미 4공장, 예정대로 연내 생산 돌입할 듯
인쇄회로기판(PCB)으로도 불리는 반도체 기판은 패키징 공정에서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PCB는 이름 그대로 회로가 새겨진 판대기로 도체와 절연체가 적층된 구조로 이뤄진다. 역할은 외부 충격을 보호하고 전자기기와 반도체를 연결해준다. 해당 패턴이 반도체에 그려진 회로와 연결고리가 된다.
FC-BGA는 PCB의 일종으로 현시점에서 가장 고부가로 평가받는다. 기존 기판은 와이어를 통해 이어지는데 FC-BGA는 솔더볼이라는 공 모양 부품이 연결한다. 줄 형태로 입출력(I/O) 단자를 형성할 때보다 더 많은 연결고리가 생기고 칩과 기판 간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우수한 성능으로 반도체 중 상단에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패키징 단계에서 활용된다. 그동안 FC-BGA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해외 기업이 주도해왔다. 한국에서는 삼성전기와 대덕전자 등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대응 중이다.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등 성장세로 FC-BGA 수요가 급증하면서 LG이노텍도 발을 들이게 됐다. 작년 2월 발표 이후 6월 경북 구미 2공장 파일럿 라인에서 네트워크 및 모뎀용, 디지털 TV용 FC-BGA를 생산해 글로벌 고객 대상으로 제품 공급을 개시했다. 이 시기에 LG전자로부터 구미 4공장을 인수해 양산 라인을 꾸려오고 있다.
회사는 신공장에 자율이동로봇(AMR) 기반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을 쏟는 중이다. 딥러닝 도입으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향상도 추진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초 FC-BGA 전용 생산기지에서 설비 반입식을 개최한 데 이어 조만간 정식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FC-BGA의 경우 응용처에 따라 제작 난도가 갈린다. 통신, PC, 서버 순이다. LG이노텍은 우선 통신과 PC 분야를 공략한 뒤 서버 등으로 영역을 넓혀갈 방침이다.
◇유수의 IT 기업들과 계약 논의
앞서 언급한 대로 반도체 불황으로 LG이노텍은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고가 쌓이면서 의미 있는 계약을 체결하기 쉽지 않은데다 수요가 한정적인 시점에서는 고객들이 신규보다는 기존 협력사와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기에는 고객 확보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LG이노텍이 일정을 미루지 않은 것은 일종의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경쟁사 대비 늦게 출발하긴 했으나 LG이노텍은 FC-BGA와 제조 공정 및 기술이 유사한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세대(5G) 이동통신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에서 시장 점유율 1위다.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사용되는 FC-칩스케일패키지(CSP) 기판 분야에서도 애플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같은 경험으로 LG이노텍은 글로벌 IT기업 등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말 공장이 가동되면 내년부터는 본격 납품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LG이노텍의 FC-BGA 분기 매출은 100억~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2024년부터 대폭 키워 2025년과 2030년에 각각 최대 5000억원,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오는 2026년부터 2단계 양산 라인을 가동할 전망이다. 전방 수요가 살아나고 LG이노텍 계획대로 공장 운용 및 고객 확보가 가능해진다면 향후 수조원대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발표한 투자금(4130억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일본의 후지 카메라 종합연구소에 의하면 전 세계 FC-BGA 시장은 지난해 80억달러(약 10조4400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1조4020억원)로 2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FC-BGA는 그동안 글로벌 1위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기판소재시장을 선도해온 LG이노텍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로 FC-BGA를 반드시 글로벌 1등 사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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