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태광그룹]반전 카드로 내민 'ESG'…관건은 후속 조치③미래·ESG위원회설치…세부 계획 수립되는 내년 1월 발표 주목
이호준 기자공개 2023-11-20 07:39:08
[편집자주]
총수가 자유의 몸이 된 태광그룹의 삶이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오히려 다시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려 해도 내부 비위 행위가 적발돼 감사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비틀거리던 리더십을 세울 총수는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간만에 나온 이사회 개편 작업, 환경경영 등의 좋은 소식이 빛이 바랠 정도. 더벨은 혼돈기라 부를 수 있는 태광그룹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전망과 의미를 파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6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중순, 그동안 사업 성장에만 몰두하던 태광그룹 주요 4개 계열사(태광산업, 대한화섬, 흥국생명, 흥국화재)가 일제히 ESG위원회 설립을 약속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ESG 전략 과제를 관리하기 위한 미래위원회를 세워 향후 5개년 계획을 내놓기로 했다.태광그룹은 지난 2012년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보수적인 경영 전략으로 사실상 ESG와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던 곳이었다. 이에 최근 한 행동주의 펀드에서는 "작년 말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보다 더 기대되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래위원회·ESG위원회 설치…'첫 자발적 행보'
태광그룹이 이사회 역할을 키운 건 뜻밖이다. 태광그룹은 그동안 석유화학, 섬유, 금융 등에서 잘 나가는 계열사를 두루 갖고 있으면서도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거의 모든 계열사가 변하지 않는 이사회 형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태광산업 이사회 안에는 현재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두 곳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07년 장하성 펀드(KCGF)가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의무 기준을 지키라고 요구한 데 따라 설치된 것이다.
섬유 부문 계열사인 대한화섬도 비슷하다. KCGF의 요구에 따라 2007년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감사위원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외에 위험관리위원회와 보수위원회를 둔 금융 부문 계열사 흥국생명·화재도 보험업법감독규정만 따르고 있다.
이사회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건 총수 부재의 영향이 컸단 관측이다. 이사회의 역할이 많아지면 오너에 대한 독립성과 견제 기능이 강화된다. 이 전 회장으로부터의 권한 위임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선 실현되긴 어려웠단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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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달 태광그룹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미래위원회 설립 계획을 밝히고 '지배구조 선진화'를 배경으로 덧붙였다. 전사 차원의 속도감 있는 ESG 전략 수립을 위해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이사회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주요 4개 계열사(태광산업, 대한화섬, 흥국생명, 흥국화재)도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며 변화의 흐름에 동참했다. 태광그룹이 외부의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이사회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한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관건은 후속 조치…내년 1월까지 ESG 전략 수립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환경 경영 등 변화에 뒤처진 ESG 경영에 속도가 날 거란 전망도 커진 상태다. 행동주의 펀드이자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 자산운용도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이러한 변화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관건은 안팎의 기대를 충족시킬 후속 조치에 달렸다. 이호진 전 회장이 올해 자유의 몸이 됐지만 당장 경영에 복귀하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부임한 전문경영인들과 미래위원회가 중심이 된 ESG 전략 발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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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태광그룹의 미래위원회는 성회용 티캐스트 대표가 이끌고 있다. 성 대표는 언론인 출신으로 지난 6월 태광그룹에 합류했다. 진행 중인 내부 특별감사 일정과 관계없이 내년 1월까지 ESG 5개년 계획과 실천 내용을 수립할 예정이다.
환경 경영은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지난달 19일 울산공장 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자가소비용 태양광 1MW(메가와트)급 설비를 준공했다. 울산시 소재 섬유·화학 업종에서 자가소비용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최초 사례다.
시장 관계자는 "태광 내부에선 이번엔 유입된 인사들이 ESG 경영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한 거로 안다"며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사실 투자 발표보다 더 기대되는 변화 포인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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