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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태광그룹]이호진 전 회장 복귀론 향배는...투자 시계 언제쯤①표류하는 '12조' 투자…수사 결과에 따라 쟁점으로 부상할 듯

이호준 기자공개 2023-11-16 07:24:35

[편집자주]

총수가 자유의 몸이 된 태광그룹의 삶이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오히려 다시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려 해도 내부 비위 행위가 적발돼 감사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비틀거리던 리더십을 세울 총수는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간만에 나온 이사회 개편 작업, 환경경영 등의 좋은 소식이 빛이 바랠 정도. 더벨은 혼돈기라 부를 수 있는 태광그룹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전망과 의미를 파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말 태광그룹이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면서 10년간 멈춰 있던 투자 시계가 다시 돌아가게 됐다는 기대감이 퍼졌다. 하지만 약속했던 투자는 답보 상태다. 자금 조달 계획부터 안 세워져 투자 대상을 정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태광그룹은 직접 이호진 전 회장(사진)의 복귀론을 꺼내지 않고 있지만, 시장은 현재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그의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할 리더가 없다 보니 수사 결과에 따라 '이호진 복귀론'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이끌던 2인자의 실권…믿을 건 이호진 전 회장?

작년 말 태광그룹이 공시를 통해 1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10조원)과 섬유(4조원), 그리고 금융(2조)에 대한 투입 계획만 밝히고 조달 계획 등 나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투자는 올스톱된 상태다. 예컨대 태광그룹의 본체이자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375억원의 자본적지출(CAPEX)이 발생했다. 작년 동기(396억원)에 비해 5% 줄었다. 이 기간 대한화섬(-80%) 등 다른 계열사의 상황은 더 심하다.

이와 관련해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인 태광그룹의 사정이 주목받고 있다. 태광그룹이 공식적으로는 밝히고 있진 않지만 업계에선 지난해 발표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올해 8월 비위 행위가 적발돼 해임된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가 추진하던 주요 과업이라고 본다.

김 전 대표는 총수의 부재 속에서 오랫동안 2인자로 불리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김 전 대표를 보좌하던 주요 경영진에 대한 감사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전 회장의 사면과 함께 사실상 '축출'됐다는 해석이 많아 투자 계획 등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극적인 반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작년 말 대규모 투자엔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로 인한 부정적 여론을 돌리기 위한 카드였다는 진단이 늘 뒤따랐다. 이제 와 기존 발표를 뒤집거나 늦추기엔 오히려 신뢰 상실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태광그룹 내부에서도 12조원 투자는 과하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김 전 대표가 실권한 뒤 각 계열사들에 외부 인력 수혈이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로선 이들의 결정을 믿어볼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시 경찰 수사망에…결과에 따라 복귀론 갈릴 듯

시장은 따라서 투자가 다시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릴 리더십이 조기에 확립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일단 태광그룹 입장에선 '돈을 쓸' 배경은 충분하다.

태광그룹은 성장이 급하다. 태광그룹의 올해 공정자산은 약 9조원으로 이 전 회장이 자리를 비운 2012년(6조6000억원)에 비해 37% 정도 늘었다. 다만 매출(12조8400억원)과 당기순이익(3900억원)은 각각 14%(1조7000억원), 0.7%(3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단위:십억원, 출처: 공정위)

변화의 속도도 늦었다. 태광그룹은 2012년 이후 시설투자가 사실상 전무했다. 지난해 태광산업이 아라미드 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1450억원을 들이겠다고 선언한 게 10년 만의 투자였다. 시장에 손을 벌릴 일도 없으니 기업설명회나 투자설명회는 당연히 없었다.

안팎에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경영복귀론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그는 올해 특별사면 명단에 올라 취업 제한 등의 법적 제약에서 벗어났다.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미디어와 금융으로 넓힌 인물이라 복귀에 따른 기대 효과는 확실하다.

다만 도덕성 논란과 함께 준법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다. 지난달 경찰은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주요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그의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지 2개월 만에 다시 사법리스크를 안은 셈이다.

그러나 태광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라고 했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도덕성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 때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복귀론은 유효한 만큼 시장은 향후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활동 의지는 충분한 것으로 안다"며 "일련의 수사들로 경영 복귀가 지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내부에 깔려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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