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성과평가]확고해진 그룹 '캐시카우' 역할...정영채 NH증권 사장 '연임 기로'그룹 이익기여도 23%, 충당금 손실방어 성공…옵티머스 판결 미지수, 중앙회 결정도 변수
손현지 기자공개 2023-11-21 07:44:04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0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사진)이 3번째 연임 기로에 서 있다. 지난 2년 임기를 돌이켜보면 금융시장은 어느 때보다 '침체기'였다. 기업금융(IB) 수수료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영업환경이 조성되면서 작년 한해 이익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이럴 때일수록 정 사장은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우량 자산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며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 업계 우려 요인으로 꼽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와 차액결제거래(CFD) 미수금 리스크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만 연임 여부를 예측하긴 어렵다. 금융위의 옵티머스 징계수위 판정이 남아 있는 데다가 범농협 차원의 의사결정도 큰 변수다. NH증권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결정에는 최대주주인 범농협 인사들의 입김이 어느정도 작용하는 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그룹 내 캐시카우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있는 대목이다.
◇IB '기본에 충실했다'…DCM 상반기 선두탈환
정 사장은 NH투자증권의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이다. 2018년 취임 이후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창립 이래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대라는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정량적 성과지표들은 2020년 3월, 2022년 3월 정 사장의 연임을 뒷받침해준 근거들이다.
작년은 달랐다. 증시 침체로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중개와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자 이익지표가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 전체가 위축되자 기업금융(IB) 수수료 수익도 큰폭으로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한해 만에 반토막 났다.
올해 정 사장은 WM 분야로 눈을 돌려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해외주식거래 등 새로운 수익원을 위한 인프라를 확장하며 영업이익률을 기존 4%대에서 7%까지 끌어올려 놓은 상태다.
여전히 위축된 IB 시장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창출해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마인드로 전통 IB인 부채자본시장(DCM)부문에서부터 '정면 승부'에 나섰다.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관전략을 세우며 회사채 딜 참여율을 끌어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회사채 주관 실적은 3조3000억원으로 만년 1위였던 KB증권을 제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통 IB에 주력하기 시작한 건 달라진 리스크관리 전략과 연관이 깊다. NH투자증권은 2022년 초부터 우량 자산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해외부동산 등 각종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을 접근할 때 공격적으로 임하기 보단 선별적으로 취급해나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손실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일본 태양광 발전소 투자에선 갑작스런 폭설로 대출이 중단되면서 투자금(838억원) 중 338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해당금액은 고스란히 충당금 전입액으로 반영된 상태다.
그런데도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충당금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NH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674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해(3029억원) 순이익을 넘긴 상태다. 전년 동기 대비 99.7% 가량 증가했다.
농협금융지주 내 입지도 두터워졌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농협금융지주 내 이익기여도는 22.9%다. 작년 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6%였던 것에 비하면 대폭 늘어난 셈이다. 비은행 계열사 중 캐시카우 역할을 해낸 셈이다.
농협금융그룹이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요소다. 농협금융지주는 3분기 2조450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우리금융지주(2조4383억원)에게 4위를 내준 상황이다. NH투자증권 임추위 위원에는 범농협 계열 인사가 참여하는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임추위에도 문연우 전 농협손보 부사장이 참여한다.
◇옵티머스 징계 등 변수 남았다
정 사장은 농협금융그룹 내에서도 높은 신뢰를 받은 인물이다. 통상적으로 농협금융그룹은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의 리더십 교체에 따라 계열사 사장들이 교체되는 수순을 밟아왔다. 농협 계열회사에서 장수 CEO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유다. 정 사장만 유일하게 2018년 취임 이후 두차례 연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도 연임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 만은 아니다. 우선 라임·옵티머스 불완전판매 징계 변수가 남아있다. 정 사장은 현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상태다. 금융위원회의 최종 제재 수위는 이르면 이달 말 정해진다. 만일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 수위가 확정될 경우 이후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재취업할 수 없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 사장과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과의 관계도 변수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영채 사장은 2018년 CEO 취임이후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모회사인 지주 회장과 얼마 만큼의 호흡을 낼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인이다.
해외 딜 성적과 관련해선 임추위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 미지수다. 2022년 3월 NH증권 임추위는 정 사장의 연임 배경으로 글로벌 실적을 꼽은 바 있다. 당시 이사회는 "정 사장은 IB와 글로벌 전문가로 재직기간 IB역량을 업계 1위로 도약시켰다"면서 "다양한 해외딜을 수행하는 등 뛰어난 글로벌 사업감각을 보유하고 있어 회사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NH증권은 작년부터 해외 딜에선 소극적 스탠스를 취해왔다. Modulaire(유럽 조립식 건축물업체), Nielsen(미국 미디어 및 시청률 조사업체) 등 인수금융 위주로 딜을 주선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손현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대주전자재료, '오너가 절반 참여'…사외이사 파워는 미약
- [2024 이사회 평가]흥아해운, 입김 센 경영진…내부거래 견제 '낙제점'
- [IPO 모니터]달바글로벌, 고심끝 '코스피행'…조단위 밸류 기대감
- [Market Watch]"직상장 어렵다"…대형 증권사 스팩합병 사활
- [Rating Watch]기로에 선 이마트24, '이마트 보증' 효과 볼 수 있나
- [2024 이사회 평가] 카페24, 감사위원회 구성 눈길…체계 개선 나설까
- [Rating Watch]HMM, 한신평 '긍정적' 아웃룩 획득…타 신평사도 동참할까
- [IB 풍향계]대신증권, IPO 뒷심 발휘…막판 예심청구 '잇달아'
- [thebell note]'공기업' HUG의 숙명
- '금융당국 우려' HUG, 신종자본증권 재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