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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기업 피어그룹 전략]유진테크놀로지 '가격경쟁력' 위한 NH증권의 묘수는⑤시총 높은기업 제외, 'PER 50배' 기준으로 커트…거래소 심사+투자자 유인책

손현지 기자공개 2023-11-22 07:49:28

[편집자주]

2차전지 관련 회사들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전방산업에 있는 배터리 회사부터 후방산업인 부품·소재 회사까지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마다 IPO 준비 과정에서 피어그룹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태동하는 산업인 만큼 선구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거나 독점적 지위를 지닌 경우가 많아 비교군을 찾기가 어려워서다. 올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증시입성을 준비했던 2차전지 섹터 기업 8곳을 추려 피어그룹 선정 전략과 특징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진테크놀로지의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이 피어그룹에서 중시했던 부분은 '가격'이다. '시장 친화적'인 공모가 형성을 위해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들을 오히려 제외시켰다. 최근 공모가 밸류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시장에서 아예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세운 전략이다.

기업가치(밸류)가 실제 벌어들이는 이익 보다 크게 부풀려질 가능성 자체를 경계한 것이기도 하다.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빠지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 친화적' 공모가 전략…4단계에서 시총 '키맞추기'

유진테크놀로지는 기업공개(IPO)를 계획하며 고민이 많았다. 국내 '노칭 금형' 상장사라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노칭 금형이란 2차전지(배터리)를 만드는 여러 공정 단계 중에서 '노칭 공정' 단계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일반 투자자들에겐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는 데다가, 기업간거래(B2B) 비즈니스를 해온 탓에 회사 인지도도 그리 높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을 주관 파트너사로 낙점하고 특별한 피어그룹 전략을 수립해나갔다.

유진테크놀로지의 피어그룹 선정 방식 자체는 여타 2차전지 부품·소재 기업들과 다르지 않았다. 총 4단계의 필터링을 통해 적정 비교대상을 좁혀나갔다. 산업분류 유사성→사업과 제품 유사성→재무유사성→일반 요건 등의 순서대로 범위를 추려나갔다.

주목할 부분은 바로 4단계 '일반 요건' 필터링 과정이다. 통상적으로 1~3단계에서 사업성격이나 재무적 부분까지 면밀히 검사한 뒤에 주관사의 판단에 따라 부수적으로 진행하는 부분이다.

NH투자증권이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가격'이다. 공모가가 '적정 수준' 혹은 '낮게' 형성될 수 있도록 시가총액이 높은 순서대로 기업들은 모두 배제시켰다. 구체적으로 멀티플이 'PER 50배' 이상으로 산출된 회사들은 모두 제외했다.

여기서 'PER 50배'란 기준선은 3차 후보풀까지 추려진 5개 기업(윤성에프앤씨, 피엔티, 지아이텍, 에이치와이티씨, 나인테크) 멀티플의 평균과 가깝다. 사실상 시총이 가장 높은 기업 두 곳을 제외해 밸류 키를 맞추기 위해 설정된 기준선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거래소의 심사 기준도 어느 정도 고려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는 PER 80배정도 나오기 시작하면 지적하는 편인데 그 밑으로는 대체로 무난하게 넘어간다"고 긔뜸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PER 79.87배가 나오는 윤성에프앤씨는 제외하는게 수월하다.

나인테크(PER 64.04)는 선정할 만도 했지만, 밸류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경계했다. 피엔티, 지아이텍, 에이치와이티씨 등 3곳 PER 평균을 구하면 27.03배다. 다만 나인테크가 포함될 경우 적용 PER이 지나치게 높아지기 때문에 공모밴드가 높아질 수 있었다.

유진테크놀로지는 처음엔 공모밴드가 낮은게 아니냐고 반문했었다 한다. 다만 NH투자증권의 제안으로 가격밴드를 낮게 설정하는 방식을 취하는 쪽으로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최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파두 등 IPO 과정에서 고밸류 논란이 일어난 기업들이 상장 후 뭇매를 맞고 있다. 공모 가격이 높아버리면 투자자들이 처음부터 외면해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유진테크놀로지 증권신고서 발췌
유진테크놀로지는 "NH주관사 측에서 '친시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며 "가뜩이나 B2B사업을 영위하면서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기에 상장 성공을 위해선 투자매력을 높이는게 우선순위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마케팅을 잘해서 밴드 상단을 뚫는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SK·LG·삼성 '메인 공급사' 자부심…"중국 제외해달라"

최종 피어그룹으로 선정된 피엔티는 유진테크놀로지의 전방산업인 '장비사'다. 실제로 유진테크놀로지의 '고객'이기도 하다.

IPO를 통해 노칭금형 기술 기업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던 유진테크놀로지가 처음부터 장비사와 엮이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동일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이라곤 '대원정밀' 한 곳 뿐이었는데, 개인 사업체고 비상장사여서 증권신고서상 비교기업으로 기입할 수 없었다. 2차전지 '소모품'쪽으로 눈을 돌리자니 마땅한 곳은 중국회사 밖에 없었다.

다만 중국 업체만은 비교선상에서 제외하길 원했다. NH투자증권 측에도 "중국업체만은 후보군에서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업체들은 손실이 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진테크놀로지는 기업 밸류 평가때 PER 지표를 활용한다. 한주 당 순이익이 어느정도 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방식이다. 수익성에 자신있거나 현금이 많은 기업이 대체로 사용하는 지표다. 손실 기업의 경우 PER도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비교기업으로 활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술적 자부심에서도 비롯된다. 유진테크놀로지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중국업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경쟁우위에 있었기에 같은 비교선상에 오르는 것 자체가 꺼려졌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진테크놀로지가 생산하는 유닛 제품들은 세계적으로 고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글로벌 배터리3사의 메인 공급사로 자리매김했다.

IPO에 감담했던 한 IB관계자는 "유진테크놀로지는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며 "피어그룹을 통해 어느정도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했고, 논의 끝에 우선적으로 2차전지 소모품과 장비 회사쪽으로 후보군 쪽으로 범위를 좁혀나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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