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략장비 빌드업]'TGV 앞장' 필옵틱스, 디스플레이→반도체 영토 확장차세대 글라스 기판 시장 타깃팅, 내년 초 파일럿 라인 진입 예상…인텔 10억달러 선제투자
조영갑 기자공개 2023-11-23 08:17:20
[편집자주]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반도체 섹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테크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전선에 나서면서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택이다. 이를 대비해 그간 전략장비를 개발, 테스트해온 제조사들 역시 양산 페이즈에 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벨은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의 '킬 아이템'을 중심으로 호황 싸이클 지형도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10: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레이저 공정장비 제조사 '필옵틱스'는 내년 본격적인 영토확장을 노리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방투자가 다소 살아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영역으로 매출원을 이원화해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유례없는 불황을 맞았던 반도체 산업은 내년 업사이클이 예고돼 있다. 영토확장의 중심에는 TGV(Through Glass Via·글라스전극관통) 장비가 있다.22일 업계에 따르면 필옵틱스는 최근 TGV 장비의 개발을 완료하고, 잠재 고객사 측과 공급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 고객사와 파일럿(pilot) 테스트를 진행, 양산성을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양산 퀄(품질인증)까지는 시간이 소요되지만, 고객사 라인 입고가 예상되는 만큼 사업성이 상당 부분 검증됐다는 이야기다.
이와 별개로 DI(Direct Image) 노광기와 레이저 드릴링 장비는 이미 반도체 관련 고객사의 파일럿 라인에 입고돼 양산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DI 노광기는 메탈 마스크를 적용하지 않는 Maskless 기술을 적용, 반도체 미세 회로패턴을 형성하는 장비이며, 레이저 드릴링 장비는 ABF(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 절연체에 미세 홀과 스카이브(Skive) 가공에 특화된 장비다.
필옵틱스는 디스플레이 공정 장비 부문에서 업력을 다져 온 기업이다. 고체 레이저 기술을 결합, 경성(Rigid) 및 연성(Flexible) OLED 디스플레이 제조공정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레이저 광학계 독자 설계 기술을 토대로 대형 라인 빔(Line Beam) 광학계의 국산화를 선도했다는 평을 받는다.
올 6월 코스닥에 상장한 자회사 필에너지와 함께 전기차용 2차전지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첨단 자동화장비 역시 제조한다. 주요제품은 레이저 커팅(Laser Cutting), 박막분리용 레이저 리프트오프(Laser Lift Off), UTG(커버글라스 커팅) 가공장비 등이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 매출액 3040억원, 영업이익 181억원을 기록했다.
필옵틱스는 2019년 경부터 레이저 광학계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신규 장비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SDI 엔지니어 출신인 한기수 대표는 필옵틱스 설립 당시부터 광학계 기술을 기반으로 노광용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역량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왔다. 반도체 리소그래피(패턴형성) 노광장비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의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노광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필옵틱스의 DI 노광기는 레이저 광원으로, 다소 결이 다르지만 업계에서는 의미 있는 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약 4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필옵틱스의 아이템은 TGV 장비다. TGV 설비는 플라스틱 기판이 아닌 글라스 소재 기판에 아주 작은 전극 통로를 만드는 전극관통 설비다. 레이저가 새긴 통로를 통해 전기의 흐름을 도와 반도체의 전력 효율을 향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얇은 글라스 기판에 균열이 없이 미세 홀을 뚫는 기술이다. 필옵틱스는 이미 다양한 디스플레이 글라스를 레이저 광원으로 가공하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필옵틱스가 노리는 시장은 차세대 글라스 기판 시장이다. 글라스 기판은 현재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 기판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플라스틱 기판을 글라스로 대체하면 중간 기판 없이 바로 반도체 칩을 연결할 수 있다.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같은 수동소자는 글라스 기판 내부에 실장된다. 집적도가 향상되는 만큼 동일한 기판에 더 많은 칩을 제조할 수 있다. 기존 방식 대비 생산성이 월등해 지는 셈이다.
글로벌 톱티어 IDM(종합반도체사)인 인텔(Intel) 역시 2030년까지 글라스 기판을 적용한 반도체를 제조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10억달러(1조2900억원)을 투자해 애리조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의 움직임이 빠르다. SKC의 자회사인 앱솔릭스는 올해 말까지 미국 공장을 완공하고, 2025년부터 글라스 기판의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사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북미 반도체 회사들이 타깃이 될 전망이다.
필옵틱스는 시장이 개화되기 전 선제적으로 전공정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고객사 양산라인에 진입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 파일럿 생산(시생산)에 돌입하고, 수율을 잡아 2025년 양산라인에 TGV 장비를 입고한다는 복안이다. 인텔이 양산 페이즈에 진입하면 시장 규모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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