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유한양행 실탄확보 선택지에 없는 '에쿼티'③유상증자 배제기조 견지, 주주가치 중시 정책과 연동해 판단
박동우 기자공개 2023-12-04 13:38:19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8일 14:4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의 실탄 확보 선택지에는 '에쿼티(자기자본) 조달' 방안이 없다. 그동안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다 쓰면서 유상증자를 배제하는 기조를 견지했다.신주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건 주주가치 중시 정책과 연동해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고 주가 하락을 촉발하는 만큼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내부유보로 자금 소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도 영향을 끼쳤다.
◇신주발행, '주식배당 대안' 무상증자 한정
유한양행이 2013년 이래 10년 동안 자금을 조달한 내역을 살피면 주식 발행 방식으로 실탄을 확보한 내역이 없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기업의 현금 확보 수단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금융권에서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의 타인자본 활용, 유상증자 등으로 외부 실탄을 얻는 자기자본 이용으로 구분된다.
그동안 유한양행이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금을 끌어다 쓰지 않은 건 주주가치 제고책과 맞물렸다. 유증으로 신주를 발행해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 자금 사정이 과거와 달리 악화됐다고 해석하는 신호로도 작동하기 때문에 자칫 주가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됐다.
대주주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면서 굳이 유증을 택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도 영향을 끼쳤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유한재단이다. 특수관계인까지 감안하면 전체 주식의 15.8%를 보유했다. 유한학원도 7.7% 지분을 소유했다.
유한양행은 자금 조달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주식을 발행했다. 2016년 이래 해마다 주주친화책의 일환으로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주당 0.05주의 신주(보통주)를 배정해 왔는데 보통주를 보유한 투자자에 국한하지 않고 우선주를 가진 주주들에게도 신주를 나눠줬다. 올해 11월에도 전체 주식의 4.6% 규모인 357만407주를 발행하는 결정을 내렸다.
무상증자를 매년 시행한 건 주식배당의 대안으로 유용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주식배당을 받은 주주들에게 신주 액면가에 15.4% 세율을 적용해 과세한다. 하지만 무상증자는 이익잉여금 대신 자본준비금에 속하는 '주식발행초과금'을 재원으로 삼은 덕분에 소득세법 제17조 2항 2호 가목에 의거해 세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주주가치 중시 기조를 감안해 유상증자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라며 "견실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내부유보를 해왔기 때문에 주식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다른 기업과 견줘 낮은 측면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IPO 연계' 조달안 부상
유한양행은 유증 대신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를 매개로 실탄을 조달하는데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자회사 '유한건강생활'의 상장 추진을 염두에 뒀다. 중장기 공모 국면에서 보유한 지분 일부를 시장에 내놓는 구주매출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유한양행은 작년 말 기준으로 유한건강생활 주식의 78.7%(3544만7237주)를 소유했다.
유한건강생활은 2017년 5월 미래전략실 산하 뷰티신사업팀이 스핀오프(분사)하면서 출범했다. 2019년에 유한양행이 푸드앤헬스 사업부문을 떼내 넘겨주면서 유한건강생활의 사업영역은 건강기능식품 분야로 넓어졌다.
IPO 구상의 첫 발을 뗀 시점은 지난해다. 2022년 7월에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다만 증시 입성 목표시점을 정하지 못했다.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책정을 좌우하는 실적 적자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유한건강생활의 영업손실은 △2020년 마이너스(-) 193억원 △2021년 -123억원 △2022년 -108억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건강생활이 IPO 시장 추이를 관망하면서 상장 적기를 놓고 '숨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사의 구주매출 방안은 미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실행 가능성을 아예 닫아두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박동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피플 & 보드]'배당 창구' 코스트코코리아, 이사진 전원 '외국 국적'
- [보수위 톺아보기]출범 1주년 맞은 LS일렉트릭 보상위 '빛과 그림자'
- 베일에 가려진 임원 '보상기준'
- [피플 & 보드]10대그룹 총수일가 취임·승진, 미등기 사례가 '75%'
- [이슈 & 보드]카카오 투자·감사준칙 성패 좌우하는 '준법지원인' 면면은
- [Board Keyword]코오롱글로벌 이사진 화두 떠오른 '재무구조 개선'
- [그레이존 이사회 점검]'배당논란' 홈센타홀딩스, 박병준 회장 '혈연' 중심
- [보수위 톺아보기]IS동서 권혁운 회장 '미등기' 7년간 100억 수령
- [2024 이사회 평가]LS에코에너지, 4개 영역 '1점대'…외부등급도 '미흡'
- [2024 이사회 평가]동원시스템즈, 이사진 활동 모니터링 체계 '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