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 스토리]베트남서 바나나 키우며 버틴 탑런토탈솔루션, 달콤한 '결실'①2만평 부지 확보해 양산 준비만 2년…수주 '속속' 따내며 연매출 1500억 눈앞
하이퐁(베트남)=서하나 기자공개 2023-12-06 13:00:30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창기 이 넓은 부지가 놀고 있었다.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공장 부지에 바나나 나무 100그루를 심었다. 그중 단 한 그루에서 바나나가 열렸는데, 결국 우린 살아남을 것이란 뜻이라고 믿었다."오너 2세인 박영근 탑런토탈솔루션 대표이사는 처음 베트남에 진출했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2015년 처음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첫 2년간 매출이 한 번도 없었다. 긴 시간을 양산 준비만 하다가 바나나 나무도 심고 염소도 키웠다. 그만큼 절박했고 성실하게 버텼다.
몇 년 뒤 박 대표의 믿음은 현실이 됐다. 자동차 부품 사업의 손익분기점(BEP) 달성과 함께 글로벌 A사 부품 수주 기회를 따내면서 양 날개를 폈다. 탑런토탈솔루션은 1986년 동양산업 모태로 설립돼 35년 업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연매출 5000억원을 넘보는 글로벌 부품사로 성장했다. 내년 하반기를 목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탑런토탈솔루션 본사는 경상북도 구미지만 베트남에 최대 규모 공장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더벨에서 베트남 법인(DYEH)을 찾았다. 공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차로 약 1시간 반 떨어진 하이퐁이란 도시에 있었다. A,B 공장에 이어 최근 C 공장을 개소했다. 본사와 공장 세 곳을 다 둘러보는 데 대략 반나절이 소요됐다.
공장의 첫인상은 '깔끔하고 질서정연하다'였다. 과장을 조금 보태 먼지 한 톨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줬다. 공장 곳곳에 "불량품을 받지도, 만들지도, 보내지도 마라!" 혹은 "BEND PSA는 성공의 초석이다!"와 같은 슬로건이 눈에 띄었다. 완벽한 품질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글귀였다.
3공장은 LG디스플레이 납품을 위한 스티로폼 포장재들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세계 각지로 보내진다. 관건은 넓은 공간을 확보해 대형 제품을 최대한 많이 적재하는 일이다. 제품별 개별 바코드를 부착해 확실한 선입선출 원리를 지키고 있다. 일부 고가 부품엔 단단한 분홍색 보강재를 부착해 한층 튼튼한 제품을 완성하고 있다.
빠르게 3공장을 둘러본 뒤 차로 약 5분을 이동해 메인 공장에 들어섰다. 이곳에선 자동차와 모바일 등 450여종의 플라스틱 제품이 제조되고 있었다. 원래대로면 뜨거운 열기를 뿜어야 할 사출공정을 무인화해 공장 내부가 시원했다. 이는 곧 공장 내 근로자들의 높은 만족도로 이어지고 있다.
김진승 베트남 법인장 이사(사진)는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240도 고열에서 녹아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데 해당 공정을 자동화해 작업 환경을 개선했다"며 "LG 측에서 협력사 전체에 메일을 보내 탑런토탈솔루션의 공장 프로세스를 벤치마킹하라고 권유했을 만큼 좋은 반응이었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 좋은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샤워를 한 뒤 스프레이 공정을 보기 위해 입장했다. 공정은 플라스틱 제품을 도장할 때 이물을 제거하기 위해 정전기 제거 공정, 스프레이를 도포하는 공정 순서로 이뤄졌다. 도정은 제품 종류에 따라 일반 공정, 제품 색상을 넣거나 코팅을 추가하는 등 1~3단계로 나뉘었다.
탑런토탈솔루션은 스프레이 공정 중 절반 가량을 내년 중 자동화할 계획이다. 일부 공정을 자동화한 결과 10%에 이르던 불량률이 2~3%대로 떨어졌다. 세 장을 따로 진행하던 퀼팅 공정을 한꺼번에 합치면서 이물 불량이 줄어든 성과였다. 마지막으로 검사 단계에선 직접 투입된 인력들이 하나씩 화면을 전수검사해 출하하는 과정을 거쳤다.
베트남 법인은 일찌감치 넓은 부지를 확보해 생산가능물량(CAPA)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약 6만7000㎡의 부지를 확보했고 이 중 2만3000여㎡를 추가로 개발할 수 있다. 자동차용 부품이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에 맞춰 대형 사출기도 들였다. 기존 50톤(t)에서 450톤(t)이던 사출기 용량이 650(t)에서 최대 1400톤(t)로 커져 여유있는 생산이 가능해졌다.
베트남 법인은 2014년 1월 개소했다. 처음엔 매출이 없었지만 지난해 1247억원 매출을 내는 최대 규모 해외 법인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15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0월 기준 875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주거래처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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