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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략장비 빌드업]'HBM 시장 개화' 엘티씨, 무진전자 인수 묘수됐다①기술유출 탓 매물화로 작년 인수 성공…내년 SK하이닉스 세정장비 발주 PO 1000억 예상

조영갑 기자공개 2023-12-07 08:22:24

[편집자주]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반도체 섹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테크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전선에 나서면서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택이다. 이를 대비해 그간 전략장비를 개발, 테스트해온 제조사들 역시 양산 페이즈에 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벨은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의 '킬 아이템'을 중심으로 호황 싸이클 지형도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스플레이 케미칼 및 반도체 장비 제조업을 영위하는 '엘티씨'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개화를 맞아 반도체 세정장비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회사 '엘에스이(옛 무진전자)'가 있다. 엘티씨는 지난해 무진전자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세정장비 시장에 진출했는데, 때맞춰 HBM 시장이 개화하면서 해당 투자가 묘수가 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만 1000억원 가량의 PO(구매주문)을 예상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엘티씨의 종속회사인 엘에스이는 현재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 향 세정장비 납품을 위해 어셈블 라인의 캐파를 연일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공장 내 HBM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TSV(실리콘관통전극) 본딩, WSS(웨이퍼서포팅시스템), 레이저 어닐링 등 HBM 양산 관련 장비의 발주를 시작했다. 무진전자 시절부터 SK하이닉스에 세정장비를 공급해 온 엘에스이 역시 고객사 HBM 증설투자에 따라 대형 PO가 예상된다.

2007년 설립된 엘티씨는 전자재료 사업을 영위하면서 사세를 키워온 회사다.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제조용 박리액(Stripper)이 주요 품목이다. 2015년 자회사 엘티씨에이엠을 종속회사로 편입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세정액, 식각액 등 습식 케미칼 사업에도 진출했다. 중앙케미컬공급장치(CCSS) 등 설비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LCD 등 디스플레이 사업이 단가 경쟁의 늪에 빠지면서 중국에 주도권이 넘어가자 반도체 케미칼 및 장비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엘티씨는 약 1000억원 이상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일정하게 내다가 2021년 디스플레이 전방 투자 지연, 팬데믹 장기화 등의 악재로 매출액 784억원, 영업이익 -83억원 등 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무진전자(엘에스이) 등을 인수하면서 구조적 리빌딩을 꾀했다.

무진전자는 반도체 세정장비 부문에서 오랜 업력을 다진 기업이다. 1994년 설립됐다. SK하이닉스에 세정장비를 장기간 공급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정장비는 자회사 세메스를 통해 상당량을 공급받지만, SK하이닉스는 엘에스이를 비롯해 도쿄일렉트론(TEL), 램리서치, 스크린(SCREEN) 등 공급망을 다변화했다. 엘에스이는 무진전자 시절부터 SK하이닉스향 공급망을 다지며 SK하이닉스 내 백사이드 클린(Backside clean) 부문의 90%, 싱글 세정부문의 60% 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약 5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며 선전했다.


잘 나가던 무진전자가 돌연 매물로 나온 까닭은 '리걸리스크' 때문이다. 2021년 검찰은 SK하이닉스 세정 관련 기술을 중국 측에 유출한 혐의로 무진전자 핵심 임직원을 기소했다. 이 사건이 SK하이닉스의 역린을 건드리면서 세정장비 공급선에서 배제될 위기가 찾아왔고, 핵심 경영진은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해 엘티씨가 무진전자 인수에 성공하면서 현재 전사적 리빌딩이 진행되고 있다. 정확한 인수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1000억원 수준이 회자되고 있다. 엘티씨는 엘에스이의 지분 87.80%를 쥐고 있다.

업계에서 엘티씨의 엘에스이 인수를 눈여겨 보는 이유는 리걸리스크에도 불구 SK하이닉스 내 세정 기술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핵심 세정장비의 경우 타 밴더사의 품질이 엘에스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엘티씨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무진전자의 기술은 남되 색채는 많이 빠진 것도 향후 SK하이닉스와의 관계 재정립에 가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HBM 5세대, 6세대 양산을 위해 엘에스이의 세정장비의 입고를 대폭 늘릴 전망이다.

메모리를 적층하는 방식의 HBM은 TSV 공정이 필수적이다. TSV 공정에서는 웨이퍼(Si-Wafer)에 Via 홀을 뚫는 식각(etching), 코팅(passivation) 공정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파티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세정장비가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의 양산 캐파가 늘어날수록 엘에스이 세정장비 PO가 정비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약 300억원 가량의 엘에스이 향 세정장비 발주를 집행했다. 하지만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SK하이닉스가 HBM3E(5세대) 양산에 돌입하고, HBM4(6세대) 선단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엘에스이 향 PO 규모가 점진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내년 최소 1000억원 가량의 PO가 엘에스이 쪽으로 집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V는 전공정에 쓰이는 에칭과 PR 공정 등이 도입되는 만큼 세정 관련 기술이 전공정 이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HBM 메모리는 전공정 외 TSV공정에서도 세정 스텝이 추가되면서 세정 공정 자체의 중요도나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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