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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략장비 빌드업]피에스케이, '램리서치 독식' 베벨에치 시장 양분한다최대 리스크 특허무효소송 유리한 고지 선점, 기고객사 위주로 판로 개척 시동

조영갑 기자공개 2023-11-27 14:08:18

[편집자주]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반도체 섹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테크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전선에 나서면서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택이다. 이를 대비해 그간 전략장비를 개발, 테스트해온 제조사들 역시 양산 페이즈에 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벨은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의 '킬 아이템'을 중심으로 호황 싸이클 지형도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PR스트립 분야 1위 기업인 피에스케이가 매출원 다변화의 일환으로 개발한 베벨에치(Bevel Etch) 장비가 리걸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내년 초부터 판로를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피에스케이는 2021년 경 베벨에치 개발을 마치고, 시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글로벌 후공정 장비사인 램리서치(Lam Research)의 특허침해 이의제기로 최근까지 특허소송을 벌여왔다. 램리서치는 베벨에치 시장이 독점 사업자다.

24일 특허업계에 따르면 피에스케이는 특허소송 6건 중 핵심 특허와 관련 3건에 대해 2심 결과 2개 특허무효 소송에 대해 승소했고, 나머지 1건에 대해서는 패소했다. 피에스케이가 승소한 2건 중 1건에 대해서는 램리서치가 상고, 항소심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각 특허의 정확한 특허기술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베벨에치 장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특허와 에치 장비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프로세스 챔버와 관련된 특허가 혼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6건 중 나머지 3건에 대해서는 내년 판결의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피에스케이는 2021년 3분기 램리서치 측으로부터 피에스케이가 개발한 베벨에치 장비가 자사의 핵심 특허를 다수 침해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접수하고, 이에 대해 특허무효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내용증명은 통상 본 소송의 전 단계다. 거대 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보통 특허를 회피해 장비를 새로 제작하거나 드물게 상대측 특허의 효력을 무효화하는 소송으로 대응하는데, 피에스케이는 승산이 있다고 보고 정면대응을 택했다. 램리서치이 주장과 달리 피에스케이 측은 식각 관련 독자기술이므로 램리서치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베벨에치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가장자리 경사면(Bevel)에 남아있는 금속, 비금속 막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 웨이퍼가 12인치(300mm×300mm)로 커지면서 웨이퍼 중앙 부분에 비해 가장자리의 에칭(식각)이 어려운 탓에 가장 자리 칩의 불량이 잦았는데, 베벨에치가 활용되면서 가장 자리 칩의 수율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 베벨에치는 일반 식각장비와 달리 가장자리 부분의 식각에 특화된 장비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베벨에치 시장은 연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대형 시장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국내 업체가 보유하고 있던 베벨에치 기술을 2011년 경 램리서치가 영업권 인수하면서 램리서치가 독점 사업자로 등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램 라인의 베벨에처도 램리서치가 단독 공급한다.
▲피에스케이의 베벨에치(사진=피에스케이 홈페이지)

업계 관계자는 "램리서치 입장에서는 베벨에치 장비가 매출액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 베벨에치 판로를 장악하고 있는 쏠쏠한 시장인 만큼 해당 양분할 수 있는 신규 경쟁자가 출현하는 게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특허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피에스케이는 이번 무효소송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아 램리서치의 특허를 무력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램리서치에 선제적으로 일격을 가한 피에스케이는 주요 소송건 2건에 대해 2심까지 승소를 했기 때문에 리걸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에스케이는 이미 2021년 베벨에치 출시 당시부터 소량이지만 고객사 양산라인에 장비를 입고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특허소송이 마무리되는 대로 마케팅 역량을 집중, 램리서치가 장악한 3000억 시장을 나눠 갖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램리서치가 출원한 핵심 특허가 2028년 경 만료를 앞두고 있는 것도 피에스케이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피에스케이의 영업력이 광범위하고, 국내외 고객사의 판로를 기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베벨에치 시장에 진입한다면 연 900억~1000억원 가량의 시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사가 D램, 낸드플래시 투자를 지속적으로 집행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1000억원 수준의 업사이드가 발생하는 셈이다.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주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에스케이는 올 3분기 유례없는 반도체 다운사이클의 영향 속에서도 매출액 940억원, 영업이익은 255억원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27.1%로 수준으로 치솟았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4% 빠진 수치지만, 타사들의 업황을 비교하면 우수한 성적이다. 올 2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액은 43%, 영업이익은 1630% 늘었다. 주요 고객사인 인텔과 삼성전자가 하반기 라인투자를 재개하면서 PR스트립 입고가 재차 증가한 덕택이다. 특히 인텔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 조정분이 상쇄됐다는 분석이다.

피에스케이는 내년 D램 업황의 개선이 예고돼 있는 만큼 기존 PR스트립의 판로를 재차 정비하는 동시에 베벨에치의 공급망 역시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고객사를 대상으로 마케팅 역량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피에스케이에 베벨에치 관련 문의를 했으나 관계자는 "아직 소송 중인 건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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