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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초전도체 불씨 살았나?'…덕성 주가 보면 답이 나온다1966년 설립 합성피혁 제조사, 8월 초전도 관련주로 주가 5배 급등…여진 여전히 남아

조영갑 기자공개 2023-12-11 07:32:22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8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테마주는 시장 참여자의 욕망과 기대가 얽혀 있는 실타래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테마주를 형성하는 작동원리가 통상의 실적주 논리와는 완연히 다른 까닭에 그 연유와 실체가 눈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주기마다 발현되는 시즌 테마주는 덜하지만, 인맥이 직간접으로 얽혀 있는 정치 테마주는 도통 논리가 없습니다. 세상에 없던 신기술 테마주가 세상에 소개되면 시장 참여자들의 레이더는 예민하게 돌아갑니다. 실체 없는 실체를 포착하기 위함입니다.

덕성은 원래 피혁가공 전문 기업이었습니다. 조용하던 덕성의 필드에 풍파가 몰아닥친 것은 지난 7월 말부터였습니다. 이른바 '초전도체' 테마주 열풍이 국내 자본시장에 느닷없이 출몰하면서 덕성의 주가도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덕성이 초전도체 테마주로 호출된 까닭입니다.

7월 26일 장중 3375원까지 주가가 빠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던 덕성의 주가는 7월 말부터 과열되기 시작하면서 열흘 사이에 무려 5배까지 뜁니다. 8월 8일 장중 한때 1만480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합니다. 52주 최저가와 신고가 사이의 갭은 고작 9거래일이 소요됐습니다. 말 그대로 '폭등세'죠. 하지만 많은 테마주가 그러하듯 '세력'의 수급 조정 탓에 이날(8/8) 바로 신고가에서 40% 가량 빠지면서 8400원에 마감합니다.

▲초전도체 개발과 무관한 덕성은 8월, 11월 초전도체 열풍과 흐름을 같이해 주가가 급등했다.

8월 1일부터 3일까지 연일 상한가를 찍을 동안 기관과 외국인들의 유의미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습니다. 1일 기관과 외국인은 오히려 각각 4881주, 3만1777주를 순매도하면서 슬쩍 발을 뺐습니다. 3일 역시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덕성의 광풍을 주도한 것은 개미세력이라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전형적인 테마주의 양태죠.

이후 3개월 간 6000~8000원 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던 덕성의 주가는 11월 21일을 기점으로 다시 치솟기 시작합니다. 21일 17만주 가량에서 이튿날 800만주까지 거래량이 치솟으면서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합니다. 27일 1만원을 돌파했지만,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29일 9030원으로 마감합니다. 8일 현재 8900원 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등락을 거듭한 가운데 8일 현재 1400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덕성의 본업은 합성피혁 제조 및 가공입니다. 1966년 국내 최초로 인조피혁을 생산하기 시작, 업력이 깊은 회사입니다. 현재 수원, 오산, 중국 , 베트남 등에 생산법인을 두고 합성피혁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용품, 가구,자동차내장재, IT악세사리, 화장품분첩(PUFF) 등 용도의 합성피혁을 생산합니다. 합성피혁의 주원료인 합성수지 제조도 내재화해 생산 밸류체인을 수직 계열화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FEVERNOVA, 2006년 독일월드컵 공인구인 TEAMGEIST, 2014년 브라질월드컵 공인구인 BRAZUCA의 원단을 덕성에서 공급한 이력도 눈에 띕니다. 유로 2004, 2008 공인구의 원단도 아디디스에 독점 공급하는 등 품질력을 국제적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태 탓에 영업이익률(3~4%)은 낮지만, 매해 꾸준히 1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양호한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1333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3.94% 수준입니다. 올 3분기에는 매출 263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형적인 제조업체의 모습입니다. 공시도 깨끗(?)합니다. 특별한 재무활동이랄 게 없습니다.


낮은 실적 변동성, 소극적 재무활동 등에도 불구하고 덕성의 주가를 출렁이게 만든 동력은 '초전도체' 테마가 유력해 보입니다.

초전도체 이슈가 올해 처음으로 회자된 7월 말과 이슈가 급격하게 꺼진 8월 초중순, 초전도체 이슈의 불씨가 되살아난 11월 하순에 정확히 맞춰 덕성의 주가가 출렁였습니다. 다만 주가가 움직인 시차가 있는 것은 테마의 말머리에 있는 대장주가 아니라 차선주 등으로 분류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신성델타테크, 서남 등에 비해 주가가 뛰는 시차가 다소 존재했습니다.

초전도체는 쉽게 말해 전기 저항이 없는 물체입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의 거주지가 공중에 떠 있었는데, 땅속에 옵테이니엄이라는 초전도체가 묻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1kg에 300억원에 이르는 이 초전도체를 탐낸 인류가 나비족의 행성을 침략하죠.

초전도체는 자성을 띠는 물체와 가까워지면 자석을 강력하게 밀어내는 자기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공중에 뜰 수 있습니다. 1911년 네덜란드 헤이커 카메를링 오스너라는 물리학자가 극저온 상태에서 다양한 초전도 물질을 발견한 게 시초입니다. 하지만 상온 상태에서는 초전도성을 띄는 물질을 찾지 못해 '꿈의 기술'로 불렸습니다.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되면 마찰력 저항이 없는 자기부상열차, 전기저항이 '제로'인 전기배선 등 혁신제품을 싼값에 만들 수 있습니다.

7월 22일 논문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국내 연구진으로 구성된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이 초전도체를 구현한 물질 'LK-99' 연구 결과를 올리면서 상온 전도체 발견 가능성에 불을 지폈습니다. 발명자들은 이 구조체 내에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연구소가 진행한 다양한 검증 연구들은 "LK-99를 초전도체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찻잔 속의 돌풍'으로 사그라든 모양새입니다.

◇Market View

애석하게도 초전도체 테마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마켓 리포트는 없습니다. 덕성이라는 기업 자체에 집중한 리포트 역시 근 5년 내 한 건도 잡히지 않습니다. 초전도체 테마 열풍 전까지 시장에서 주목한 종목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신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 초전도체 테마주 열풍에 대해 다뤘습니다. 일부 종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투자자들이 관련주 찾기에 나서면서 과열현상을 보이자 투자를 주의하는 당부의 이야기들이 쏟아졌습니다. 와중에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대정화금은 관련주에 엮여 주가가 급등하자 "(초전도체를 개발한)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구리 등을 거래한 내역이 없다"는 공지를 띄우는 등 과열 진화에 나서기도 했죠.

한 IB 관계자는 "테마주는 원래 기업가치나 펀더멘털과 관련 없이 여론과 소문에 생성되고, 금세 사그라든다"면서 "관련성이 적거나 과대평가되는 종목에 '의도적으로' 자금이 몰리기도 하는데 이 경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테마주와 관계 없이 LK-99가 촉발한 초전도체의 가능성과 산업 효용에 대해 주목한 담론도 쏟아진 것은 순기능으로 보입니다.

◇Keyman & Comments

자, 가장 중요한 질문. 그렇다면 덕성과 초전도체의 연결고리는 뭘까요? 연구이력이 아예 없지 않습니다. 덕성은 2004년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균일 중력제어장치, 지엠냉동기를 사용하는 초전도 전자석용 보빈 등의 특허를 출원한 이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냉동기에서 감이 오지 않나요?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아닌 극저온 상태의 초전도체 물질을 개발하려다가 중단한 프로젝트입니다. 극저온 상태에서의 초전도체는 이미 100년 전에 발견됐습니다.


초전도체 테마와 관련, 덕성의 공식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공시상 IR 키맨으로 기재돼 있는 이민종 전무이사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습니다. 이 전무는 이봉근 회장의 친인척으로 덕성의 관리파트를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2009년부터 덕성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 회장을 보필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13.04%의 지분을 쥐고 있는 이 회장에 이어 개인 2대주주(4.34%)입니다.

덕성은 업력이 오래된 제조업체이지만 언론과의 접촉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 활동도 매우 소극적인 회사입니다. 이 전무 대신 덕성의 IR을 도맡고 있는 장영근 팀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장 팀장은 초전도체 테마에 엮인 것에 대해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장 팀장은 "과거 초전도체와 관련된 연구를 한 적은 있지만, 꽤 오래전에 중단된 사업이고 현재는 본업에 집중하면서 타 산업 장비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초전도체 관련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이런 선 긋기와 별개로 최근까지 약 200만주 이상 주식이 거래되는 등 초전도체에 대한 여진은 남아 있는 모양새입니다. 주가 역시 90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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