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11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수놓은 추리닝', 과거 한 드라마에서 나왔던 대사다. 허세 가득한 주인공의 모습에 방송 직후 수많은 패러디가 양산됐고 그 대사는 한때 국민 모두가 농담처럼 던지는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명품의 가치를 쉽게 풀어내려 했던 말로 기억하는데 트레이닝복도 아닌 추리닝이란 촌스런 이름에 명품을 붙여 얼마나 귀하게 대하는지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 6월 와인업계 최초로 상장한 나라셀라는 상장 초기 전 세계적 명품 루이비통을 밸류에이션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조금은 생소한 와인 수입·유통사업 비지니스를 일반인들에게 쉽게 풀어내기 위해 성격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명품 유통산업과의 비교에 나섰다는 설명이지만 그 당시엔 명품 포장하에 공모가 띄우기란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다.
2만원의 공모가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한 나라셀라는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하회라는 굴욕을 맛봤고 상황 타개를 위해 1대 1 무증카드를 꺼냈지만 6000원대 주가로 여전히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나라셀라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파두도 상장 당시 브로드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맥스리니어 등 나스닥 상장 팹리스 기업을 피어그룹으로 내세우며 고 밸류에이션 논란을 키웠다.
갑론을박 이어지던 고평가 논란은 상장 이후 가라앉는 듯 했지만 결국 얼마 못가 1조원 중반대 시총 기업의 3분기 매출 3억원 소식을 전하며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효용성 자체를 흔들어 버렸다.
파두가 선택한 기술특례상장은 2005년 도입된 제도로 기술 잠재력이 큰 기업이 모험자본을 공급받아 날개를 펼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상장 심사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인데, 파두 사태 이후엔 실적 뻥튀기 제도라는 세간의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나라셀라나 파두가 직접적으로 언급됐지만 사실 코스닥사들의 IR에선 인텔,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TSMC 등 전세계 시총 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명품주들을 자신과 비교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얼마나 달콤한 상상일까. 말처럼만 된다면 미래엔 모두가 주식 부자가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자신만만한 포부와 달리 이들의 시총은 명품주들의 반의 반은 커녕 1%도 안된다.
실체없이 명품회사라고 포장하기 급급한 일부 코스닥사들을 보면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수놓았다는 추리닝이 떠오른다. 허세만 가득차 웃음거리가 되는지도 모르고 본인만의 '뽕'에 취한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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