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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프리즘]'업황 악화' 여파 손익 꺾인 인텍플러스, 200억 선제적 비축①상장 후 CB 통해 첫 자금 조달, 적자 전환에 운영자금 실탄 확보

정유현 기자공개 2023-12-13 10:57:40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1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후공정 외관검사장비 전문기업 인텍플러스가 상장 후 처음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2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그동안 사업 성장에 따라 외부 조달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라 손익이 꺾이자 선제적으로 자금 보충에 나선 것이다. 내년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변동성이 높은 만큼 전략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텍플러스는 지난 달 3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200억원 규모 4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지난 5일 다수의 투자자들이 납입을 마치며 발행 절차는 마무리됐다. 2011년 1월 코스닥에 상장한 후 세 차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적이 있는데 CB를 비히클 삼아 현금을 조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발행을 마친 4회차 CB는 만기는 5년, 전환가는 4만798원으로 정해졌다. 전환청구는 발행 1년 후인 내년 12월 5일부터 가능하다. 쿠폰과 만기 이자율 모두 0%로 설정됐다.


1995년 설립된 인텍플러스는 반도체 후공정(OSAT) 외관 검사 장비 전문 업체다. 카이스트 박사 출신 연구원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곳으로, 반도체 칩 패키징이 완료된 후 최종 단계에서 외관을 검사하는 장비와 모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2011년 코스닥 상장 후 몇 번의 실적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5년 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외형 확장에 탄력이 붙었던 것은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되면서다. 미국의 무역 제재로 인해 중화권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검사 장비 공급사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인텍플러스로 신규 고객사가 대거 유입됐다. 2021년 연결 기준 매출 1197억원, 영업이익 275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2022년 상반기 코스닥 우량기업부로 승격되는 영예도 안았다.

지난해도 북미, 중화권 중심으로 수주가 늘자 신공장 건설을 통해 생산 캐파(CAPA) 확장을 도모했다. 고성능 패키지 기판의 수요 증가에 따른 주요 고객사들의 증설이 지속되면서 2022년에는 성장세는 꺾였지만 전년 수준의 외형과 수익 규모는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경제 환경에 거품이 빠지면서 반도체 산업도 역대급 불황기로 들어섰다. 글로벌 종합 반도체 회사들이 감산에 나섰고 인텍플러스도 실적에 영향을 받아 1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 481억2765만원, 영업이익은 -115억6560만원, 당기순이익은 -102억138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6.5%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이익률이 높은 반도체 플립칩(Flip-chip) 외관 검사장비를 공급하는 미드엔드(Mid-end) 외관검사장비 사업부의 매출 규모가 줄어든 것이 이익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외관검사장비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3분기 563억8400만원에서 올해 3분기 203억2300만원으로 63%, 미드엔드 검사장비 사업부 매출은 243억900만원에서 191억4700만원으로 각각 63.9%, 21.4% 감소했다.

매출은 역성장한가운데 인력 확보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 2019년 말 178명이었던 총 직원수는 지난해 말 327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3분기말 기준 359명으로 늘었다. 해외 지사 및 R&D 인력을 중심으로 직원 규모가 빠르게 커진 것으로 보인다. 작년 3분기 기준 종업원 급여 계정의 총 비용은 196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3분기 말 약 232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불황을 버티는 원동력은 수주 잔고였다. 3분기 말 인텍플러스의 수주 잔고는 771억원 수준이다. 지난 4월 2차전지 검사 분야에서 유의미한 수주를 받은 영향이다. 다만 수주건의 매출 인식이 빠르게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주 잔고로 내년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올해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연간 기준 저조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인텍플러스는 자금 조달 목적 구분을 ‘기타자금’으로 해둔 상태다. 인텍플러스 측은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며 조달금에 대해 투자 대상, 금액 및 시기 등은 검토 중에 있지만 현재 최종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기타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 및 타법인증권취득과 운영 자금으로도 일부 사용 될 수도 있어 기타자금으로 표기했다”고 밝혔다.

메자닌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외부 조달에 나서지 않았던 인텍플러스가 CB 발행에 나서는 것을 영업적자에도 인력 확충 및 투자 등 업황 개선을 준비하기 위한 운영자금 마련 차원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내년 업황이 기지개를 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변동성이 높아 대비가 필요하다. 낮은 비용으로 수백억원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도 볼 수 있다.

메자닌 투자 업계 관계자는 “타 기업처럼 신사업 추진을 위한 성장 동력 마련 차원에서 조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자가 나며 운영자금 일환으로 현금을 미리 비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사업 성장성은 있지만 업황 악화로 손익이 꺾이는 시점이라 여러 주관사에서 발행 제안을 했기 때문에 발행사에 유리하게 조건이 설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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