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손실 대란]DLF 사태후 도입 '파생상품 총량규제' 개편 방향성은규제 한계 드러나…강화 분위기 속 사모시장 확대 관측도
이명관 기자공개 2023-12-15 08:22:11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4년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를 계기로 도입했던 은행권 파생상품 총량규제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해당 규제가 오히려 독이 되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ELS 문제를 야기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기존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 파생상품 총량규제 개정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은행권에서 중심으로 불거진 ELS 문제를 억제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개정 방향성은 미정이다. 금융당국은 의견 수렴 이후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달 은행을 대상으로 ELS 판매한도 규제 개선 방안 등과 관련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9년 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에 파생상품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은행들이 파생상품 판매에서 대규모 문제를 일으키자 2019년 11월 말 기준 판매 잔액만큼만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사태는 비이자이익 강화를 위해 일부 은행에서 판매했던 파생결합상품(DLF)이 대규모 손실을 야기하면서 소비자들과 업계 전체에 미치는 충격파가 컸다. 특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 사례도 다수 드러나기도 했다.
DLF는 금리·원유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 DLS를 은행에서 사모펀드 형태로 편입해 판매하는 파생결합펀드다. 4년 전 문제가 된 DLF 상품은 크게 두 가지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과 미·영 이자율 스와프(CMS금리) 연계상품이다. 각각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주로 판매했다. 두 상품은 모두 경기 침체 국면에 수익률이 하락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필 당시 유로존의 경기 둔화 흐름이 DLF 상품 만기 시점까지 지속됐다.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논란이 이어졌고, 손실배상과 함께 규제 도입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다시 한 번 칼을 빼드는 이유는 최근 4년 전 사태와 유사한 형태로 파생상품 판매 문제가 불거져서다. 문제가 된 상품은 홍콩H지수 ESL다. 최근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ELS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에 따른 대규모 고객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녹인형(Knock-in) 주가연계증권(ELS)을 집중 판매하면서 손실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통상 녹인형은 노녹인형(No Knock-in)과 비교해 원금 손실 리스크가 더 크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KB국민은행의 홍콩H ELS 판매 잔액의 60% 이상이 녹인 배리어를 터치하면서 손실을 낼 상황에 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이 내몰린 이유는 앞서 도입한 파생상품 총량규제와 맞닿아 있다. 역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규제가 도입된 2019년 11월 잔액 기준으로 총량이 제한됐다. 당시 기준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 대비 한도가 2~3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공격적으로 ELS를 판매할 수 있었다. 현재 홍콩H지수 하락으로 KB국민은행이 힘겨워하고 있는 단초가 된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이 지점에서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생상품 총량규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어서다. 규제를 도입했을 당시 은행별 한도를 규제하는 것을 두고 징벌적 규제라는 비판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당시의 우려가 들어맞은 셈이다.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에선 보다 강력한 형태의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파생상품 판매를 금지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물론 일부에선 미국의 사례를 기반으로 규제보단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방지를 위해 공적 규제 범주에 들어오게 하면서 표준화와 투명성 제고 등 판매 제한을 두기보다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규제가 취급할 수 있는 은행별 적정 판매 규모를 정해주는 식이었다보니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며 "불완전 판매 이슈와 연결돼 파생상품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서 터지고 있는 터라, 보다 강력한 규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권들도 이런 이유로 선제적으로 ELS 판매를 자체적으로 중단하고, 전략적으로 현재 문제가 된 공모 비히클을 활용하지 않고 사모로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굳이 당국의 규제 레이더에 들어가는 공모보다는 사모를 통해 계속해서 판매채널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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