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H인베스트먼트]'6년차' 강지수 전무, 바이오 성공 방정식 '축적'의 시간코어라인소프트 올라운드 투자로 '잭팟', 상장 앞둔 아이빔테크놀로지 회수도 기대
구혜린 기자공개 2023-12-14 08:21:29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 중에서 처음부터 심사역이 되겠단 목표로 이력을 쌓은 인물은 드물다. 강지수 BNH인베스트먼트 전무(사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환경의학 박사인 그는 긴 유학생활과 대기업 근속을 거쳐 벤처캐피탈(VC) 세계에 뒤늦게 입문했다.입문은 늦었지만 적응은 빨랐다. 강 전무는 6년새 블라인드 펀드 3개 결성, 굵직한 회수 기록을 세우며 실력을 입증했다. 자신만의 초기기업 발굴, 밸류업 노하우를 통해 '재현 가능한 성공 방정식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이를 착착 실행해 나가고 있다.
◇성장스토리: '전문지식+문제 해결 감각'이 이끈 VC 업계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벤처캐피탈리스 중에서도 강지수 전무는 긴 학력을 자랑한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를 졸업한 그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잠깐의 사회생활을 경험한 후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뉴욕대(NYU)에서 환경의학(Environmental Medicine)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후 P.D(포스트닥터) 과정까지 완수했다.
강 전무가 수학기간 동안 천착했던 관심사는 '과학 지식을 통한 현실 문제 해결'이다. 학사 과정에선 환경독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석박사 과정에선 나노물질 독성이 폐·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했다. 이후 기초과학이 약하단 스스로의 판단 하에 P.D 과정에선 폐 희귀질환에 대해 추가로 연구해 부족분을 채웠다.
그가 학계에 남지 않고 비즈니스 세계로 넘어온 이유도 문제 해결 감각에 있다. 유학 생활 동안 강 전무는 연구실 동료들로부터 '문제 해결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줄곧 들었다고 한다. 연구실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걸 방지하도록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이웃 학교 및 제약사로부터 확보하기 위해 협상하는 데 재능을 보인 덕이다.
강지수 전무는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친구들로부터 '너는 컨설팅이나 비즈니스가 잘 맞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들었다"며 "스스로 보기에도 과학적인 지식을 비전공자들에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잘하는 것 같다고 판단해 전략기획, 컨설팅 이런 쪽을 찾아 보다가 CJ에 입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전무가 바이오 지식과 비즈니스 감각을 발휘한 첫 직장은 CJ 미래경영연구원이다. 미래경영연구원은 그룹의 중요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CJ의 씽크탱크다. 강 전무는 글로벌 바이오 산업 트렌드 분석, 투자 및 인수합병(M&A)타깃 발굴, 신사업 모색 등 역할을 담당했다. CJ헬스케어 및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현 CJ인베스트먼트)와 긴밀히 협력하며 신사업 진출 및 투자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
6년간의 CJ 생활은 그가 VC 업계로 옮기는 일종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 여러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 검토를 맡으며 벤처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시기상으로도 2017년 CJ가 CJ헬스케어를 매각, 연구원 내에서 바이오 전문가로서의 이력을 살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이동을 고민해야 했다.
많은 하우스 중에서도 BNH인베를 선택한 이유는 '핏(fit)' 때문이다. 강 전무는 "바이오헬스케어 전문성이 있으면서 독립적이고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지 않은 하우스를 원했다"며 "하우스 포트폴리오도 신약 비중이 3분의 1이고 나머지는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인데 CJ에서 화장품, 건기식 등을 두루 투자 검토했기 때문에 핏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투자철학: '스타트업 성장 지원 매뉴얼' 구축
강지수 전무는 '재현 가능한 성공 방정식을 만들자'란 뚜렷한 목표를 지닌 심사역이다. 그는 초기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밸류업을 돕는 과정에서 공통분모가 많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에 착안해 강 전무만의 '성장 지원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다른 스타트업에도 적용하며 구체화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유니콘을 배출하는 건 심사역 개인의 안목이나 회사의 노력을 넘어서 아주 많은 것들이 작용하고 운도 엄청나게 작용한다고 본다"며 "하지만 유망한 초기 기업을 발굴해 적정한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덴 어느 정도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기업을 발굴하는 안목과 역량, 노력은 축적도 될 수 있고 어느 정도 재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투자한 기업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관계를 지속하겠단 의지도 있다. 투자금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결정에 적절한 조언을 줄 수 있는 투자사가 돼야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단 설명이다. 실제 BNH인베가 투자한 기업들은 하우스의 출자자(LP)로 참여하며 선순환을 구축한 사례가 많다.
강 전무는 "투자한 것이 부끄럽지 않은 회사에 투자하고 싶단 의식이 있고 이런 회사들이랑 오래 관계를 가져가고 싶다"며 "프로페셔날한 관계로 만났는데 결국 서로 도움이 돼야 그 관계가 오랜 간다고 생각해 투자 이후에도 회사에 이런 저런 도움이 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1: '성공적인 첫 투자·첫 회수' 코어라인소프트
강지수 전무는 2018년 BNH인베에 입사한 뒤 하우스의 '3호 펀드'를 결성했다. 해당 펀드로 최초 투자한 곳이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코어라인소프트'다. 시리즈A 라운드와 시리즈B 라운드에 각각 10억원씩 총 20억원을 투자했다. 시리즈A 투자 당시의 코어라인소프트의 포스트 밸류에이션은 200억원에 불과했다.
투자를 결심한 이유는 코어라인소프트의 주력 제품이 실제 워킹(working)해본 소프트웨어였단 점이다. 여러 대학병원에서 레퍼런스 체크를 해 본 결과, 폐암 조기검진 소프트웨어를 연구용이 아닌 현장 투입해본 곳은 코어라인소프트가 유일하며 기술의 진입장벽도 높단 평가를 받았다. 연쇄 창업자인 창업주가 검진 소프트웨어 업계의 생리를 빠삭하게 꿰뚫고 있단 점도 신뢰를 더했다.
코어라인소프트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BNH인베는 7배 이상 멀티플의 회수 성적을 거뒀다. 특히 강지수 전무에게 해당 딜(deal)이 의미있는 이유는 첫 클럽딜이기 때문이다. 강 전무의 초대로 신한증권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코어라인소프트의 초기 투자를 단행했으며 의미있는 성과를 공유할 수 있었다.
강지수 전무는 "첫 딜이라 애정이 많이 간다"며 "회사의 성장 과정마다 상의를 많이 해 상장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VC 첫 딜은 망한다'는 얘기가 많은데 돈도 벌고 회사와 좋은 관계도 유지한 이상적인 케이스였다"며 "행운이었고 감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랙레코드 2: '2024 시그니처 딜 기대감' 아이빔테크놀로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심사 상태인 '아이빔테크놀로지' 투자도 그의 작품이다. 강 전무는 2018년 조성한 하우스 3호 펀드와 2020년 조성한 4호 펀드로 아이빔테크놀로지에 총 50억원을 베팅했다. 시리즈B 라운드와 시리즈C 라운드에 각각 20억원을 투자하고 10억원 규모 구주를 추가 매입했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실험장비를 개발한 곳이다. 모든 신약 개발에서 비임상 동물실험은 필수인데, 약물 투약 후 실제 작용 결과를 보기 위해선 동물을 죽여야만 한다. 아이빔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생체현미경을 사용하면 '실험체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혈액을 타고 약물이 어떤 세포로 이동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성사에 아이빔테크놀로지의 현미경이 기여하기도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3월 글로벌 빅파마 사노피와 91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전 대상은 퇴행성뇌질환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이 항체의 특징은 항체를 뇌 안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플랫폼(Blood-Brain-Barrier, BBB)이 적용돼 있단 것인데 이를 입증하기 위해선 특수 현미경이 필수적으로 쓰여야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의미 있는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성공적인 코스닥 입성이 예상된단 평가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글로벌 수주가 늘어남에 따라 올해 약 45억원, 내년 약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 전무는 "아이빔테크놀로지는 금광을 캘 때 입는 청바지를 파는 것 같은 회사"라며 "사노피, 하버드 병원 등에 장비를 납품하면서 글로벌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1200억 펀드 소진 & 하우스 영역 확장
강지수 전무는 내년 목표로 활발한 투자를 꼽았다. BNH인베스트먼트는 올해 1200억원 규모의 바이오 펀드를 만들었다. 현재까지 약정총액의 3분의 1인 400억원을 소진했다. 신약 개발 기업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미용장비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골고루 담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강 전무는 내년에도 비슷한 속도로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이 어려운 시기는 맞지만, 좋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담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빈티지가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딜은 엄청 많이 들어오는데 잘 골라서 투자하고 펀드 소진 속도에 따라서 다음 펀드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책임형(LLC) VC의 전무로서 하우스 경영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BNH인베는 하나의 펀드의 결성과 소진에 모든 운용 인력이 참여하는 '원펀드' 전략을 구사하는 하우스다. 그는 "앞으로 어떤 영역으로 확장하고 우리 회사를 어떤 색깔의 하우스로 만들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환경이 어려우니까 고민도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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