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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자금흐름 돋보기]‘위기와 혁신’의 역사, 올해도 반복될까③고비 때마다 꺼내든 인적 쇄신카드, 안정 대신 변화 전략 통했다

김규희 기자공개 2023-12-15 07:22:45

[편집자주]

CJ 그룹 안팎은 위기감으로 가득차있다. 지난해 그룹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들떠있었지만 올해는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직면하며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더벨은 지주사 CJ㈜ 현금곳간 변화를 통해 CJ 그룹이 처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각 계열사 별로 달라진 현금창출력과 위상을 점검, 곧 있을 연말 인사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그룹이 재계 13위 기업집단으로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위기를 겪었다. 1993년 첫 시작만 해도 중견기업 수준이었지만 쇄신과 혁신을 거듭한 끝에 굴지의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항상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CJ 그룹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를 통해 숱한 고비를 극복해 왔다.

단적으로 CJ 그룹은 지난 2019년 재무구조 위기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자산 매각과 함께 대대적인 인력 재배치를 단행했다.

비상경영을 선언한 CJ그룹은 2019년 말 있었던 ‘2020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지주사 인력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다. 외연 확장이 아닌 내실경영에 치중한다는 목표 아래 조직 슬림화와 함께 과감하게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당시 가장 주목받았던 인사는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이사의 낙마다. 신 대표는 1조원에 달하는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인수하느라 취약해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부채비율이 185.5%까지 치솟자 1조원 규모의 서울 가양동 부지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신 대표는 2019년 12월 인사에서 CJ기술원장으로 발령이 났다. 대신 강신호 CJ제일제당 총괄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앉혔다.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도 변경됐다. 기존 이경배 대표 대신 차인혁 부사장을 대표로 발탁했다. 차 부사장은 인사 3개월 전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이었다. 그는 직전까지 SK텔레콤에서 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단장 등으로 근무했다.

코로나19 위기 확산으로 역대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한 2020년에는 ‘물갈이’ 인사가 단행됐다. 2020년 말 이뤄진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선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뿐 아니라 CJ CGV, CJ프레시웨이, CJ푸드빌 등 주요 계열사 대부분의 대표이사를 갈아치웠다.

특히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는 취임 1년 만에 CJ대한통운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에는 최은석 CJ㈜ 경영전략총괄이 선임됐다. CJ ENM 대표에는 강호성 CJ㈜ 경영지원총괄을, CJ CGV 허민회, CJ프레시웨이 정성필, CJ푸드빌 김찬호, CJ라이브시티 신형관, CJ피드앤케어 김선강 대표를 각각 임명했다.

반면 호실적을 거뒀던 2021년에는 계열사 대표 전원이 유임됐다. 전년 코로나19 여파라는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2021년 CJ 그룹이 거둔 성장세는 기록적이었다. 2021년 매출액 34조4840억원, 영업이익 1조8818억원은 2019년의 수치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룹 실적은 상향 곡선을 이어갔지만 이재현 회장은 위기대응을 강조했다. 통상 연말에 실시하던 정기 임원인사를 두 달 앞당겨 10월 조기 단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의 높은 성장세를 이끈 구창근 대표를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에 선임해 위기에 빠진 미디어사업 구출 임무를 부여했다. CJ올리브영 대표에는 영업본부장을 맡던 이선정 경영리더를 승진시켰다. 그룹 내 최연소이자 여성 최초 CEO를 통해 혁신에 속도를 가하고자 했다.

CJ 그룹은 조만간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이 올해 CJ 그룹 안팎을 ‘위기’로 진단한 만큼 인사 한파가 불어올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바이오 업황 부진 등으로 수익성이 꺾인 CJ제일제당과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CJ ENM, CJ CGV 등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CJ 그룹이 또다시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좋지 않았던 경기 흐름에 따라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대표이사 40%를 교체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며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CJ 그룹 역시 같은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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