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잠재 물량 38%' 쎄노텍, 오버행 리스크 '고개'②주식 전환 가능 주식 수 1700만주 이상, 콜옵션 조항 제외
정유현 기자공개 2023-12-19 08:17:49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5일 08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쎄노텍이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면서 오버행(대량 매물 출회) 이슈가 고개를 들고 있다. 2년 전 발행한 CB의 미전환 물량이 남은 상황에서 추가로 CB를 찍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오버행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콜옵션(매도청구권)을 걸지 않고 추진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대주주 지배력이 공고한 만큼 지분율 희석에도 지배 구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 주주들의 불만은 커질 여지도 있다.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쎄노텍은 100억원 규모 3회차 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투자자들이 납입을 진행할 예정으로 CB 발행에 따라 향후 전환에 따라 발행될 주식 수는 639만7952주다. 발행 주식 총 수의 12.34% 수준이다. 만약 주가가 하락해 전환가액이 최저치(1095원)로 하향되면 전환 가능 주식 수는 최대 913만2420주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기발행 CB도 쌓여있다. 2021년 5월 175억원 규모로 발행한 2회차 CB가 일부 남아있다. 금액으로는 81억1000만원 규모이며 전환가가 최저치로 하향돼 전환 가능 주식 수는 1116만7836주다. 이번에 3회차 CB 발행까지 더해지며 향후 전환 가능 주식 수는 1756만5788주로 늘어난다. 발행주식 총 수의 38.64%에 달한다.
이번에 발행하는 3회차 CB의 경우 조달 목적을 '운영 자금'으로 명시한 상태지만 상황 상 2회차 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대응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마다 투자자들은 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하지만 주가가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10월부터 주가가 전환가 수준인 15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5월 이후 발행 주식 총수의 1%를 넘는 유의미한 전환청구 행사는 없는 상태다.
2회차 CB는 표면 1%, 만기 2% 이율을 넣고 발행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하지만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남은 잔액에 대해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쎄노텍은 대비가 필요하다. 이번에 CB를 찍어 조달한 금액으로 81억1000만원 규모의 미전환 CB를 전량 상환하면 오버행 이슈는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가가 더 하락해 3회차 CB의 전환가도 최저치로 낮아지면 900만주 이상의 잠재 물량이 있어 여전히 부담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콜옵션을 넣지 않고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회차 CB의 경우 권면총액의 35% 수준으로 콜옵션을 걸었다. 통상적으로 콜옵션은 최대주주 측이 행사해 지분율 희석을 방어한다. 하지만 전자공시상에서는 2회차 CB의 콜옵션 행사 관련해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없는 상태다. 3분기 말 기준 쎄노텍의 최대주주는 42.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앤에프마블홀딩스다.
2017년 창업주인 강종봉 전 대표가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이앤에프PE)에 보유 주식 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앤에프PE는 승계 합의서를 체결해 이앤에프마블홀딩스에 주주간 계약서 및 합의서상 양수인의 권리 및 의무 등을 이전해 대주주로 오른 상태다. 2017년 이후 이앤에프마블홀딩스 이름으로 지분 공시가 따로 진행된 건이 없다.
이앤에프마블홀딩스의 보유 주식수는 1910만194주인데, CB 보통주 전환에 따라 신주가 발행되며 분기 초 지분율이 43.87%에서 분기 말에 42.02%로 희석됐다. 콜옵션을 공시 의무가 없는 제3자가 취득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대주주 측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된다. 2회차 CB의 콜옵션 행사 가능기간도 이미 만료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주가가 반등해 투자자들이 2회차 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최선이다. 현금 유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B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돼 시장에 대거 쏟아질 수도 있다. 오버행은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악재 중 하나로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 상황에서 3회차 CB에는 아예 콜옵션 조건을 삽입하지 않은 것이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분율이 희석돼 30%대로 내려가도 여전히 지배력이 공고하기 때문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콜옵션 조건을 넣고 향후 대주주가 아닌 발행사인 쎄노텍이 직접 취득해 소각하는 방식을 고민할 수도 있지만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만큼 이 가능성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쎄노텍의 100억원 규모 CB 발행 소식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시 전인 7일부터 하락세를 이어가던 쎄노텍의 주가는 공시일인 13일에도 16원 내린 1523원에 거래를 마쳤다. 14일은 장 오픈부터 하락하더니 장 마감 30분전에 상승했지만 전일 대비 1원만 올랐다.
쎄노텍에 CB 발행 관련 사항 질의를 위해 분기보고서에 표기된 경상남도 함안군에 위치한 본사 대표 번호로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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