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이조' 캡티비전 상장, 화우 IPO팀이 이끌었다 11월 미국 나스닥 입성…3개국 넘나든 '삼각주식교환' 눈길
안준호 기자공개 2023-12-26 08:33:55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은 오랜만에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이 재개된 해다. 한국 자본시장이 성장하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상장 시도 역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한국 기업은 그라비티(GRVY) 한 곳뿐이었다. 미국 소재 모회사가 상장한 쿠팡까지 계산에 넣어도 2개사뿐이다.올해는 달랐다. 연초부터 나스닥 진출 계획을 밝힌 곳들이 속속 등장했다. 하반기에는 한류홀딩스와 캡티비전(구 글람) 등 상장에 성공한 기업도 2곳 등장했다. 직상장과 스팩(SPAC) 합병으로 경로는 달랐지만 의미가 적지 않다. 대부분 예탁증권(ADR) 형태를 택했던 과거와는 양상이 변했다는 평가다.
특히 캡티비전은 딜 구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다. 한·미 감독기관에 증권신고서를 동시 제출한 최초 사례다. 계약 후 5개월 만에 신고서를 내는 등 속도 역시 남달랐다. 주요 자문사로 참여한 법무법인 화우 강성운·정성빈 변호사, 오필운 외국 변호사를 만나 진행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캡티비전은 투명 유리에 영상 등 미디어를 재생하는 'G-글라스‘ 기술을 보유한 미디어파사드 기업이다. 유리 사이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삽입해 건물 외벽에서 직접 영상이 재생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독자적 아이디어로 제품화에 성공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을 스크린 삼아 영상을 투사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는 LED 패널을 외벽에 직접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한다. 유리에서 직접 영상이 재생되는 G-글라스는 일반적인 미디어 파사드보다 경쟁력이 뛰어나다. 해상도가 높은 것은 물론 유지보수 역시 쉽다.
성공적으로 제품을 출시했지만 고민이 없진 않았다. 미디어 파사드가 주로 초대형 건축물에 이용되다 보니 국내에서만 사업을 영위하기가 어려웠다. 컨테이너 형태로 제작된 ’G-Tainer‘, 미디어 월 형태의 ’G-Wall’ 등 등 활용도를 높인 제품도 출시했지만 더 많은 기회를 노리려면 글로벌 시장 진출이 불가피했다.
고민을 이어가던 캡티비전에 해답을 준 것은 미국의 부동산 전문 그룹인 재규어 글로벌(Jaguar Global)이었다. 부동산 투자와 운용에 일가견을 가진 재규어 그룹은 헤네시 캐피탈(Hennessy Capital)과 손잡고 스팩을 만든 뒤 프롭테크 분야 유망 기업 투자를 모색 중이었다. 그러던 중 캡티비전의 기술력에 주목해 합병을 통한 미국 상장을 제의했다.
강성운 변호사는 “재규어그룹의 네트워크가 전 세계에 걸쳐 형성되어 있는 만큼 상장 이후에도 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미디어파사드가 대형 건축물에 주로 들어가다 보니 랜드마크 수준의 건물을 보유한 소유주들과의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경 넘나든 3단계 구조 딜…증권신고서 검토와 금융당국 협의 총괄
올해 3월 합병 계약을 맺었지만 상장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상 스팩의 청산 시점이 2023년 8월 15일 이후인 것이 걸림돌이었다. 미국 회계기준(US GAAP)에 맞춰 감사를 받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캡티비전과 재규어글로벌 측은 복잡한 구조를 설계했다. 케이만 제도에 소재한 스팩사인 재규어 글로벌 그로스 코퍼레이션 I(Jaguar Global Growth Corporation I)과 별개로 현지 법인을 만든 뒤 역합병을 거쳐 명목회사(Captivision Inc.)를 설립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에는 스팩 자회사인 ‘재규어글로벌그로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과정은 한국에서 진행됐다. 명목회사가 스팩 자회사에 신주를 발행하고, 다시 자회사는 캡티비전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했다. 캡티비전 주주들은 지분을 넘기고 Captivision Inc의 주식을 받았다. 이같은 ‘삼각주식교환’을 거친 뒤 Captivision Inc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역합병→신주발행→주식교환의 3단계 구조 딜이 한국과 미국, 케이만을 넘나들며 진행됐다.
화우 측은 국내에서 진행된 과정에 국한해 업무를 수행했다. 다만 단순 주식교환이 아니다 보니 해외 진행상황까지 챙기며 국내 증권고서 검토와 금융감독원 협의까지 총괄했다. 캡티비전 소액주주가 50인 이상에 달해 공모 증권신고서 제출이 필요했다. 딜의 배경을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상장 절차와 공시 자료까지 세세하게 분석해 전달했다.
정성빈 변호사는 “한국과 미국의 신고서 양식이 다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동일성을 유지해야 했다”며 “처음 있는 사례이다 보니 금감원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자문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오필운 외국 변호사는 “국내 신고서에 전체 구조가 담겨야 하는데, 합병 과정에서의 지분과 증권 변동(Cap Table) 등을 법률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자문 과정을 거친 덕분에 이점도 있었다. 상장 주체는 케이만 제도에 설립된 회사였기 때문에 SEC에 해외 민간 발행사(foreign private issuer)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경우 회사 지배구조는 물론 분기보고서 제출 면제 등 완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회계기준도 미국회계기준(US GAAP)이 아닌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가능하다.
상장 유지 비용은 나스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게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당장 공시를 위해 현지 법률사무소를 선정해야 한다. 이외에도 사업보고서 제출, 회계감사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투입되는 규모가 연간 수십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해외 민간 발행사 지위가 주는 혜택이 중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법무법인 화우 IPO팀 역시 이번 딜을 수행하며 적지 않은 노하우를 쌓았다. 모회사가 외국 기업인 삼각주식교환도 흔치 않지만, 법률 자문사가 증권신고서 제출과 금융당국 협의까지 함께 수행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향후에도 비슷한 구조의 딜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이 한 층 올라갔다는 평가다.
강성운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라면 아무래도 투자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편한 방법”이라며 “다만 글로벌 시장 진출이 절실하거나, 네트워크 확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번 딜과 같은 구조로 상장하는 것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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