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인베스트, 보수적 밸류 책정 무게 '시장친화 행보' 순익 연환산 기준 2000억 이상 가능…LTM 선택, 적정시총 1000억 대 산출
권순철 기자공개 2023-12-22 13:55:54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0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B인베스트먼트가 2000억원 이상으로 책정할 수 있는 적정시가총액(상장 밸류)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몸값으로 상장에 나선다. 밸류에이션에 유리한 최근 4분기(LTM)가 아닌 연환산 순이익 수치로 접근해 1000억원 대의 상장 밸류로 공모를 시도할 방침이다.이런 시도는 밸류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산출되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환산으로 순이익을 측정할 때 HB인베스트먼트의 순이익은 과대평가되는 반면 피어그룹은 과소평가된다.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밸류를 설정해 안전하게 코스닥에 입성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정신고서, 참고용 연환산 기업가치 껑충…코스닥 입성 위한 흥행몰이 만전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HB인베스트먼트는 정정된 내용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H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3분기 순이익을 LTM이 아닌 연환산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의 밸류와 주당 평가가액 등을 정정 신고서 상에서 추가로 공개했다. 이 경우 HB인베스트먼트의 밸류는 2533억, 주당 평가가액은 8962원이다.
초기에 제시했던 밸류와 공모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회사 측은 이번에 새로 공개한 수치들은 단순 참고용임을 밝혔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4일 올해 3분기 순이익을 LTM 기준으로 했을 때 밸류 1078억원, 주당 평가가액은 3816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할인율 26.62~37.10%를 적용하면 희망 공모가 밴드는 2400~2600원이다.
통상 PER(주가순이익비율)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경우 순이익의 측정 방식에 따라 적정 밸류가 달라진다. HB인베스트먼트는 작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분기별 순이익의 합계를 적정 순이익으로 잡았다. 이번에 참고 목적으로 첨부된 적정 순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당기순이익을 연환산하여 산출된 값이다.
HB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올해 3분기에 획득한 순이익을 연환산하면 LTM으로 측정했을 때보다 순이익이 높게 나타난다. 올해 3분기까지 HB인베스트먼트가 거둔 순이익은 87억 8800만원이다. 작년 4분기 당기순이익이 7억 2300만원인 것을 고려할 때 LTM 기준 순이익값은 95억 1100만원이다. 반면 연환산하였을 때 적정 순이익은 117억 1700만원으로 나타난다.
피어그룹의 PER도 연환산할 때 더 높은 값이 산출된다. 그 결과 피어그룹의 평균 PER은 21.62배로 LTM으로 계산된 PER보다 2배 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예상 밸류는 적정 순이익과 평균 PER을 곱한 값인 2533억원이 된다.
◇2533억 포기 후 '1078억' 선택…금감원, 연환산시 밸류 공시 주문
HB인베스트먼트가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당기순이익은 87억 8800만원이다. 작년 한해 동안 획득한 74억 7180만원을 이미 넘었다. 올해에만 분기별 3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가져가며 가파른 성장세를 띄고 있다.
올 3분기 동종 벤처캐피탈 기업들의 실적과도 차이를 보인다. 올 3분기 기준 VC업체 19곳이 거둔 평균 당기순이익은 18억 2400만원으로 나타났다. HB인베스트먼트보다 3분기에 많은 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큐캐피탈(90억9200만원)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112억7400만원) 두 곳에 불과하다. 두 업체도 최근 4분기 동안 분기 기준 영업적자를 2회 기록했다.
올해 HB인베스트먼트가 동종업체 대비 좋은 실적을 보인 만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밸류를 설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HB인베스트먼트의 작년 4분기 당기순이익은 7억 2300만원이다. LTM 기준을 채택하는 경우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인 87억 8000만원에 2022년 4분기 이익이 더해진다. 반면 연환산 시에는 30억원이 추가되어 순이익은 과대평가된다.
연환산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 피어그룹과의 격차도 더욱 벌어진다. 피어그룹에 포함된 컴퍼니케이, 나우 IB, TS인베스트먼트 모두 작년 4분기 대비 올해 저조한 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연환산 시 작년 4분기 순익은 고려되지 않아 피어그룹의 순이익은 과소평가된다.
회사 관계자는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여 순이익을 측정하도록 정해진 바는 없지만 금감원에서 연환산 시 추정값도 첨부하라고 하여 추가했다"고 하면서 "당초에 밸류를 시장에서 예상하는 수준만큼 높게 설정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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