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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포커스]적대적 M&A 공개매수, 해외와 달리 성공 사례 드문 이유오너십 위주로 커오며 대주주 체제 형성, 약한 이사회 권한도 한몫

김예린 기자공개 2023-12-26 08:08:27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2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앤컴퍼니 그룹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쥐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상장사 공개매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도 성공 사례가 많이 없는 데다 자본시장 생태계 자체가 대주주가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우호세력을 총동원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확보하면서 ‘형제의 난’을 종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보유 지분 42.3%에 더해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 사촌 조현준 회장의 효성첨단소재, hy, 자사주까지 동원한 덕분이다. 이로써 조현식 고문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국내에서 벌어진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 시도는 기존에도 종종 벌어졌다. 2020년 행동주의펀드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3자 연합에 의한 한진칼 경영권 인수 시도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2003년 금강고려화학(KCC)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위한 공개매수, 2008년 우리투자증권 PEF의 샘표식품 경영권 확보, 올해 초 하이브가 추진한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등도 주요 사례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자본주의가 일찍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상장사 공개매수가 적대적 M&A 방법의 하나로 보다 보편화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가 쉽지 않은 배경으로 고유한 자본시장 생태계를 꼽는다. 자본시장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오너십 위주로 기업이 성장했고, 현재의 재벌 집단이 탄생했다. 창업자가 지분 100% 내지는 절반 가까이 쥔 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기업을 독자적으로 지배하고 경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 권한 자체도 강하지 않아 사실상 대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는 구조다. 대부분의 기업마다 대주주 우호세력들이 주요 이사회에 참여해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가 최근 발간한 ‘2023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자산 총액이 1조원 이상인 267개 비금융업 코스피 상장사 중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비율은 34%에 그쳤다.

이중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은 경우는 42%였고,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가 의장인 경우가 46%로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여전히 독립적인 감시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상장사마다 절대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드물어 지배력이 고르게 분산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 권한 자체도 비교적 세다. 소수주주권을 활용해 재무제표 등 민감한 정보 공개를 요청하거나, 대주주를 감시할 수 있는 이사, 감사를 선임 및 해임하는 데 있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실현시킬 수 있다. 국내에서는 대주주 및 우호세력이 대부분의 지분을 장악하고 있어 보유 지반 기반 표 대결에 있어 소액주주들이 승기를 쥐기 어렵다.

국내 한 전문 투자사 대표는 “미국의 경우 대주주가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지배력 자체가 약하다”며 “특정 주주가 지분을 더 인수해 경영권을 가져가면 되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어 “이사회는 개인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 대변하는 존재로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에 주식 저평가 요인이 발생하면 더 주체적으로 대주주를 견제·감시하고, 회사 가치 훼손 방지 차원에서 주주를 소송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오너 위주의 기업 경영 구조여서 소유권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점도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가 어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자사주를 매입해 우호 세력에 팔면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구권으로 갈수록 가족 위주 창업주가 존재하더라도 경영권에 집착하기 보단 합리적인 전문 경영인을 선정해 회사를 맡기는 게 일반적인 것과 대조적이다.

한 자문사 임원은 “자본시장이 발달할수록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잘 되지만,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고 소유권에 대한 집착이 크기 때문에 대주주가 지분과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며 “대주주가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정적 행위를 하더라도 경영권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정서적으로 보수적인 이유”라고 해석했다.

MBK파트너스와 조현식 고문의 공개매수 시도는 초반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향후 자본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오너리스크 등의 이유로 주식이 저평가된 기업들마다 주주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미 조현범 회장이 승계구도를 굳히면서 앞으로도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 가능성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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