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22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투자 조직을 부문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동안 팀으로 구성돼 있던 조직에 변화를 준 셈이다. 투자 조직은 부문 대표를 포함해 10명 조금 넘는 수준이다. 투자섹터별로 바이오·헬스케어, 서비스·플랫폼, 딥테크, 콘텐츠·게임까지 총 4개 부문으로 구분해 전문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부문별 심사역은 2~3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이번 조직개편은 어떤 의미일까. 그 배경의 답은 최근 설정한 펀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 9월 8000억원을 웃도는 초대형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꼬박 1년 정도 기간동안 펀드레이징을 실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와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시기를 극복하고 결국 펀드를 만들었다. 국내 벤처펀드 중에서 전례없이 큰 규모다.
관건은 이처럼 큰 규모의 펀드를 어떻게 운용할지다. 사실 기존 투자 '팀'을 '부문'으로 바꿨다고 해서 당장 펀드 성과가 양호해지는 건 아니다. 단지 초대형 펀드를 잘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틀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특히 원펀드(one fund) 전략으로 성장해 온 하우스다. 2016년 국민연금 우수운용사로서 수시출자를 받아 운용자산(AUM) 규모를 키웠다. 특히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를 운용할 경우 주목적이 비슷한 또다른 펀드를 운용하기 어렵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오히려 이를 적극 활용하는 원펀드 전략을 택했다.
든든한 LP를 확보하자 심사역들의 역량이 쌓이고,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점차 그로스 투자 하우스로 색깔을 명확히 했다. 다른 VC들도 최근 그로스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벤처펀드로 이처럼 큰 규모의 펀드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사모펀드(PEF)를 확대하려는 VC들이 다수다. 이미 IMM인베스트먼트는 그로스투자본부를 통해 PEF 투자를 실시하는데 PEF AUM 규모만 6조원에 육박한다. 물론 인프라투자 등도 포함된 규모다.
벤처펀드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처럼 막대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처럼 대규모 원 펀드를 운용해 본 VC도 없다. 그동안 다른 VC가 가보지 않았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직개편도 실험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각 부문 대표가 직접 손익관리를 실시하는 만큼 투자 수익이 크면 해당 부문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반대로 수익이 작으면 해당부문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신 각 섹터별 업황의 등락이 존재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보면 특정 분야만 커지거나 작아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 효과를 누릴 뿐만 아니라 호황인 섹터에 효율적으로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를 갖출 수 있다. 이번 조직개편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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