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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알티 점프업 스토리]700대 장비로 던지고 구부려보고…반도체의 극한 생존기③신뢰성 평가 전담 이천사업장 르포

이천=김혜란 기자공개 2024-01-02 12: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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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Quality), 신뢰성(Reliability), 기술(Technology)의 앞 글자를 딴 큐알티(QRT)는 이름 그대로 반도체의 품질과 신뢰도를 평가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제조사가 정한 스펙대로 실제로 작동하는지 시험하고 검증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메모리든, 시스템 반도체든 반도체는 이런 '신뢰성 평가' 과정을 거치며 진화한다. 40년 노하우를 쌓은 큐알티의 가치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개발 흐름을 타고 크게 빛나고 있다. 이제는 불량 분석과 장비 개발 사업으로까지 입지를 넓히고 있는 큐알티를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8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정문을 지나 200m 정도 걷다 보니 '큐알티주식회사'란 간판이 나왔다. 이곳은 큐알티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신뢰성 평가를 전담하는 이천 본사다. 큐알티가 SK하이닉스 태생인 만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2일 큐알티 이천 신뢰성 사업본부 사업장을 찾았다. 큐알티는 이천 외에도 경기 수원 광교와 충북 청주, 경북 구미에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이천 사업장의 규모가 가장 크다. 1500평 공간에 신뢰성 평가 장비 700대가 돌아가고 있다. 이천 사업장은 1989년부터 반도체 신뢰성 평가 분야에 몸담아온 전문가 이윤근 신뢰성 사업본부 본부장(전무)이 총괄하고 있다.

이 전무는 "반도체가 극한 환경에서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견딜 수 있느냐를 시험하고 있다"며 "제가 신뢰성 평가를 오래 했는데, 가면 갈수록 더 까다로워지고 필수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 뿌리고 던져보고…반도체의 극한 생존기

이 전무의 안내에 따라 정전기 방지용 가운과 슬리퍼를 착용하고 시험소 안으로 들어서자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의 반도체 장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들 장비는 조금씩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극한 환경에서도 반도체가 생존할 수 있느냐를 시험하고 있다. 이 전무는 "과거 신뢰성 테스트 장비는 주로 일본과 독일산이었는데 지금은 국산 장비도 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본적인 신뢰성 테스트 영역은 온도와 습도다. 어느 온도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지, 저온에서 고온으로 급격하게 변화시켰을 때는 작동하는지 다방면으로 모의 시험을 해본다.

사업장 한쪽에선 반도체에 물을 뿌리거나 아예 침수시켜 보는 장비가 가동되고 있었다. 반도체가 탑재된 자동차는 고속도로만 아니라 해변가도 가고 울퉁불퉁한 오프로드도 달린다. 모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 봐야 한다. 반도체가 극한 환경에서 오작동하면 큰일이다.

다른 한편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시험하는 전용 장비가 모여있었다. 이 전무가 대표적 장비 중 하나인 TCT(Temperature Cycling Test)를 소개했다. TCT 장비는 영하 40도에서 150도까지 온도 변화가 심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반도체 수명을 평가하는 HTOL(High Temperature Operating Life) 장비도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얼마나 긴 시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대부분 1000시간 이상을 돌려본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반도체 개발사나 제조사들이 신뢰성 평가를 내재화하기보다 외주에 주는 게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 큐알티에 의뢰하는 이유다.

이 전무가 '진동시험실'로 안내했다. 이곳에선 진동 시험 장비가 자동으로 반도체를 마구 흔들어보고 있었다. 이 전무는 "모든 것은 이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테스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부품이기 때에 수송 과정에서부터 극한 환경에 놓인다.

반도체를 눌러보고 구부려보는 시험도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전무는 "요즘에는 반도체가 굉장히 소형화되고 얇아지다 보니 잘 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충격시험실'에서는 충격 시험 장비가 반도체를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리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양한 각도로 떨어트리고 지면을 콘크리트나 나무, 철판으로 바꿔보기도 한다.

◇최고 성능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노력

신뢰성 평가란 양산 가능 여부를 판정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전무는 "주 고객사의 경우 최종적으로 개발이 마무리된 제품을 (양산 전 품질 검증을 보완하기 위해) 의뢰하는 경우가 많고, 그 외의 고객사들은 이제 막 개발된 제품에 대한 시험을 소량으로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글로벌 세트(완성품) 업체 중에 전자부품에 사람 손이 닿으면 얼마나 마모되는지를 의뢰하는 사례도 있다. 고객사 중엔 반도체 패키징·테스트외주업체(OSAT)도 있는데, 원청업체에서 인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뢰성 테스트 난이도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큐알티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이나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기존 D램보다 속도가 빠른 메모리는 그만큼 열을 더 많이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보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다. 이 전무는 "올해 HBM3와 HBM3E를 테스트할 새 장비도 새롭게 마련했다"고 말했다.

큐알티는 신뢰성 테스트 영역에선 국내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 전무는 "(신뢰성 테스트) 장비에 대해 잘 알고 (반도체) 제품의 동작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엔지니어가 시험 방식을) 직접 디자인해 시험을 진행시킨다"며 "오랜 경험과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SK하이닉스 1989년 현대전자(SK하이닉스 전신)로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35년여간 이 길만 걸었다. 이 전무는 "반도체 제품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보기 위해 일부러 결함을 내고 취약점을 찾아내 품질을 보완하는 식의 신뢰성 검증도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고 품질의 반도체를 위한 큐알티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신뢰성 테스트 수준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내에 자리잡고 있는 큐알티 이천 사업장 전경(사진=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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