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반도체의 시간] 주성엔지니어링 성장 키워드 '해외·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까지 영역 확장, 고객사·매출처 다변화
김혜란 기자공개 2023-12-26 13:18:11
[편집자주]
긴 불황의 터널이다. 한국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주변 생태계 모두 올해 혹한기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3분기 다운턴(불황)의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버텨낸 'K반도체' 기업들의 한 해를 돌아본다. 그리고 반도체의 봄을 기다리며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재무와 사업 전략, 기회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2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고객사와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올해 반도체 불황 탓에 실적은 부진했으나 30년 업력의 토종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 주성엔니어링에는 어느 때보다 활기가 돌았다.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대한 기대감 덕이었다.지금까지 주성엔지니어링은 '메모리'와 '중국'이란 키워드와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30년'을 이끌어갈 성장전략의 방점은 '비메모리'와 '미국·대만'에 찍혀 있다. 현재는 주력인 원자층증착장비(ALD) 장비 공급 영역이 D램에 치우쳐 있지만, 내년부터는 시스템 반도체 업체로 확장해 성장 모멘텀으로 만들겠단 그림이다.
◇SK하이닉스 투자 축소에 실적 흔들
주성엔지니어링은 2021년과 지난해 큰 도약을 이뤘다. 2020년 약 1185억원이었던 연결회계기준 매출은 2021년 약 3773억원에서 지난해 약 4379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21년 약 1026억원, 지난해 약 1239억원으로 뛰었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27.2%, 지난해 28.3%에 달한다.
하지만 반도체 불황이었던 올해는 실적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29%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3분기 4.8%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영업이익은 약 90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959억원) 대비 10배가량이나 줄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도체 수요 둔화와 이에 따른 전방업체의 설비 투자 계획 축소 영향 탓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주력 제품은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을 만들 때 필요한 ALD다. 이외에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장비 쪽으로도 사업 다각화가 돼 있으나 반도체 장비 매출 비중이 3분기 말 기준 약 70%에 달한다.
또 장비별 매출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도체 장비의 경우 지난 한해 매출액이 약 3694억원이었는데, 올해는 3분기까지긴 하지만 약 129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 장비 매출도 같은 기간 약 685억원에서 67억원으로 전체 매출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반면 수익률이 아직 낮은 태양전지 장비는 지난해 23억원에서 3분기까지 503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과 수익성 모두 부진했다.
중국 매출의존도가 높단 점도 부담스럽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매출 중 국내에선 약 2208억원을, 중국에서 약 2160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3분기까지 국내 매출은 약 219억원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SK하이닉스 매출 의존도가 높은데, 올해 불황 탓에 SK하이닉스가 투자를 축소한 데 따라 실적도 주춤했다. 다만 중국 메모리 업체로부터 받은 수주가 매출로 인식되면서 올해 3분기까지 약 1137억원정도 매출을 기록했고, 이 덕에 적자전환은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로 판로 확장, 도약 노린다
지금의 사업구조는 중국과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셈이다. 결국 주성엔지니어링이 지금보다 더 성장하려면 중국과 국내 외 국가의 기업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고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주성엔지니어링도 이 점을 파고들었다. 지금까지 ALD 장비는 중국 메모리 업체와 SK하이닉스에 주로 판매했으나 앞으로 대만과 미국 등 해외 파운드리로 판로를 넓힌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부터 주성엔지니어링이 해외 파운드리 등에 장비를 공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영건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글로벌 로직(시스템 반도체) 업체향 장비 공급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올투자증권 고영민 연구원도 "해외 비메모리 고객사향 신규 진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중 관련 동향이 구체적으로 확인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규 계약이 성사되면 주성엔지니어링의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가 확 낮아지고 매출도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또 내년부터는 캐펙스(CAPEX·설비투자액) 부담도 줄어 수익성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캐펙스 추이를 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5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투자액은 약 62억원에 그쳤다. 용인R&D센터 건설과 경기도 광주본사 등 대규모 투자 건이 마무리돼 앞으로 캐펙스 투자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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