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코스닥 재점검]힘빠진 '캐리언니' 캐리소프트, 상장 후 매출 뚝①주관사 미래에셋, 상장 3년차 매출 달성도 22%
성상우 기자공개 2024-01-04 08:28:29
[편집자주]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자본시장 진출을 도왔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등 많은 이익 미실현 기업들의 자금조달 동아줄이 됐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기업 파두의 어닝 쇼크로 인해 기술특례 상장사의 이익 부풀리기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더벨이 기술특례 상장사가 제출한 투자설명서상 실적 전망과 현재를 비교,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3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캐리소프트는 기술성 특례 중 사업모델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세번째 회사다. 키즈 시장에서 '캐리언니'로 팬덤을 구축하고 있던 터라 기대를 모았지만 첫 도전으로 나선 시장은 냉정했다. 재수 끝에 코스닥에 데뷔했지만 상황은 더 녹록지 않았다. 상장 후 매출 규모는 줄어들었고 적자에서 5년째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설립 5년만에 상장 추진…재수 끝 코스닥 앞성
캐리소프트는 박창신 대표와 그의 배우자인 권원숙 이사가 2014년 10월 설립했다.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캐리와 장난감친구들'이라는 콘텐츠로 유튜브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시장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튜브 장악 이후 IPTV에도 '캐리TV' 등을 개국하면서 키즈 콘텐츠 영역 확장에 나섰다. 수십개의 채널을 보유하게 됐고 설립 5년차에 연매출 100억원 고지를 넘겼다.
캐리소프트는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서 영역을 구축한 콘텐츠 사업자가 사업 대형화와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사례로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기존 사업군에선 없었던 사업 구조였다. 전통 미디어에 종속되지 않고 자체 제작 콘텐츠만으로도 광고 수입과 그에 파생된 IP 비즈니스를 창출해낼 수 있는 구조에 시장 주목도는 더 커졌다. 설립 5년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기고 상장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2019년 7월 유튜브 스타로 등극한 '캐리언니'를 등에 업고 야심차게 코스닥 입성을 노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국내 증시 전체에 드리운 비관론 탓에 투심이 바닥을 찍던 시기였다. 코스닥 지수는 당시 연중 최저치인 600선 초반까지 떨어졌다. 여러 모로 상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기였고 캐리소프트에 대한 시장 평가가격 역시 기대치를 밑돌았다.
2019년 9월 두달만에 나선 재도전에선 전략을 더 치밀하게 세웠다. 준수한 성장성에 참신한 사업 모델이라는 강점을 유지했지만 여전히 이익이 나지 않던 터라 특례 상장을 노려야 했다. 몸값을 확 낮추면서 플리토에 이어 사업모델 특례 2호 기업으로 다시 한번 코스닥 문을 두드렸다.
보수적인 밸류에이션 덕분에 공모 과정에선 흥행을 기록했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900대 1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일반 청약에서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2019년 10월 상장 과정을 무난하게 마쳤고 82억원의 공모 자금을 확보했다.
◇상장 직후 실적 악화…300억 매출 전망했지만 실제론 60억대 그쳐
캐리소프트의 혹한기는 상장 직후에 찾아왔다. 상장 및 공모자금 확보 직후부터 오히려 매출 외형이 줄고 적자폭이 커졌다. 플리토에 이어 2호 사업모델 특례 상장 업체로 증시에 데뷔했지만 상장 후 성장 실패 사례라는 불명예까지 이어받게 된 셈이다.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캐리소프트 매출이 상장 이듬해인 2020년에 208억원, 상장 3년차인 2021년엔 3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치를 제시했다. 이익 규모 역시 상장 첫해부터 흑자 전환(순이익 7억원)에 성공한 뒤 해를 거듭하면서 37억원, 73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봤다. 밸류에이션 과정엔 2020년과 2021년의 당기순이익 추정치(37억원, 73억원)가 반영됐다. 이렇게 도출된 공모가(9000원) 기준 시가총액이 약 519억원이다.
상장 이후 실제 실적은 전망치에 크게 못미쳤다. 2020년과 2021년 연매출은 60억원대에 그쳤고 순손실이 40억원대로 더 불었다. 상장 3년차의 매출 전망치 달성도는 22%에 불과하다. 상장 첫해를 포함해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IPO 재수를 거치면서 몸값을 확 낮췄다고 했지만 실제 실적 기준으로는 그마저도 부풀려진 가격이었던 셈이다.
특히 주력 사업부문으로 키우는 ‘콘텐츠 IP' 부문 매출의 성장성 전망이 크게 빗나갔다. 이 부문 매출이 2020년 160억원을 넘어서고 2021년엔 230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게 미래에셋증권의 예상치였다. 실제론 각각 37억원, 43억원의 연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역시 이 부문 3분기 누적 매출은 55억원에 그쳤다.
광고 수입 등 콘텐츠에서 직접 발생하는 ‘콘텐츠’ 부문 매출 역시 상장 당시 45억원(2020년), 67억원(2021년) 규모 매출을 제시했지만 실제론 매년 10억~20억원 수준에 그쳤다. 주력 사업부문의 매출 추정치를 과도하게 높여잡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매년 판관비 규모가 매출을 넘어서는 고비용 구조 역시 상장 후 5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상장 직후 6개월간 역사적 최저점인 2000원 초반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2021년 상반기 메타버스 붐을 타고 2만원대로 폭등하기도 했다. 2022년 들어서면서 주가는 다시 장기 하락세로 접어들어 공모가(9000원)의 60% 수준인 5300원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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