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엠벤처투자는 지금]심성보 대표 "기업 라이프사이클 전반 조력자 목표"⑦3개 계열사 '묶인' 수앤금융그룹 출신, "PE부문 키우고 여전업 라이선스 확보"
구혜린 기자공개 2024-01-04 08:03:36
[편집자주]
엠벤처투자는 1986년 설립된 신영기술금융을 모태로 하는 1세대 창업투자회사다.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수앤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대주주에 맞먹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수앤파트너스는 엠벤처투자 이사회를 장악한 뒤 변화를 꾀하고 있다. 더벨은 엠벤처투자의 분쟁 현황과 쟁점, 향후 움직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3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 호흡이 긴 벤처캐피탈(VC)이 신규 기업을 발굴하면 사모투자펀드(PEF)가 대규모로 투자해 기업공개(IPO)를 돕고, 상장 이후 기업이 시설투자 등을 위해 자금을 필요로 할 때 리스·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 한다. 기업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친 조력자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심성보 엠벤처투자 신임 대표(사진)는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은 청사진을 전했다. 그는 엠벤처투자 최대주주가 된 수앤파트너스의 자회사 수앤파이낸셜인베스트먼트(이하 수앤파이낸셜)의 부사장이다. 엠벤처투자와 수앤파트너스의 경영권분쟁이 수앤 측으로 기운 직후부터 수앤파이낸셜에서 엠벤처투자로 완전히 적을 옮겨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경영권분쟁 감내' 엠벤처투자 매력 포인트는
엠벤처투자를 품은 수앤그룹은 '글로벌 투자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노린다. 당초 수앤파트너스는 엠벤처투자의 해외 투자 트랙레코드를 눈여겨 보고 지난해 3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협업을 모색해왔다.
엠벤처투자는 과거 한국모태펀드의 자펀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한국-이스라엘 협력펀드(MaC Fund L.P.) 등을 운용한 경험이 있다.
심성보 대표는 "수앤은 해외 투자가 늘 우선이었고 실제 일본과 유럽에 투자를 많이 해왔다"라며 "국내 순수한 투자기관은 이런 해외 투자 면에서 매우 약한데, 엠벤처투자는 일찍이 중화권, 이스라엘에 투자했단 점에서 수앤과 방향이 같고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존 최대주주의 의향과 의지였다. 엠벤처투자는 홍성혁 전 대표의 판단에 따라 지난 20여년간 펀드 재원 및 회사의 자본을 5G 칩셋 제조사인 GCT세미컨덕터에만 베팅해왔다. 그러다 보니 2대 주주인 수앤파트너스가 신규 투자처를 발굴해와도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이에 수앤파트너스는 경영권 분쟁을 걸어 이사회를 교체하고 추가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 지위에까지 올랐다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엠벤처투자는) 업력 대비 내실이 없었다"며 "가장 아쉬웠던 건 새로운 투자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건을 가져가서 논의해도 'GCT를 기다려야 한다, 미국 상황 안 좋다'는 것만 반복적으로 강조를 하다보니 (기존 최대주주와는) 같이 가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주주들이 우려하는 추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우호지분이 있고 지지해주는 개인 주주도 있으며 이사회 구조도 안정화됐다"라며 "경영권 분쟁은 당연히 종식됐고 향후 지배구조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권 분쟁이) 잘 해결돼 개운하지만,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며 "앞으로 기존 것들을 잘 정리하고 새로운 엠벤처투자를 일궈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여전업 라이선스·美 금융사 확보 '사업 확장'
엠벤처투자를 편입하며 리스크를 해소한 수앤그룹은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먼저 엠벤처투자의 유명무실한 PE부문을 활성화한다. 수앤그룹은 자문사인 모회사 수앤파트너스, PE 및 신기술금융사인 자회사 수앤파이낸셜로 이뤄져 있다. 수앤파이낸셜의 PE 전문인력을 엠벤처투자로 이관한 뒤 올해 최소 1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및 프로젝트 PEF를 결성할 계획이다.
심 대표는 "수앤파이낸셜은 자문사 수앤파트너스가 기반이 돼 있다 보니 투자 안건이 활발히 들어와 다양하고 빠르게 투자처를 접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며 "안건이 들어온 이후 수앤파이낸셜과 엠벤처투자 양쪽에서 보면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사 이후 단계까지 가고 있는 쿠킹이 된 딜에 엠벤처투자를 같이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VC부문은 올해 굵직한 이벤트가 있다. 장기 투자한 GCT세미컨덕터의 뉴욕증시 상장 덕분에 회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펀드뿐만 아니라 자체 보유자산으로 투자(PI)한 자금을 회수하면 1000억원가량이 엠벤처투자로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금과 더불어 엠벤처투자는 GCT세미컨덕터 투자 펀드로 수익을 얻게 되는 기존 출자자(LP)를 LP로 재유입시켜 신규 펀드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여신전문금융업 라이선스도 확보하려 한다. VC부문이 초기기업을 발굴한 뒤 PE부문이 추가 투자를 빠르게 단행해 일정 수준 이상 밸류업을 시킨 뒤 부족한 자금은 리스·할부 서비스로 더한단 복안이다. VC 및 PE부문에 일종의 소형 캐피탈 기능을 더하는 셈이다. 다만 현재 창업투자사는 여신전문금융업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없어 이는 계열사인 수앤파이낸셜이 주체가 돼 추진할 예정이다.
궁극적인 전략은 글로벌 투자다. 수앤파이낸셜은 2022년 미국 현지에 PE 하우스를 설립하고 펀드를 운용 중이다. 당장 올해부터 엠벤처투자는 이 플랫폼을 빌려 현지에서 딜, LP 발굴에 나설 수 있다. 수앤파이낸셜과 글로벌 펀드를 공동 운용(Co-GP)할 수도 있다. 양사를 통한 투자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투자일임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사업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심 대표는 "수앤파이낸셜은 웬만한 해외 국가들은 바로 컨콜을 요청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고 미국의 경우 1년 정도 준비해 세부 법률 검토를 마치고 2022년 실질적으로 하우스를 론칭해 투자를 하고 있다"며 "파이낸셜로 시작했지만 엠벤처투자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도 진행할 계획이다. 엠벤처투자는 유통물량 대부분을 개인 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기관의 뭉칫돈이 들어오지 않다 보니 주가 반등에 한계에 있는 상태다.
심 대표는 "1월 초부터 준비해서 1분기 중 애널리스트와 중소형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IR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GCT세미컨덕터 엑시트가 가시화되면 큰 자산운용사들도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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