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M&A 성적표]로보스타로 시작된 새 미래, 어디까지 왔나④'가전→로봇명가' 잇단 지분투자…산업·상업용 동시 공략
이상원 기자공개 2024-01-12 08:21:34
[편집자주]
LG전자가 올들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을 감안하면 더욱 돋보이는 성과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한 결과다. 여기에 과거 M&A했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며 큰 힘이 되고 있다. LG전자의 주요 M&A와 투자 이후의 성과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9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전장과 함께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2030년까지 전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약 3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의 로봇사업이 수치상 눈에 띄는 성과를 아직 내지는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사업 속도는 높이는 모양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공략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그 중심에는 '로보스타'가 있다. 2018년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던 그 해 인수한 곳으로 LG전자의 사업 체질 개선에 큰 역할을 한 기업이다. 산업용과 상업용 로봇을 투트랙으로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산업용 로봇 개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LG전자는 이외에도 로봇 관련 기업에 꾸준한 지분투자를 이어오며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본격화한 로봇사업, 실적은 들쑥날쑥
LG전자는 2003년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며 제품에 처음으로 '로봇'을 붙였다. 이후 2010년대 중반 현대적 개념의 로봇 전략을 수립해 나갔다. 2016년 국내 로봇기업들이 협동로봇 개발에 돌입하며 시장이 태동한 결과다. 이후 상용화된 제품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MWC 2016'에서 첫 제품을 공개했다. 공모양 로봇 '롤링봇(Rolling Bot)'이었다. 집안을 모니터링하거나 가전을 스마트폰과 연동해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현재로서는 특별할 것 없는 기능이지만 당시 시장이 초기 형성 과정이어서 나름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로보티즈'에 투자를 결정했다. 로봇 기업에 대한 첫 투자였다. 당시 지분 10.12%를 취득해 4대주주에 올랐다. 로보티즈는 다른 기업들과도 전략적 제휴를 놓고 고민해 왔지만 경영 자율성 보장을 약속한 LG전자를 최종 선택했다. 양사는 지금까지 로봇 플랫폼 개발을 함께 해오고 있다.
LG전자가 이후 2018년 사들인 게 로보스타다. 산업용 로봇 기업 로보스타를 881억원들여 지분 33.4%와 함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를 계기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로보스타가 LG 클로이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오며 LG전자의 로봇 사업 본격화를 도왔다.
사실 로보스타는 과거 LG그룹의 계열사였다. 외환위기(IMF) 시절 구조조정 과정에서 떨어져나갔지만 약 20년만에 다시 돌아온 경우다. 그룹을 떠났음에도 국내 로봇 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하며 2011년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2017년 중소 로봇기업 최초로 연매출 2000억을 달성했다.
로보스타는 산업용 로봇 전문 기업으로 다양한 산업군의 공장 자동화를 위한 로봇 제조와 로봇 기반 자동화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제조 공장에 쓰이는 수직 다관절 로봇 등을 제조한다. 산업용 직선운동(Linear motion) 로봇의 풀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로보스타의 실적이 여전히 아쉬운 모습이다. 2019~2020년 매출 급감과 함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적자가 113억원에 달했다. 그만큼 LG전자도 로봇사업에 성과를 내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행히 로봇에 대한 투자 확대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909% 급증한 18억원을 기록했다. '미래 사업'이 흑자 턴어라운드를 했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향후 국내 생산라인 자동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안정화 기대도 모은다. 로보스타는 LG전자 클로이 라인업 가운데 서브봇 등 일부 로봇을 위탁생산한 경험이 있다. 앞으로는 다른 기업의 생산라인 자동화를 위한 로봇 물량 수주에 더욱 집중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의 창원, 테네시 공장 자동화를 위한 로봇을 생산중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외에도 국내 중소기업, 스타트업 가운데 경쟁력을 갖춘 곳들이 많다. 최근 들어 관련 기업들의 상장이 이뤄지면서 자금 확보로 성장이 예상된다"며 "아직 국내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에 비해 기업들과 시장의 성장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상업용 '투트랙' 전략, 해체한 스마트폰사업부 노하우 투입
로봇사업 전략 측면에서 보면 LG전자는 산업용과 상업용으로 나눈 '투트랙'을 모두 구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로보스타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는 분야는 산업용 로봇이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스타트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상품성을 높여가고 있다.
투자 과정에서 LG전자의 선택과 집중이 돋보인다. 지난 2021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며 신사업에 투입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업부내 인력과 기술, 노하우가 대거 로봇사업부로 옮겨갔다. 로봇 운용을 위한 5세대 이동통신(5G) 접목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의 기술적 기반이 되고 있다.
상업용 로봇으로는 △가이드봇 △서브봇(선반형·서랍형) △바리스타봇 △셰프봇 △UV-C봇 △캐리봇 등 7종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호텔, 쇼핑몰, 식당, 병원, 물류센터 등 다양한 공간에 로봇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재로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다.
최근 LG전자의 안내·배송 로봇인 가이드봇, 서브봇은 동남아시아 골프장과 리조트, 호텔 등으로 진출했다. 골프장 운영 솔루션 기업 스마트스코어와 2년간 1200여 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280억원이다. 해외 단일 매출로는 역대 최대다. LG전자가 로봇과 솔루션을 판매하면 스마트스코어가 이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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