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패키징 향한 VIP 행동주의, 아세아·HL홀딩스 공통점은 꾸준한 흑자 잉여금 풍부…현금배당 위주 환원으론 부족
황원지 기자공개 2024-01-17 08:16:05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2일 0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VIP자산운용이 삼양패키징에 대한 행동주의를 공식화했다. 재작년부터 아세아, HL홀딩스 등에 행동주의를 전개해 잇따라 성과를 낸 데 이은 행보다. 당장 올해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요청할 계획이다.VIP자산운용이 삼양패키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세아와 HL홀딩스, 삼양패키징의 공통점은 주가에 비해 현금창출력 등 기초체력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세 회사 모두 5년 넘게 꾸준히 순이익을 내며 배당재원을 풍부하게 쌓아왔다. 반면 주주환원책은 대주주를 위한 현금배당 위주라 주가 부양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꾸준한 순이익에 배당재원 든든 ‘공통점’... 추후 주주환원책 재원
VIP자산운용의 전략인 가치투자는 기술적 분석보다는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 투자하고, 가치를 인정받길 기다려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얻는다. 때문에 현금창출력과 같은 기초체력이 뛰어난 기업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VIP자산운용이 행동주의를 진행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꾸준히 순이익을 기록중이라는 점이다. 수년간 쌓인 잉여금으로 자본금을 든든하게 쌓아뒀다. 추후 행동주의를 전개했을 때 주주환원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자금이 풍부한 기업인 셈이다.
아세아는 지주회사로 아세아제지와 아세아시멘트의 수익을 배당으로 받아 현금을 쌓았다. 2017년 순이익 735억원에서 2018년 1000억원대, 2021년에는 2000억원대를 돌파했다. 경기가 좋지 않았던 2022년에도 16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지난해에도 9월까지 1300억원을 벌어들이며 순항하고 있다.
HL홀딩스도 마찬가지다. HL홀딩스는 사업지주회사로 자회사 배당금 외에도 직접 자동차부품 유통 및 물류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체 사업 호조로 HL홀딩스는 2017년~2020년까지 한 해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4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2022년 잠시 25억원으로 규모가 줄었지만 지난해 9월까지 565억원을 기록하면서 다시 안정화 추세에 들어섰다.
삼양패키징도 6년 넘게 평균적으로 200억~3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도 9월까지 2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세 회사 모두 적자 없이 순이익을 이어온 셈이다.
덕분에 자본총계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자본총계 중 납입자본금을 제외한 금액은 이익잉여금으로 배당 재원이 된다. 아세아의 경우 자본총계가 2017년 1조2000억원에서 2023년 9월 1조9000억원으로 약 7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납입자본금은 110억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배당재원인 이익잉여금만 늘어났다.
HL홀딩스와 삼양패키징도 비슷했다. HL홀딩스의 자본총계는 2017년 9300억원에서 2023년 9월 1조4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납입자본금은 551억원으로 차이가 없었다. 삼양패키징의 자본총계는 2017년 2400억원에서 2023년 9월 3700억원으로 약 1300억원 늘어났다. 2022년 납입자본금이 710억원에서 789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고려해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세 회사 모두 추후 주주환원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 풍부한 셈이다.
◇높은 최대주주 지분율…배당으로 대주주 화수분 역할
세 회사는 각 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배당정책이 현금배당 위주로 구성됐다. 현금배당은 지분율이 높은 대주주에게는 장점이다. 직접적으로 현금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만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개인투자자에게는 세금 부담도 상당한데다, 일회성 비용이라 장기적인 주가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HL홀딩스는 현금 배당을 고수해온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까지 꾸준히 주당 2000원의 정액배당을 진행했다. 매년 거의 150억~2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순이익 규모의 등락에 따라 현금배당률도 19%에서 700%까지 출렁였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2017년부터 시작했지만 단발에 그쳐 지속적인 정책은 아니었다.
아세아는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을 포함한 전체적인 주주환원 수준이 낮았던 회사다. 자사주 매입은 2020년부터 시작했으나 규모가 작고 일회성이었다. 아세아의 현금배당률은 꾸준히 10% 내외를 유지했다. 순이익에 따라 몇 년간 70억원에서 150억원 사이를 유지했다. 동일 업권의 평균적인 배당률이 최소 30~40%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주환원 자체가 적었던 셈이다.
삼양패키징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2018년 첫 배당을 시작한 이후 매년 30~40%대의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의 거의 전부를 배당하며 98%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다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은 아예 없었다.
지분율이 높은 최대주주가 현금배당의 수혜를 누렸다. 아세아의 최대주주인 이훈범 회장의 지분율은 14.10%다. 계열사 임원, 친인척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10인의 지분율은 44.07%에 달한다. HL홀딩스도 정몽원 회장의 지분율이 25.03%로 비교적 높다. 특수관계인 7인의 지분까지 모두 합치면 30.38% 정도다. 삼양패키징은 대주주인 삼양사가 59.40%로 압도적인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VIP자산운용은 같은 재원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활용하면 주가 부양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순이익을 배당에만 사용하면 현금이 사라진다. 반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면 주가 부양과 동시에 일반 주주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아진다.
특히 중장기적인 계획을 제시해 시장에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회성 자사주 매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박영수 VIP자산운용 부사장은 “매년 일정 수준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진다는 신뢰가 있다면 순이익이 높아질수록 그대로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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