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22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상장한 크레딧코인(CTC) 때문에 당분간 시끄러울 것 같아요. 문제가 조금 있나 봐요."약 한달 전쯤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가상자산거래소 취재원이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거래소 내부에서 상장 관련 내용은 극비에 부친다. 외부에 이야기가 새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작은 소동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의 말은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크레딧코인 유통량 문제가 터졌다. 빗썸에서는 발행량이 '무제한', 업비트에서는 '6억개'로 설정됐다. 같은 코인의 유통량이 거래소에 따라 달라지는 게 가능하냐는 논란이 곧바로 불거졌다.
크레딧코인은 자체 개발한 메인넷과 이더리움 두 개의 블록체인에서 각각 코인을 찍었다. 메인넷 하위 코인의 발행량은 무제한이다. 이더리움 계열 ERC-20 버전으로는 총 6억개를 발행한다.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ERC-20 버전만 거래되며 수량의 감소만 있을 뿐 증가는 없다.
이 전제에서 보면 무제한과 6억개로 갈린 두 거래소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발행 방법 이해와 셈법의 차이였다면 협의 하에 유통량을 정정해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유통량은 가상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사는 통일은 커녕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빗썸은 지난달 크레딧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몇개의 버전이 존재하던 결국 하나의 코인인데 종류별로 유통량을 분리 계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업비트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크레딧코인 재단 측 제출 서류에 발행량이 6억개로 적혀 있었고 실제와 일치하기에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가상자산거래소 '톱2'의 기싸움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업비트가 크레딧코인을 원화마켓에 상장한 건 지난달 12일. 이날은 빗썸이 위믹스를 재상장하는 날이었다. 빗썸은 위믹스 재상장이라는 파격 이벤트로 거래 점유율을 끌어올리고자 했으지만 업비트가 한시간 일찍 크레딧코인을 상장하며 기대한 위믹스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개다가 크레딧코인은 업비트에 상장을 앞두고 발행량이 6억개라는 서류를 제출했지만 빗썸에는 사전에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빗썸에게 '무시 당했다'는 모욕감을 준 괘씸죄도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고 국내 금융당국이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은 점점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다. 이런 시기 대형사들의 기싸움은 '근본 없는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게 만드는 악수에 불과하다. 제도화에 맞춰 업계 리더들도 함께 성장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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