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 사업성악화에 '희망퇴직', 최대주주 NXC 매각 고려 적자 누적 부담에 인력 감원…NXC, '저성과' 블록체인 포트폴리오 정리 움직임
노윤주 기자공개 2024-02-07 16:03:38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이 지난해 10월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한 시점에 맞춰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까지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빗은 수수료 무료 이벤트와는 관계 없이 적자 누적 부담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일각에서는 지분 62%를 보유한 최대주주 엔엑스씨(NXC)가 코빗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NXC는 코빗과 해외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2019년에는 코인 브로커리지기업 타고미에도 투자하는 등 블록체인 기업 투자를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불투명한 블록체인 시장 전망과 포트폴리오사의 저조한 실적으로 정리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코빗 2대주주이자 사업상 협업을 활발히 벌였던 SK스퀘어의 움직임을 함께 주목하고 있다.
◇줄어든 매출, 늘어난 적자부담…스무명 가량 퇴사 러시
2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빗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약 20명의 직원이 퇴사 의사를 밝혀 절차를 밟았다. 코빗 관계자는 "대상자가 미리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라며 "원하는 인원들에 한 해 희망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빗이 수수료 무료 정책 시행으로 당분간 수입이 없을 것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익이 없으니 인건비라도 절감하기 위한 희망퇴직이란 것이다.
다만 코빗은 이 같은 단편적 이유에서 실시한 인력감원은 아니라고 밝혔다. 앞서 관계자는 "영업적자가 계속되면서 인력 규모를 축소하고자 결정한 것"이라며 "수수료 무료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2022년말 기준 코빗에는 129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100명 이하로 축소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같은해 코빗의 매출은 43억3000만원이었지만 영업비용으로는 401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358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당기순손실은 501억원에 달했다.
가상자산 호황이던 2021년에는 22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비용 지출이 컸던 탓에 27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가치가 상승해 영업외수익이 발생했고 1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코빗은 국내 최초 가상자산거래소라는 타이틀과 유명세를 가지고 있지만 코인 상장 시기를 놓치면서 업비트, 빗썸 등 후발주자에 고객을 빼앗겼다. 검증된 코인만 지원하고 무차별적인 알트코인 상장은 지양하겠다는 기조가 있었다. 2020년까지 거래지원 종목 수는 30개 이하였다.
2021년부터는 전략을 바꿔 공격적인 상장을 단행했다. 현재 코빗서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130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광고 모델 기용, 거래 인센티브제 도입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노력했지만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NXC, 코빗 매각하며 블록체인 포트폴리오 축소하나
코빗의 계속된 적자 누적으로 최대주주 NXC의 코빗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업성이 악화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NXC는 2017년 912억원을 투자해 코빗을 인수했다. NXC가 47.19%, NXC 종속기업 심플캐피탈퓨처스가 15.48%를 가진 형태로 현재 총 62.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에는 해외거래소 비트스탬프도 인수했다. 이들을 연계해 글로벌 블록체인 서비스 구축하는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규제 강화로 거래소간 매매장부(오더북) 공유가 금지됐다.
추가 협업 방안도 마땅치 않아 코빗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NXC가 최근 코빗 지분 정리를 위해 인수 대상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NXC는 코빗 매각을 시도한 바 있다. 2022년에 SK스퀘어에 코빗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핵심 관계자간 논의를 했었다. SK스퀘어는 지분 32.3%를 보유한 코빗 2대주주다.
당시 딜이 성사됐다면 SK스퀘어가 코빗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시나리오였으나 최종적으로 무산됐고 지배구조 변동도 없었다. 여전히 NXC가 최대주주, SK스퀘어가 2대주주로 남아 있다.
이후 2년만에 다시금 매각설이 대두됐다. 이번에 투자업계에 알려진 NXC 코빗 매각 가격은 700억원대다. 인수 금액보다 매각희망 가격이 200억원 낮다. 빠르게 인수 희망자를 찾아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자 하는 NXC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NXC 관계자는 "(매각 건에 관해)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매각 가능성이 재차 부각되자 2대주주 SK스퀘어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과거에는 코빗 지분을 추가인수하려 했지만 사업성이 악화된 올해는 NXC와 동반매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코빗 밸류업을 목표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매각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SK스퀘어는 현금자산 561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저밸류에 포트폴리오사를 처분할 정도로 자금이 급하지는 않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 측에서 당장 코빗을 처분하겠다는 의사는 없었다"며 "다만 그룹차원의 블록체인 사업 전략이 변화한다면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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