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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서둘러도 늦어도' 문제 [thebell note]

임한솔 기자공개 2024-01-25 16:31:06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이 HMM을 무사히 인수할 수 있을지, 인수 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근거 없는 불신이라기엔 하림그룹이 자초한 부분도 있다. 본입찰에서 인수가격으로 6조4000억원을 써냈으나 자체 보유한 자금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나머지를 조달할 방안이 불투명하다.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한편 팬오션 시가총액을 크게 웃도는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부족한 곳간은 경영방침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HMM 내부에서는 하림그룹이 HMM의 막대한 유보금을 활용해 인수 자금을 상환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림그룹은 유보금을 해운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좀처럼 신뢰를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림그룹의 재무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두되기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HMM 노조를 비롯한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원점 검토'마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모든 절차를 무위로 돌리고 인수자를 새로 선정하자는 주장이다. 매각을 서두르다 리스크를 짊어지느니 조금 더 시간을 들이더라도 자본력이 충분한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세계 해운업계의 변화가 HMM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3대 해운동맹은 대대적인 재편을 앞두고 있다. 최대 규모였던 2M이 쪼개지는 가운데 2M 중 하나인 덴마크 머스크가 독일 하팍로이드와 손잡고 내년 초 새로운 동맹을 결성하기로 했다. 하팍로이드는 HMM이 속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의 일원으로 동맹 내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이에 따라 디얼라이언스는 규모가 대폭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소속 동맹이 작아지는 가운데 HMM이 해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 동맹 멤버를 찾는 한편 자체 선박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채권단 산하에서는 선박 확보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에 한계가 있다. 매각 절차가 진행중인 지금은 더욱 그렇다.

선박 발주 후 인도까지 통상 연 단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HMM은 지금부터 해운동맹의 재편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함께 미래 전략을 추진할 새 주인이 재무적인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것도 반길 수는 없다. 매각 문제로 안팎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격변의 시기를 맞은 HMM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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