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터리 투자 LG-SK-삼성, 조달전략 '각양각색' SK온, 달러조달로 환리스크 제로…LG엔솔 '연초효과 공략' 원화채 발행
손현지 기자공개 2024-01-30 07:00:09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5일 11:2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배터리사들이 미국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각기 다른 자금조달 전략을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모두 연초효과를 노리고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SK온은 외화채를 확보해 대규모 투자에 대응하며, LG엔솔은 원화채 조달로 대응전략을 마련한 상태다.두 회사 모두 조달처를 다각화하는데 집중하는 기조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약세로 인한 배터리 판가 하락, 대선 결과에 따른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불확실성 등 여러가지 여건상 자체 현금흐름 만으로 투자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작년부터 외화채·원화채 시장에 차례로 진출하며 자금조달 통로를 마련해두고 있다.
삼성SDI는 2018년 이후 공모채를 찍은 적이 없다. SK, LG와는 달리 무리한 차입 대신 재무적인 균형을 중시하는 재무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 찾은 LG엔솔…'연초효과' 노린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은 모두 북미 현지공장 신규 투자금 마련을 위해 연초부터 채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조달 통화는 사뭇 다르다. LG엔솔은 내달 국내 공모채 시장을 찾는다. 연초 대기 중이던 기관 자금이 풀린다는 점을 노리고 최대 1조5000억원까지 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관사단으로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등을 선정한 상태다.
최근 SK온이 외화채를 조달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SK온은 지난주 유로본드(RegS)를 통해 총 5억달러(6700억원)를 확보했다. 작년 자본시장에 데뷔해 원화채 뿐 아니라 외화채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트랙레코드를 쌓는 중이다. 국내 은행을 비롯한 외국계 증권사의 신용 보강 덕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진 구조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채 발행은 환리스크를 없앨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북미에서 벌어들이는 통화는 달러(USD)인 만큼 사실 투자도 USD로 해야 환헤지 효과가 있다"며 "SK온은 일본 경쟁자들이나 국내 경쟁자들이 엔화나 원화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LG에너지솔루션도 연내 외화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이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려는 목표 총량은 1조5000억원보다 훨씬 많다"며 "외화채 발행도 당연히 검토 중이며 다양한 방식의 조달 루트를 확보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투자금만 10조…조달처 다각화 하는 SK온·LG엔솔
LG엔솔은 일찍이 북미 투자에 나선 배터리사다. 현지 공장 증설 로드맵에 따라 매년 10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미시간과 애리조나 현지 생산법인 외에도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 합작법인(JV)의 증설 계획에 따라 자본적지출(CAPEX) 확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2022년 초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12조원은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작년부터 비주력 자산 매각,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대출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계획된 투자지출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작년 11월 LG엔솔은 미국 포드·튀르키예 코치그룹과 함께 추진하던 배터리 합작법인 철회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일환으로 평가된다.
LG엔솔은 작년 6월 처음으로 공모채 시장에 데뷔했다. 지난 4조72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리며 화려한 데뷔전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작년 4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3382억원)이 직전 분기에 비해 반토막 났다.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었다. 미국 IRA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881억원에 불과하다.
SK온 역시 미국 증설 계획이 빨라지면서 조달 방안을 다각화하는 추세다. 향후 2년간 그간 확보한 생산능력 2배 이상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CAPEX도 작년 한해동안 5조원에서 7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포드(Ford)와 함께 설립한 블루오벌SK의 경우 10조2000억원을 들여 미국 테네시와 켄터키에 3개의 생산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워낙에 약한 편이라 투자 수요를 감당하긴 역부족이었다. 투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작년 상반기에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조달 카드를 사용했다.
우선 다수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약 3조원 규모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진행하기도 했다. 작년 5월에는 KB국민은행 지급보증으로 9억달러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했고, 10월 이후부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꾸준히 발행해 왔다.
국내 회사채 시장을 두드린 건 작년 하반기께 부터다. 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낮다는 판단하에 일찍이 증권사를 접촉해 나갔다. 작년말 원화채 발행에 이어 이달 중에는 KP시장에서 3년 단일물 형태 유로본드(RegS)로 5억달러(6700억원)를 확보했다.
◇투자 보수적이던 삼성SDI, 차입도 저금리대출 추구
삼성SDI도 다른 두 배터리사와 마찬가지로 미국 투자를 이어왔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 차종을 경쟁사 대비 가장 많이 확보하며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 올해 CAPEX가 이익 수준을 넘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스텔란티스와 GM 관련 합작법인 관련 투자비가 8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내년 가동 예정이었던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도 연내에 조기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 추산하고 있는 삼성SDI의 올해 CAPEX는 5조7000억원, EBITDA는 4조1000억원이다. 해당 관측이 현실로 이뤄질 경우 삼성SDI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CAPEX가 EBITDA를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삼성SDI는 LG·SK와 다르게 회사채 발행을 지양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범위 내에서만 투자하는 보수적 재무 전략을 기반으로, 정책 금융기관을 통한 저금리 차입을 선호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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