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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글로벌 공급망 축소와 내륙 수로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4-02-01 09:00:37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1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튀르키예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통행료를 받을 수 있는 보스포루스를 1936년의 몽트뢰해협조약으로 개방했다. 보스포루스는 가장 좁은 곳이 700m다. 한강 평균 폭 1.2km 보다 좁다. 통행세 징수는 식은 죽 먹기다. 그러나 국제조약으로 실비 청구만 허용된다. 튀르키예는 해협에 조명, 위생관리, 긴급구조 등 명목으로 상선에 한해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 2022년에 30년 만의 인상이 있었는데 종래의 다섯 배인 톤당 4달러다.

보스포루스에서 대형 유조선이 사고를 낸다면? 이스탄불과 튀르키예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사고의 심각성에 따라서는 해협의 통항이 제한될 수도 있어서 글로벌 물류에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보스포루스는 너무 좁고 붐빈다. 유조선만 매년 1,200척이 통과한다. 위험하다. 튀르키예가 대체 운하인 이스탄불 운하를 준비하는 이유다. 지도를 보면 이스탄불 좌측에 큰 만이 하나 있고 그 위쪽으로 댐이 만든 긴 호수가 있다. 이 지형을 활용해 2027년까지 45km 운하를 건설한다.

16세기 오토만의 슐레이만 대제가 가장 먼저 검토한 바 있는 이스탄불 운하는 역사를 거치면서 수차례 시도되었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고 2021년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식 발표했다. 보스포루스와 같은 캐파로 건설된다. 하루 160척 정도다. 잠수함도 포함한다. 완공되면 이스탄불은 섬이 된다는 농담도 있다.

튀르키예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새 운하는 보스포루스와 달리 국제 운하가 아닌 내륙 운하여서 국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함의 통항에 관련된 규제도 없다. 내륙 수로여서 통행료 징수에 제약이 없다. 이스탄불 국제공항이 새로 건설될 운하의 북쪽 끝자락이다. 새 항만이 계획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북쪽에 지금은 거의 말라버린 아랄해로 흘러들어가는(던) 아무 다리아 강이 있다. 이 강은 구소련 멤버였던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네 나라가 협약을 맺어 사용하고 관리한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은 강 유역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소외되어 있다.

어쨌거나 이제 탈레반 정부는 2022년부터 이 강물의 20%를 끌어 쓰는 285km 길이 운하(Qosh Tepa)를 만들고 있다. 비가 잘 오지 않는 스텝기후의 아프가니스탄이다. 지난 70년간 아프가니스탄의 기온은 섭씨 1.8도 상승했는데 기후변화로 땅이 더 척박해진다. 아프가니스탄은 이 운하로 식량 자급의 꿈을 꾸고 있다. 아무 다리아 강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우즈베키스탄은 기분이 좋지 않다.

이집트도 52억 달러 예산으로 170km 길이의 대규모 내륙 수로를 건설 중이다. 이집트는 여러 나라가 겪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가 없다. 지난 100년간 8배 증가했다. 2023년 현재 1억 1,300만 명 인구다. 2050년에 1억 6,000만으로 예상한다. 스페인만 한 인구가 늘고 농지를 잡아먹는 도시화가 같이 진행된다. 그래서 식량문제가 심각하다. 이집트는 역사 내내 밀 수출국이었다가 수입국으로 바뀌었다.

국토의 96%가 사막인 이집트는 나일 델타 서쪽에 뉴 델타라는 이름의 방대한 새 농지를 조성해 현재의 50% 식량 자급도를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륙 수로는 필수다. 사우디, UAE도 유사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모두가 글로벌 공급망 축소에 대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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