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40대가 가진 금융자산 중 평균 투자자산 비중은 대략 24% 정도라고 한다. 40대 상당수가 투자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퇴직연금 시장도 다르지 않다. 기업에서 DB 적립금 운용을 담당하는 부서는 대개 인사 혹은 재무 조직이다. 해당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투자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투자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DB 적립금의 투자를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DB 적립금은 기업이 운용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만에 하나 원금 손실이라도 날 경우 의사 결정권자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업무 담당자가 공부한 뒤 투자를 결정하고 일정 성과를 기록해도 별도의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험도 없고 이를 봉쇄할 장치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퇴직연금 사업자와 자산운용사들이 기업에 투자를 적극 권해도 반응이 시덥잖은 경우가 많단다. 주식 시장이 좋을 땐 고점인 것 같아 불안하고 지금과 같이 고금리 상황 속 증시가 부진할 땐 예·적금 금리가 높은 데 뭐하러 투자를 하냐고 되묻기 일쑤다. 지난해 말 기준 DB 적립금 205조원 중 90% 이상이 예금이나 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 배경이다.
문제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DB 적립금을 굴리는 경우 대부분 운용수익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아 시간이 갈수록 부채가 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기업의 부담이 불어나는 셈이다. 정책당국이 현행법을 개정해 각 기업에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설치케 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형식적으로 운영할 뿐 실효적 결과를 낸 곳은 손에 꼽힐 만큼 드물다.
이럴 때일수록 개인이 투자에 성공해 적립금 투자를 유도하면 좋으련만 국내 증시는 연일 고점을 갱신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증시와 달리 여전히 부진하다. 공매도 금지니 세제 혜택이니 다양한 정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증시가 힘을 못 얻으니 개인들은 투자를 기피하고 이는 다시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 무산으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한 종합 운용사가 고수익은 내고 싶지만 원리금도 지키고 싶은 기업 수요를 반영, 개방형 채권형 사모펀드를 설정해 단기간 100억원 단위 적립금을 유치한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목표전환형 펀드로 박스피 돌파구를 마련해 호평을 받은 곳도 있다. 대다수 운용사 관계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건 시장에 상품을 공급하는 운용사가 유력해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이돈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밸류업 사각지대
- [거버넌스 리빌딩]인탑스 2세 오너십 구축 관건…이익 터널링 비판도
- [이슈 & 보드]견제장치 없는 푸드나무 이사회, 새주인 맞아 전면개편
- [거버넌스 리빌딩]부상하는 3세 체제…대원산업 저평가 둘러싼 논란
- [거버넌스 리빌딩]삼영전자, 창업주+일본계 거버넌스 순항 끝 결말은
- [거버넌스 리빌딩]'현상유지 경영' 모토닉…3세에 거는 기대감
- [거버넌스 리빌딩]신도리코, 몸집보다 큰 현금성 자산…승계도 관건
- [thebell interview]"외국인 기용으로 이사회 다양성 업그레이드"
- [2024 이사회 평가]영원무역홀딩스, 이사회 명과암 뚜렷…정보접근성 호평
-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트럼프통' 영입한 삼성전자…향후 행보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