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코파이 정(情)’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제과업체로 확실한 입지를 굳힌 오리온이 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바이오텍 레고켐바이오와 손을 잡았다.창업주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이사와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사장이 보유한 지분 140만주와 레고켐바이오 보통주 796만주를 약 5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신사업으로 바이오에 힘을 주고 있는 많은 회사들이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며 글로벌 바이오 회사들과 제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리온은 국내 토종 바이오 회사를 낙점했다. 충분한 보유 현금에도 보수적인 자금 운용 성향이 짙은 오리온에게 이번 투자는 가격, 인수 대상 모두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일반적으로 M&A를 통한 이종산업 진출을 발표하면 긍정적 평가가 이어진다.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따른 매출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오리온의 인수 소식에는 우려의 시각이 컸다. 실제로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 발표 이후 오리온의 주식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식품 섹터 애널리스트들을 중심으로 레오켐바이오에 대한 불안이 컸다.
오리온과 레고켐바이오의 빅딜 발표 직후 마침 벤처캐피탈 바이오 전문 투자 심사역들과의 저녁자리가 있었다. 레고켐바이오 설립 초기부터 상장 이후까지 투자를 진행했던 운용사 심사역도 자리를 했다. 레고켐바이오의 성장,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이들이다. 심사역들은 김 대표가 오리온을 선택했다는 표현을 쓰며 레고켐바이오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수반된다. 자금력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대표가 투자자들로부터 지지와 신뢰가 두터웠음에도 서너차례 이뤄진 유상증자 때마다 쉽지 않았다고 심사역들은 회상했다. 신약 개발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바람이 컸지만 바이오 회사 수장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책임 또한 컸기에 김 대표는 그럴 때마다 고민을 토로했다고 한다.
사실 많은 바이오텍 설립자들은 지분을 매각하면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업계를 완전히 떠나 투자자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연구, 개발에 대한 고뇌가 크기 때문에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번 오리온과의 지분 매각에서 김 대표를 비롯한 레고켐바이오 경영진은 오히려 경영권을 인정받으며 신약개발 업무를 공고히 했다. 김 대표가 그 만큼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가 높은 사람이라고 투자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가 레고켐바이오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오리온 역시 식품으로 한 우물만 파 글로벌 제과업체로 우뚝 선 회사다. 산업만 다르지 묵묵히 하나에만 집중하는 성향이 두 회사 비슷하다. 어찌보면 오리온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레고켐바이오였기 때문에 서로에게 끌려 딜 성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지분 인수 발표 이후 급락한 오리온 주가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 두 회사가 앞으로 어떤 파트너십을 그려나갈지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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