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법인 IPO 저울질, 본사 대신 증시 보는 까닭은 인도법인 중장기 투자 규모 약 5조원…조달 옵션 가능성 다양화
임한솔 기자공개 2024-02-13 07:18:4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상장기업이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는 건 흔한 사례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해외 법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외신 등에 따르면 그동안 수많은 해외 법인을 비상장기업으로 운영하던 현대차가 인도 법인을 대상으로 첫 현지 IPO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왜 인도일까. 조달의 목적 자체는 분명해 보인다. 앞서 현대차 인도 법인은 인도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에 2032년까지 약 4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기차와 수소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다. 또 지난해 인수한 인도 GM 탈레가온 공장에도 앞으로 약 1조1000억원의 투자가 예정됐다.
실제 현대차 인도 법인의 최근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3년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76만5784대를 판매해 신기록을 세웠다. 전년 대비로는 9% 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판매량 증가와 함께 실적도 개선되는 중이다. 회사 매출은 2020년 5조7823억원에서 지난해 1~3분기 8조1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212억원에서 6898억원으로 급증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서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도 총합 5조원 넘는 투자 재원을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건 여전히 부담이다. 현재 실적이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향후 벌어들일 이익 대부분을 투입해야 한다. 재고자산 등 일정 수준의 운전자본을 부담해야 하는 자동차산업 특성 상 별도의 조달을 계획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IPO라는 방법은 이질적이다. 지금까지 현대차 해외 법인은 대체로 본사 출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했다. 지난해만 해도 현대차 중국 법인 2곳, 독일 법인 2곳, 인도네시아 법인 1곳 등이 약 8000억원 규모를 증자했다. 인도 법인도 충분히 증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인도 법인에 관해 출자 대신 IPO를 살펴보는 배경으로 최근 활기를 띠는 인도 증시를 지목하고 있다. 인도 증시는 올해 1월 처음으로 시총 규모에서 홍콩을 제치고 세계 4위에 뛰어올라 주목받았다. 인도 주요 30개 기업을 기준으로 하는 지수 센섹스(SENSEX)는 특히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전문가들도 인도 증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1991년~2022년 인도 주가지수의 연평균 증가율(14%)은 미국(8%), 중국(10.8%), 한국(4.4%)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기간 개인투자자 대거 유입, 인도 정부가 자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다양한 성장 정책, 인도의 거시경제 안정성 등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 인도 법인이 수조원 규모 자금을 본사에 의지하지 않고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환경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현대차 인도 법인이 최소 30억달러(약 4조원)를 IPO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인도 법인의 IPO는 전사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추진하는 현대차의 현금 부담을 일부 완화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는 2032년까지 총 109조4000억원을 투자해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만 해도 12조4000억원 규모 투자계획이 잡혔다.
올해 투자 규모 자체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보유량 19조1670억원보다 작다. 그러나 지속적인 주주환원 확대 기조를 고려하면 현금 운용이 여유로울수록 좋다. 현대차는 연결 순이익 기준 25% 이상의 배당,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환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결산배당 규모는 2조2129억원에 이른다.
현대차는 인도 법인 IPO에 관해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공시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 자회사 상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상시적으로 검토중"이라며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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