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도약의 길]파크시스템스 "원자현미경 시대 곧 도래"반도체 미세화 트렌드, AFM 수요 증가 대세
김혜란 기자공개 2024-02-23 08:30:42
[편집자주]
취약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도약하는 길은 '생태계 육성'에 있다. 팹리스부터 설계자산(IP) 기업, 디자인하우스, 후공정(OSAT), 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고르게 성장하며 서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침 인공지능(AI) 시대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시장은 변혁기를 맞이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을 지탱해 온 기업입장에선 도약대에 선 셈이다. 더벨이 'K-시스템 반도체' 미래를 짊어진 기업의 경쟁력을 현장에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산업이 발전하는 데에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 측정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관련 기반 기술을 한국 회사가 보유하고 있단 건 국가 경쟁력 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조연옥 파크시스템스 전무(CFO)는 지난 21일 수원 본사에 이뤄진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측정 장비 분야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이 시장을 장악해 왔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국내에도 많이 있다. 그러나 검사 분야 장비만큼은 외국 제품 의존도가 높다. 파크시스템스는 반도체 계측 장비인 원자현미경(AFM·Atomic Force Microscope)을 삼성전자 등에 공급하며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AFM은 파운드리(위탁생산)가 반도체를 초미세 공정으로 실제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율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한다.
물론 시스템 반도체 뿐 아니라 어드밴스드패키징(Advanced Packaging)이 적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계측할 때도 AFM이 쓰인다. 공정 미세화와 후공정 고도화라는 큰 흐름을 따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공정과 후공정 모두에서 AFM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조 전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공정개발과 AFM의 시너지를 낸다면 전체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진화 발맞춰 AFM 중요성 부각
파크시스템스의 주력 제품인 AFM은 시료 형상과 물성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계측·분석하는 장비다.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이 각각 수천 배, 수십만 배 배율을 가졌다면 AFM은 수천만 배 배율로 나노 단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3세대 현미경'이다. 반도체 표면과 거칠기, 깊이와 높이 등을 3차원(3D) 이미지로 측정하되 탐침(probe)으로 직접 표면을 접촉해 이미지화한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세계적 파운드리는 이제 2나노 수준 반도체를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를 두고 경쟁 중이다. 조 전무는 "전자현미경으로 더 이상 측정할 수 없는 범위로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리뷰 장비 수요가 생겼다"며 "전자현미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계측 장비가 원자현미경"이라고 말했다. 'AFM 시대'의 도래는 반도체 산업 발전과 함께 필연적 결과인 셈이다.
파운드리 공정 수준이 3나노를 넘어 2나노까지 미세화하면서 AFM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회로 간격이 나노미터 단위로 좁아지면 파티클도 더욱 작아지는데 아주 작은 파티클이나 결함도 반도체 성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아주 미세한 영역까지 제대로 검측한 뒤 원인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파운드리는 AFM을 통해 반도체 칩 표면에 긁힘이 있는지, 다른 이물질은 없는지 등을 샘플 검사를 통해 잡아내고 공정에 반영한다. 이를 통해 생산 수율을 끌어올린다.
◇전공정에서 후공정으로, 활용도 증가 추세
조 전무는 "반도체 공장 안에서는 많은 공정이 일어나는데 불량을 미리 잡아낼 수 있다면 비용 투입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AFM이 어느 공정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민하고) 확장해 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과거엔 AFM이 주로 전공정 분야에 쓰였다면, 패키징 기술이 첨단패키징으로 진화하면서 후공정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어드밴스드패키징의 핵심은 수직으로 쌓은 뒤 접합해 직접도를 높이는 것인데, 각 층을 계측해 후공정 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량 원인을 제거하는 데도 AFM이 유용하게 쓰인다. 메모리 계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메모리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과 같이 D램 단수가 높아지고 회로가 복잡해지고 있어 나노 수준의 3D 검측 기술이 수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
특히 세계 시장에 내놓을만한 반도체 장비사가 거의 없는 한국 토양에서 파크시스템스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파크시스템스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뿐 아니라 다수의 해외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수출 매출액이 86%에 달할 정도로 해외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 TSMC 등 초미세공정 양산을 위해 극자외선(EUV)을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파크시스템스와 손을 잡고 있다.
파크시스템스는 주력인 AFM 장비 'NX-Wafer' 외에도 제품군 다변화도 이뤘다. 지난해 말엔 EUV 공정의 포토마스크에 발생하는 나노미터 크기의 결함을 제거할 수 있는 장비인 AFM 기반 'NX-MASK'를 내놓았다.
조 전무는 "EUV 마스크에 생기는 결함이나 파티클은 심자외선(DUV)과 비교해 훨씬 작아 새로운 리페어 장비가 필요해졌고 제조사들의 수요에 맞춰 NX-Mask를 개발한 것"이라며 "나노 계측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는 AFM이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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