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도약의 길]AI 물결이 불러온 시장 변혁기, 갈림길 선 'K반도체'[총론]글로벌 경쟁 초격차 관건…생태계 육성 필요 '한목소리'
김혜란 기자공개 2024-02-15 07:41:52
[편집자주]
취약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도약하는 길은 '생태계 육성'에 있다. 팹리스부터 설계자산(IP) 기업, 디자인하우스, 후공정(OSAT), 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고르게 성장하며 서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침 인공지능(AI) 시대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시장은 변혁기를 맞이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을 지탱해 온 기업입장에선 도약대에 선 셈이다. 더벨이 'K-시스템 반도체' 미래를 짊어진 기업의 경쟁력을 현장에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3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로의 전환은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도전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AI 기술을 뒷받침할 반도체가 많이 필요해지면서 기존 글로벌 반도체 업계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누가 될지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간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지탱해 온 'K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성장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한국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커왔던 만큼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지난해 11월 발표 결과를 보면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 4870억달러 중 시스템 반도체 비중이 73%에 달한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27% 정도다. 메모리 시장 규모보다 3배가 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앞으로 한국 기업이 얼마나 입지를 넓히느냐는 국가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으로까지 '반도체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전쟁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생산해 주는 파운드리를 자국에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도 수십조원을 투입해 파운드리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 타이틀을 지켜내려면 메모리에서 격차를 벌리는 것만 아니라 '비메모리'에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와 달리 공정별 '분업화'가 확실해 대기업의 기술 격차, 공정 혁신만으론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밸류체인을 지탱하는 기업들이 각각 역량을 갖춰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초격차' 전략 뒷받침해 줘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 에코시스템은 크게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과 디자인하우스(팹리스의 설계도면을 제조용 도면으로 재디자인하는 기업), 파운드리, 반도체 패키지·테스트 외주업체(OSAT)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기업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하나의 반도체 칩이 제작되기까지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OSAT 등과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팹리스는 IP업체에서 IP를 사 칩을 설계한 뒤 디자인하우스에서 공정설계를 받고 최종적으로 제품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긴다. 그다음 후공정(OSAT) 업체가 나머지 작업을 맡는다. 이처럼 협력 고리로 얽혀 있기 때문에 디자인하우스가 역량을 키우면 글로벌 팹리스를 국내 파운드리로 유치하는 데도 유리하다. 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얼마나 반도체 생산 공정 혁신에 기여하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내에 있는 이들 중소 반도체 기업들의 역량 강화는 서로의 성장을 도우며 전체 생태계 육성이란 결실로 이어지게 된다. 또 개별 기업이 자생력을 키운다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도 노릴 수 있게 되는 것으로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변혁기의 초입인 2024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지능형사물인터넷(AIoT)용 칩이 많이 만들어지고 온디바이스AI(기기 자체에 AI 칩이 내장돼 곧바로 연산·추론을 해내는 것) 시장이 커질 것이다"며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oT 쪽에서 팹리스가 기회를 잡아야 하고, IP와 디자인하우스, OSAT 등이 뒤따라가며 생태계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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