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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비만약' 신드롬]'GDF15'로 새 길 개척 유한양행, 눈에 띄는 '벤처 협업'⑤YH25724 '계열 내 최초' 공략, 1상 승인…인벤티지랩·프로젠 등 맞손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15 09:44:42

[편집자주]

비만이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으로 정의되면서 약물치료의 새 지평이 열렸다. 의지력 부족 등 개인 문제가 아닌 약물 치료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빅파마는 물론 바이오텍들까지 앞다퉈 뛰어들었다. 기존 약물 효능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GLP-1' 계열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제약사가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설 자리는 있을까. 더벨이 관련 시장 현황과 국내사들의 전략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만 치료제 경쟁에 가세한 유한양행의 핵심 키워드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다. 이미 출시한 GLP-1 기반 치료제의 효능과 편의성을 개선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선두 주자를 빠르게 뒤쫓는 전략을 택한 경쟁사들과 차별화 지점이다.

새 영역을 개척한다는 건 그만큼 리스크가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이 주목된다. 국내 바이오벤처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상호 간 파트너십을 맺어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시도다.

◇GLP-1 뛰어넘을 전략, GDF15…전임상서 가능성 확인

유한양행이 대사질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2019년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관련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면서다. 당시 비만·대사이상 지방간염(MASH)을 적응증으로 한 'YH25724'를 약 1조원 규모로 이전했다.

YH25724 임상은 베링거인겔하임이 주도하고 있다. 비만약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 따라 당뇨와 비만으로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하는 모습이다. 현재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당초 2025년 1월로 예정했던 목표 연구 완료 시기를 올해 12월로 앞당기면서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외 자체적으로 개발에 나선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크게 △YH34160 △YH40863 △YHC1140 등 세가지로 압축된다. YH34160과 YH4086은 전임상 단계, YHC1140은 탐색 단계 후보물질이다.

세계적으로는 물론 국내로 좁혀도 개발 단계가 뒤처진 유한양행의 전략은 계열 내 최초 약물 개발이다. 새로운 기전 비만 치료제를 통해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아이디어다. 이미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몰고 있는 GLP-1 계열 약물을 개선한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경쟁사들과 대조적이다.


이런 전략에 중심에 있는 게 'GDF15'다. 뇌 맨 아래쪽에서만 발견되는 특이적인 수용체(GFRAL)에 작용해 식욕 억제를 유도하는 원리다. YH34160과 YH4086이 GDF15를 표적하는 파이프라인이다. 새 기전을 활용해 GLP-1 계열 치료제를 뛰어넘을 혁신신약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다. GDF15을 타깃하는 약물은 뇌의 섭식 중추에 직접 작용하는 만큼 한층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걸로 내다봤다.

YH34160은 전임상 결과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대비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비만 동물 모델에서 최대 11.9% 체중 감량 효과를 냈는데 이는 동일 조건에서 위고비(5%)보다 약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위고비와 병용투여 시 체중 감량 효과는 17.7%까지 높아졌다. 임상 1상에 대해 미국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뒤 현재 임상 개발을 위한 파트너를 물색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YH40863의 경우 GLP-1과 GDF15를 동시 타깃한다. 작년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YHC1140은 인크레틴 기반이 아닌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비싼 가격과 주사제형 등 GLP-1 계열 약물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리스크' 큰 영역, 국내 벤처와 손잡고 '헷징' 나선다

모두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바라보는 상황 속 새로운 기전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특정 질환에 대한 새 계열 의약품 출시는 곧 해당 시장의 개화를 의미한다. 개발에만 성공하면 선두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관련 시장을 얼마간 독식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상용화한 GDF15 계열 치료제가 없다는 건 그만큼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다수 글로벌 제약사(빅파마)가 GDF15을 타깃한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노바티스는 작년 7월 비만을 적응증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던 GDF15 타깃 약물 개발을 중단했다. 이에 앞서 일라이릴리, 존슨앤드존슨 등도 해당 분야서 고배를 마셨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한양행의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가 눈길을 끈다. 국내 바이오벤처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상호 간 파트너십을 맺어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인벤티지랩과 체결한 공동개발 계약이 대표적이다. 인벤티지랩은 약물전달기술(DDS) 플랫폼 기업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기술을 보유했다.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기반으로 1개월 비만 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 'IVL3021' 임상 1상을 앞뒀다. 인벤티지랩이 제형 최적화, 초기 개발 및 제품 생산을 맡고 유한양행이 후기 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한다는 게 골자다.

이달 초엔 97억원 규모로 진행한 프로젠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60억원가량을 투입해 80만9717주를 배정받았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목적으로 프로젠이 보유한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 우선권 확보를 내세웠다.

프로젠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엔 자체 개발 플랫폼 기반 이중작용 후보물질 'PG-102'등이 있다. GLP-1와 GLP-2에 작용한다. 이 역시 새 기전으로 계열 내 최초 지위를 노리는 유한양행의 신약개발 전략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유한양행은 약 300억원을 들여 프로젠의 단일 최대주주에 올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YH34160은 동물 모델에서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이런 체중 감량 효과가 지속해서 유지됨을 입증했다"면서도 "최근 빅파마의 앞선 임상 결과에 따르면 전임상에서 확인했던 뛰어난 체중 감소 결과가 임상에서 확인되지 않은 결과가 있기에 YH34160과 차이점을 조심스럽게 확인 중"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또 다른 전략으로 유한양행은 논-인크레틴(non-incretin) 기반 신규 타깃도 활발하게 탐색하고 있다"며 "한 달 간격으로 투여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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